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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잃은 원장수녀를 울렸다 웃긴 아이

김인숙 수녀 2012. 03. 16
조회수 1413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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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관인 우리 센터는 수시로 사람들이 방문한다. 그들은 센터 내부를 둘러본 후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생각하고는 너무 달라요.” “법원에서 온 아이들이 사는 곳 같지 않아요.” “참, 깨끗하네요.” “벌 받고 온 아이들이 착각할 것 같아요.”


  아이를 면회 온 부모들도 센터 환경을 둘러보고선 집보다 훨씬 좋다며 안심한다. 물론 작년에 리모델링한 집이기에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산뜻한 느낌이 많이 배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센터 환경의 특징은 주변의 미화와 더불어 센터의 교육정신인 예방교육의 사랑, 이성, 종교를 바탕으로 한 세밀한 공간 구조에 있다. 이것은 센터 아이들이 최대한 기쁘게 살고, 최대한 죄를 짓지 않도록 미리 보살피기 위함이다. 

 

  센터 아이들 거의 대부분은 ‘6호처분’이라는 재판을 받고 법원에서 온 아이들이지만 모두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센터의 환경을 재판받고 온 아이라는 점에 중심을 두기보다 그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어 꾸민 집이다.


  청소년들이 사는 센터의 가장 중요한 환경은 무얼까? 그것은 자신이 환대받고 있다는, 즉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비록 네가 벌을 받고 왔으나, 너는 참으로 귀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기에 이런 환경을 마련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센터 안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노래방, 당구대, 드럼세트 등 이런저런 놀이기구들이 갖춰져 있으며 그들이 땀을 흘리며 놀 수 있는 운동장을 현재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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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라룸

 

  두 번째는 기관이라는 넓은 환경을 ‘우리집’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대부분의 벽을 페인트로 칠하지 않고 벽지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포근한 분위기를 주려했다. 아이들 방의 도배지 또한 방마다 각기 다른 벽지를 써서 청소년의 변화무쌍한 취향을 살렸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방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센터에서 가장 이쁘게 꾸며놓은 곳은 처음 입소한 아이들이 한 달간 사용하는 1층 씨앗반 교실이다. 오밀조밀 항아리들, 아기자기한 인형들과 작은 화초들 그리고 초등학교 동화책을 비롯한 엄청 많은 책들이 꽂혀 있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조금씩 조금씩 술과 담배와 화장에 묻혀버린 잊었던 자신의 얼굴, 소녀의 얼굴이 되어간다. 또 3층에는 소녀의 방인 ‘라우라 방’이 있다. 좁고 예쁜 공간 안에 앙증맞은 초록 책상과 작은 나무의자 그리고 내 품에 쏙, 안기는 하얀 곰인형도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방을 들락거리며 소녀의 꿈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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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룸

 

 

  한 달쯤 지난 아이에게 센터에 사니까 어떠니? 하고 물으면 “너무 답답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많은 아이들은 이런 말을 덧붙인다.

  "나를 존중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진실이는 실실 웃으며 말한다.


  “수녀님, 선생님들이 다 착해요.”

  센터의 공간은 단순한 구조다. 모든 공간들이 확확 터져 있다. 특히 3층 기숙사의 전화박스, 공동컴퓨터, TV시청 공간이 외지거나 후미진 곳에 있지 않고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모든 공간뿐만 아니라 가구배치도 아이들이 최대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죄를 짓지 않도록 잘 쓰이고 있는지 평소에도 유심히 살펴서 의도한 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을 경우에는 즉시 변화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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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면, 센터 현관에는 손님을 위한 파란 소파가 있다. 그런데 이 자리가 손님보다 센터아이들 전용이 되어 계속 문제의 발상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이 넓은 소파에 모여 얌전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너도나도 퍼질러 눕고 어두운 잡담이 이어졌다. 


  “너, 남자 친구 소년원에 있지? 편지 왔냐?”
  “그 존나, 떨어져 나갔어, 아- 짜증나.”
  하면서 뒹굴기가 예사였다. 나는 ‘저 꼴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없앨까.’ 머리를 만지며 며칠을 고민한 끝에 아이디어를 냈다. 소파 위에 아이들이 앉으면 놀 수 있는 하노이탑, 링던지기, 빙고, 스텔라, 공기놀이 공을 갖다 놓았다. 그랬더니 금방 반응이 왔다. 쪼르르 와서 한 두 명이 놀이를 시작하면 주변 아이들이 구경을 하고 응수까지 해 주었다. 나는 또 종이접기 책과 예쁜 색종이가 담긴 바구니도 준비해 놓았다. 그랬더니 학을 접기 시작했다. 어느새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소파에서 잡담 대신 놀이를 하고 종이접기에 열중이었다. 종이로 학을 접으니 그것을 담을 그릇도 필요했다. 그래서 소파 옆구리에 투명하고 세련된 유리병을 놓았더니 하루 만에 그만 박살을 내고 말았다. 그래 할 수 없이 아무리 던져도 끄떡없는, 우리 아이들 수준에 맞는 맞춤형 깡통으로 교체했다.

 

  상담실 문 앞에 놓인 나무 응접세트도 문제의 발상지로 전략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집과 학교를 박차고 나와 단골방인 PC방에서 몰입하고 노래방에서 악쓰다 찜질방에서 뒹굴던 아이들의 대화란, 서로 몇 마디 이어지다 어느새 싸움 한 판 뜨기 예고편을 알린다.


  “아, 힘들다. 소희 너 몇 살이야.”
  “열일곱 살”        
  “그러니까 너, 나보다 어리잖아. 조심해 알았어?”

