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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덕골의 공동작업일

이남곡 2012. 06. 18
조회수 939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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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멍덕골에  아내와 함께 정착한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거의 매년 한 집 씩 늘어서 지금 여섯 집이 되었고, 두 집이 터를 잡고 집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어서 어엿한 마을이 되었다


. 더구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골고루  있어서 지금의 고령화된 농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연령별 인구 구성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라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할 때는 활기가 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느덧 유치원에 다닌다. 오늘도 저 아랫 쪽에서 ‘할아버지’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서 내가 풀을 뽑고 있다가 ‘응’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고 보니까 다른 할아버지를 부르고 있었다.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한 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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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첫째 토요일에 돌아가면서 회식을 한다. 아내가 세상을 뜨고 나서는 우리 집은 남자만 둘이 산다고 빼고 돌아간다.  우리도 한 번 회식을 준비해보자고 아들과 의논 중이다. 


회식하는 날은 마을 공동작업을 한다. 식구가 늘다 보니까 작업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온다. 이번에는 오후 한 시부터 여섯 시까지 새로 낸 길 주변의 흙더미도 정리하고, 공동으로 심은 감나무 주위의 풀도 뽑고 감나무가 가믐 때문에 시드는 것 같아서 물도 주어야 하는 등 일이 좀 많은 편이라 시간을 많이 책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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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반 마을의 울력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일한다는 것보다 공동 작업을 통해 서로 일체감 같은 것을 느끼는 기회로 해왔기 때문에 한나절 꼬박하는 것이 좀 힘에 벅차는 사람도 있게 된다. 일에 대한 감각도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내야’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지금의 일반 직장이나 동네 울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을 좀 줄이자는 의견과 그래도 그 달에 같이 해야 될 일은 다 모이는 기회에 하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 작업을 하면서 ‘꼭 일을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내야할까?’라는 생각이 화두로 등장했다. 사정이 있거나 체력의 다름도 있으니까 일단 시간은 정하되, 자신이 자유롭게 정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나왔다. 


일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진전시키고 싶은 것은 자유로우면서도 하나가 되는 마을의 공기가 아닐까! 그러다보면 일을 많이 하는 사람도 나오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나오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부자유 없이 서로 받아들이는 연습의 장이 되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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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들어서 쉬거나 먼저 들어가도 본인도 부자유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풍토를 우리는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닐까?


모두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사람마다 체력이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성숙한 신뢰의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 날 회식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회식을 준비한 집에서 여러 지역의 막걸리 다섯 종류를 준비해서 그 품평도 겸해가면서 노래자랑까지 이어진 기분 좋은 하루였다.


결국 작업 시간은 일단 세 시간 정도로 정해 놓는 것이 그래도 편할 것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런 논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이좋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새삼 생각하게 한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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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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