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잠 잘자는 천년의 비법

최상용 2012. 03. 12
조회수 18854 추천수 0

숙면2-.jpg

잠자는 아이의 모습  사진 <한겨레> 자료

 

 

 

중국의 도가 ・ 도교 신선 중에서 수선(睡仙)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로는 단연 희이(希夷) 진단(陳摶)을 꼽을 수 있다. 사료적으로 보아도 수공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에서 진단을 수공법의 조종(祖宗)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김려(金礪)라는 사람이 진단을 찾아와 ‘잠에도 도가 있는지’ 궁금해 하며 수공법의 비의(秘意)에 대해 설명해 주기를 간청하자, 먼저 세태를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뜻밖에도 그대가 이렇게 나약하고 무능하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서도 (간밤에 일어난 일들을) 알 수 없으니, 생사를 벗어나 윤회를 뛰어넘고자 하여도 어렵겠구나. 요즘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 편안히 생활하면서도 오직 입고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다는 걱정으로 급급하다. 그러면서 배고프면 먹고 피로하면 눕고, 코고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하룻밤에도 문득문득 수차례 씩 잠에서 깨어난다. 명예와 이익이나 가무와 여색은 그 식신(識神)을 어지럽히고, 술과 기름지고 비릿한 것은 그 심지(心志)를 혼란스럽게 하니 이것은 세속의 잠이다.

 

진단은 먼저 세속 사람들의 의식주에 대한 탐욕, 그리고 배불리 먹고 피로에 지쳐 잠에 곯아떨어진 모습과 함께 시름에 겨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지적한다. 또한 명예와 잇속을 찾아 음주가무에 탐닉하면 식신은 물론 심지마저도 혼란에 빠진다고 역설하며, 이러한 것을 세속사람들의 잠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천적 수련경험을 토대로 한 ‘수공법’과 그 경계를  두 편의 시에 담아 읊조려주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게 없네,
오직 잠이 곧 소중한 것이라네.
온 세상 사람들이 숨 쉬고 있다지만,
혼이 몸을 떠나 움직이지도 않네.
잠이 깨어도 아는 바가 없어,
알려들지만 마음만 더욱 요동치네.
속세에서도 천상의 웃음 짓지만,
육신이 곧 꿈이라는 것을 아지 못하네.

지인(至人)은 본래 꿈을 꾸지는 않지만,
그 꿈이라는 게 선계를 유람하는 것이라네.
진인(眞人) 또한 잠을 자지는 않지만,
그 잠이라는 게 선계를 부유하는 것이라네.
화로 속에는 장생불사의 약이 들어 있고,
호리병 속에는 별유천지가 있다네.
잠결 중의 꿈 속 사실을 알고자 한다면,
인간세상에서 가장 현묘한 것이라네.
큰 꿈은 큰 깨달음을 이루고,
작은 꿈은 작은 깨달음 밖에 얻지 못하네.
나의 잠은 참다운 잠이라네,
나의 꿈은 참다운 꿈이지, 세속의 꿈이 아니라네.

 

 

진단의 이러한 유선시는 각종 기록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한 번 잠자리에 들면 수백여일동안 지속되는‘수공법’을 통한 깨달음의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불교의 ‘육신은 한낱 마음이 머무는 집’일 뿐이라는 마음의 고요를 추구하는 심법(心法)적 요소와 ‘몸의 온전한 수련을 통해서만이 장생불사의 약’을 취할 수 있다는 도교적 수행관이 융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단 수공법의 핵심사상이 집약된 『칩룡법蟄龍法』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은 보다 명확해 진다.

 

   용이 원해로 돌아가니 양이 음에 잠기네.
   사람들은 용이 숨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을 감춘다고 하네.
   묵묵히 그 쓰임을 갈무리하고, 호흡은 더욱 깊고 은미하게 하네.
   깊은 산중에서 은일자중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이를 아는 이가 없네!

 

진단은 『칩룡법』이라는 간결한 이 수결(睡訣)에서  수공법 수행 시 마음의 운용법에 대해 은유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여기서 용(龍)은 양(陽)이면서 마음을 의미한다. 마음을 원해(元海)인 배꼽을 중심으로 한 복부, 즉 진단 자신이 현빈일규로 상정한 곳에 집중하여 한 생각도 일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 수공법의 시작이다. 그리고 은미하고 깊은 태식호흡으로써 ‘마음을 텅 비우고 고요함을 지켜’가면서 세속과 인연을 놓은 채, 진단은『무극도』에 제시한 다섯 단계의 내단 수련법을 단련하였다.

 

 

숙면1-.jpg

낮잠 자는 모습  사진 <한겨레> 자료

 

 


태극권의 창시자 장삼봉과 팔선 중의 한 사람 여동빈이 극찬한 수공법


진단의 수공법을 오직 자신만이 전수 받았다고 천명한 태극권과 무당파 무술의 창시자 장삼봉은 『칩룡법발蟄龍法跋』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하였다.

