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니체의 생각을 한편의 영화처럼

2012.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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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극장.jpg



<니체극장-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파시즘의 사상적 뿌리로 의심받았던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사상은 한동안 포스트모더니즘 바람을 타고 “온건하게 방부 처리되어” 유통됐다. 그러나 영웅주의를 옹호하고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를 거부했고, 강자의 승리와 지배 또한 주장했던 니체의 ‘위험한’ 본모습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명섭(<한겨레> 기자)씨가 최근 펴낸 <니체극장>은 니체가 품었던 생각들을 탐사하는, 일종의 ‘정신적 전기’다. 지은이는 “약이자 독인 니체의 철학은 원액 그대로 마셔야 한다”며 필요한 관점에 따라 순화된 니체가 아니라 위험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포함된 니체의 총체적 면모를 들여다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슬로베니아 철학자 알렌카 주판치치는 ‘승화’ 개념으로 니체의 사상 체계를 풀이한 바 있다. 주판치치가 말한 승화는 어둡고 무시무시한 열정이나 충동을 어떤 무대 위에 올려, 그 자체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지은이는 이에 기대어 니체의 생각들을 하나의 극장처럼 만들어 독자들을 초대한다. “니체의 작품이 만들어낸 공간은 현실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파괴적이고 비도덕적인 열정들이 날뛰는 공간”이다. 그러나 극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어둡고 불편한 생각들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어, 니체의 “위험한 사상들을 강렬하게 느끼고 겪고 평가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신이 사라지고 난 다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야말로 니체의 가장 절실한, 근원적인 물음이었다”고 말한다. 기독교 사상을 거부한 니체는 쇼펜하우어와 바그너에 심취했다.


‘권력의지’와 ‘영원회귀’는 니체 사상을 읽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지은이는 “끝없는 질병의 침탈과 회복을 반복했던 니체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며 “그 고통 속에서 평균성의 세계를 뚫고 솟구쳐 오르려는 영웅주의가 자랐다”고 말한다


. 아무리 뿌리쳐도 되돌아오는 실존의 고통이 삶의 형식으로서의 ‘영원회귀’ 개념이라면, 이를 이기고 존재가 스스로 서고자 하는 의지가 삶의 본질로서 ‘권력의지’라는 풀이다. 이런 니체의 사상은 ‘만인이 평등하게 저급해지는’ 당시 대중사회가 품은 허무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나왔고, 강자의 의지를 옹호하고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를 방해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니체의 생각을 외면해선 안 되며,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강력하고 위험한 니체의 도전을 이겨냈을 때,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는 한층 견고하고 풍부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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