  나는 또 머리를 쥐어짜서 이곳에 주중 이벤트 공간을 마련했다. 내용이 짧고 단순하지만 재미있고, 그러나 의미있는 동화책 서너 권을 바구니에 담아 응접세트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곤 매주 월요일마다 새로운 책으로 교체해 주었다. 아이들은 예전처럼 앉아 있으나 이제는 잡담이 아닌 손에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냥 앉아 있는 아이가 발견되면 책을 내밀며 ‘너는 감정이 풍부해서 책을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면 아이는 얼른 책을 들고 읽는 시늉을 한다.

 

   센터의 공간에는 천 권이 넘는 만화책을 비롯하여 눈만 돌리면 책들이 꽂혀 있다. 이 또한 청소년, 그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다. 지금까지 책은 지구 밖의 물건으로 생각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학생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 반응은 새삼 자신의 신분을 인식하는 눈치다. 이것이 예방교육 중 선택과 생각을 유도하는 이성적 환경 요소이다.

 

  예방교육에서 영적 환경은 빼놓을 수 없다. 센터에는 아이들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방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방을 아이들은 ‘아멘방’ 이라 이름 붙였다. 자신의 기쁨, 고민, 슬픔, 어려움을 마음에 안고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공간. 모든 사람은 자기 마음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픈 공간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산다. 그러므로 한때 21세기 도시의 방랑자였던 센터 소녀들이 자기 발로 ‘아멘방’에 들어와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센터에 입소하면 아이들은 이 모든 환경과 공간이 무조건 답답하여 나가고 싶다. 당연한 이치다. 밤이면 밤마다 가지 말아야 할 곳까지 출입하고, 다음날이면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줄기차게 잠을 자던 아이들이었다. 더구나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곳이다.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는 달리 선하고 아름답고 진실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이것이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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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지인이 센터를 둘러보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센터 아이들이 이런 좋은 환경의 맛을 보았다는 것, 경험을 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인간대접을 받고 살았다는 체험은 아마 평생을 갈 겁니다. 설사 또다시 옛 생활로 돌아갈지라도 깨달음이 올 때 이곳 센터의 환경에서 배운 것을 그들은 반드시 떠오를 거예요.”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아이들을 위해 정갈하고 훌륭한 물리적 환경이 조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육자가 부재라면 그곳은 좋은 환경은 될지 모르나 교육적 환경은 될 수 없으며 교육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은 피교육자와 교육자 사이의 신뢰와 사랑이란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관계는 교육자와 아이들 사이에 간격이 없는 일상생활의 교제, 특히 모든 시간의 교제이다.
  얼마 전, 센터의 아순따 원장수녀는 친오빠의 상을 치뤘다. 그녀는 센터 아이 진이가 보낸 쪽지 편지를 받고 울면서 웃었다.

 

  “..........수녀님, 오빠가 돌아가셨다고 너무 슬퍼하시지 마세요. 그리고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되요. 자꾸 꾹꾹 눌러 가슴에 담아 놓으면 그 눈물들이 더 커져요. 그니깐 울고 싶을 때는 울어요. 그렇다고 너무 우시지 말고……. 저처럼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데잖아요?...........       -월드스타 진이-”

 

  오후에 외출할 일이 생겨 현관을 나오는데 정은이가 나를 부르며 당부한다.
  “수녀님, 아직 추워요. 옷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 감기 걸리지 않게…….”

 

  허리가 아프다며 오만상을 하고 다니는 은지랑 한바탕 큰소리가 오갔다. 아이는 또박또박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며칠 후 아이가 찾아와 사과를 했다. 나도 은지에게 내 잘못을 전했다. 


 “수녀님도 미안해. 그날 옆에 소라가 있어서 네가 더 그랬을 거야. 나도 너에게 목소리 높이면서도 속으로는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했어. 그리고 은지야. 그날 막말하지 않고 존칭어 써 준 것 고마워.” 

   

  만약 센터 스텝들이 아이들과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교육은 물 건너 간 일이며, 어릴 적부터 어른들의 방치 속에 자란 센터 아이들은 이곳에서 마저 혼자라는 아픔을 또 한 번 간직하고 떠날 것이다. 

 

  오늘도 마자렐로 센터 스텝들이 깨어 있고 반성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은 첫째도 둘째도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가? 아이들 속에서 함께 놀고, 밥 먹고, 청소도, 설거지도 하면서 아이들과 고민하고 대화하며 관계를 맺었는가? 그들에게 한 마디 따뜻한 말을 건넸는가? 칭찬 할 아이는 없었는가? 이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 안에 있는 교육자의 현존’ 이것이 바로 센터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적 환경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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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렐로센터 전경


 

돈보스코 예방교육 영성

 

예방교육자 돈보스코는 말합니다. 교육자가 아무리 아이들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한다 해도 아이들과 같이 있는 기회가 없다면 교사의 마음이 아이들과 통할 수 없을 것이며, 상호간에 신뢰심이 싹틀 수 없을 것입니다. 예컨대 항상 교무실에 있고 수업시간에만 아이들 옆에 나타나는 교사, 수업 중에도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교과서, 혹은 칠판만을 보면서 혼자 설명하는 교사가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교사와 아이들 사이의 단절은 명백합니다. 이러한 상태는 학습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교육의 효과는 없습니다.

 

그는 또 말합니다. 교단 위에서만 보이는 교사는 그저 교사일 뿐 그 이상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교단 위의 교사를 보면 그저 자기 의무를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놀면서 해주는 교사의 한 마디 말들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 됩니

다. 교육은 언제나 사람 사이의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제자 사이에 관계가 없는 그 가정과 그 학교는 아무리 물리적 환경이 좋을지라도 가정교육, 학교교육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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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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