 

혹자들은 희이선생이 특별히 세상에 수공법의 비결을 전했다고 말하는데, 그 전했다는 것은 모두 거짓된 기록이다. 역(易)의 수괘(隨卦) 상전에 이르길 ‘군자가 그믐날을 맞아 들어가서 잔치하고 쉰다.’고 하였는데, 그믐날을 맞아 잔치하고 쉰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입안식(入宴息)이라 말한 오묘한 뜻은 바로 ‘입(入)’이라는 글자에 있으니 들어간다는 것은 즉 수공법에 든다는 것이다. 신(神)으로써 기혈에 드니 앉건 눕건 모두 수공법인데 또 하필이면 높은 돌을 베개 삼아 잠잔다고 했겠는가? 32자(진단의 칩룡법)를 읽어보면 마음이 활짝 열리며 큰 깨달음을 줄 것이다. 여동빈 옹께서 자비의 마음을 베푼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위한 마음에서다.

  -장삼봉이 종남산에서 발문을 쓰다.

 

장삼봉은 그의 생존당시(A.D. 13세기경) 진단의 이름을 가탁한 수공 관련 자료는 모두가 위서라고 규정하였다. 이로 볼 때, 아마도 당시 진단 수공법과 유사한 행법이 유행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마음과 호흡위주의 수공법사상은 천 년간 비밀리에 대강서파의 몇 사람을 통해 전수되어 왔다.


나는 진단과 관련한 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내단 수련가들에게 팔선(八仙) 중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여동빈(呂洞賓)이 진단의 수공법을 칭송하며 지은 「영칩룡법咏蟄龍法」을 음미하길 좋아한다. 여러분도 한 번 읊조려 보라.

 

종남산에 은거하며 온갖 시름 비워내고,
잠자는 신선(睡仙)은 흰 구름 속에서 오래오래 잠을 자더라.
잠 속 꿈에서도 혼(魂)은 은밀히 현빈지문(玄牝之門)으로 들어가고,
호흡도 잠기운채 조화의 공력을 베풀더라.
현묘한 비결이 혼돈 속에 감추어진 것을 누가 알랴.
도인은 먼저 바보와 귀머거리 되는 것을 배워야 하네.
화산처사(陳摶)가 잠자는 법을 남겼으니
이제 그 법을 제창하고 밝혀서 뭇 사람들을 일깨워야겠네.

 

내 심정도 여동빈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수공법을 실천하였고,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내느냐가 숙제였다.


그래서 나는 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수면의 메카니즘’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수면현상은 왜 일어나는지, 수면은 심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하면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지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취하는 하루 8시간 내외의 수면시간을 심신수련의 한 수단인 수공법(睡功法)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바로 내가 박사논문으로 썼던 『陳摶의 內丹思想 硏究: 진단의 내단사상 연구』를 통해서였다. 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연구소와 강의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지켜 볼 수 있었다. 가장 심각한 현상은 숙면은 고사하고 충분한 수면시간이 확보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 약들 중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남용되고 있다. 약물을 통해서라도 생체에너지의 충전시간인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처방이 자행되고 있다.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 중독현상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공법의 기초단계로 심신을 이완하여 숙면으로 빠져들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 하면 여러분도 경험하였겠지만 깊은 숙면을 취하고 났을 때 몸과 마음이 얼마나 개운한지를.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최상용
신문과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다가 동양철학에 매료돼 원광대에서 기(氣)공학과 기(氣)학을 공부한 동양철학박사. 현재 인문기학연구소 소장으로 동양사상과 생활건강 및 명상에 대해 강의한다. 저서로는 한자의 강점인 회화적인 특징을 되살리고 글자에 담긴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한 <브레인 한자>와 <한자실력이 국어실력이다>등이 있다.
이메일 : choisy1227@naver.com      
블로그 : choisy1227.blog.m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장자내 안의 나를 깨우는 장자

    휴심정 | 2017. 02. 19

    소설처럼 읽히는 장자 3권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내편 7편과 전국시대 말부터 한대까지 후학들이 덧붙인 외편 15편, 역시 제자나 후학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잡편 11편 등 모두 33편으로 나뉜다. ...

  • 수면시간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자기계발할 수 있는 방법수면시간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자기계...

    최상용 | 2014. 04. 17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심신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뇌간치유 수면명상법[하루3분 수면혁명]을 출간하고서 요즘엔 여러모로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독자 분들로부터 오는 메일이나 쪽지에 답장을 하는 일이다. 연세 지긋한 분에서부터 바쁜 일...

  • 최상용 박사의 <수면 혁명>최상용 박사의 <수면 혁명>

    휴심정 | 2014. 03. 2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불면증 이겨내고 잘 자는 법 <한겨레> 기자를 대상으로 수면명상법을 시연하고 있는 <하루3분, 수면 혁명>의 저자 최상용 박사기자가 도전해본 수면명상법…30분 투자로 숙면 성공수면명상 전문가 최상용(55·인...

  • 꿈을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 정월 대보름꿈을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날, 정월 ...

    최상용 | 2014. 02. 12

    정월 대보름날, 잠들기 전 소망을 기원하자 2008년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에서 바라본 보름달. 김봉규 선임 기자 bong9@hani.co.kr [휴심정] 한가위와 정월 보름달 14일이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조상들은 정...

  • 숙면의 비법숙면의 비법

    최상용 | 2013. 12. 08

    우리에게 잠이란     한겨레 곽윤섭 기자   왜 우리는 인생의 3분의1이라는 시간을 잠자는데 할애해야 할까! 나이 30이면 10년을, 60이면 20년을 수면시간에 배당하다니 ‘이거 너무 아깝지 않은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