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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왜 사임했나

조현 2013. 02. 12
조회수 26689 추천수 0


사의 밝히는 교황-.jpg

사의 직접 밝히는 교황 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오른쪽)가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회의에 참석해

라틴어로 쓰인 사임 발표문을 읽는 모습을 그의 보좌역인 프랑코 코말도 몬시뇰(왼쪽)이 바라보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오는 28일 오후 8시에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바티칸/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제공, AP 뉴시스



베네딕토 16세 전격 사의 왜?

본인·가족, 나이·건강 이유 들지만

최근 가톨릭 교회 바람잘 날 없어

지난해엔 부패·암투 보여주는

바티칸 내부문서 등 유출되기도

후임교황 3분의2 찬성 얻어야


‘종신직’이 당연시되는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이례적인 결정과 관련해, 베네딕토 16세 본인은 ‘고령’을, 그의 가족들은 ‘건강’을 이유로 들었다. 베네딕토 16세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89)는 11일(현지시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의사들로부터 더이상 대서양 횡단 여행을 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아왔으며, 지난 몇달 동안 사퇴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발행된 인터뷰집 <세상의 빛>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영적으로 교황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엔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떠나는 교황에 대한 존경과 아쉬움 한편으론, 바티칸에서 벌어진 각종 추문들이 사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 교황을 둘러싼 추문들 베니딕토 16세가 교황직에 오른 2005년부터 지금까지 가톨릭교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어린이 성추행은 그동안 가톨릭교회의 고질적인 추문이었는데, 그가 뮌헨 대주교를 맡았던 1980년대에 11살 소년을 성추행했던 신부를 ‘너그럽게’ 용서했으며 그의 보좌관 신부는 나중에 문제의 신부를 복직까지 시켜줬다는 사실이 2010년 뒤늦게 밝혀졌다.


2012년엔 교황청 내의 부패와 권력 투쟁을 보여주는 내부 편지와 문서가 교황의 최측근인 집사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서류엔 바티칸시국이 예산을 실제 집행액보다 뻥튀기해 수백만 유로를 낭비하고 있으며 바티칸은행이 돈세탁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한 교황의 측근들이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이는 낯뜨거운 과정도 소상히 적혀 있다.


■ 베네딕토 16세 누구인가?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한 2005년 4월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당시 78살이었던 그는, 1730년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동안 선출된 교황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오래 재임하기는 어려운 ‘징검다리’ 교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시리아 내전 종식과 크리스천들의 사회 참여를 촉구하고, 8개 언어로 트위터를 시작하는 등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교황청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적 인물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때인 1981년부터 24년 동안 추기경이던 그는 교황청의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보수적 신앙의 수호자 구실을 했다. 그는 교황 취임 이후 이슬람 전문가인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이집트 대사로 좌천시키고,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의 가입을 “문화적 지리적으로 이질적”이라며 반대했다. 또 고국인 독일을 방문해서는 인용문을 언급하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가져온 것은 칼을 앞세워 믿음을 전파하는 식으로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뿐”이라고 말해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이어 브라질을 방문해서는 “가톨릭교회는 중남미 원주민들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당시 인디언 부족들이 기독교를 조용히 갈망했기 때문에 유럽 선교사들을 환영했다”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예수 출현 이후 가톨릭의 가장 큰 변화를 이끌었던 바티칸 제2차 공의회(1963~1965년)의 정신을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의 사임 이후 교황청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교황-.jpg

순례객을 알현하는 교황. 사진 조현



■ 후임 교황 어떻게 선출하나? 28일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면 교황청은 곧바로 교황 선출기구인 콘클라베(비밀 추기경 회의)를 소집해 후임 교황 선출에 나서게 된다. 


교황청은 부활절 이전에 콘클라베를 소집할 예정이다. 80살 이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 모여 새 교황을 뽑는다.

교황 선출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선거인 총수를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가 필요하다. 첫날엔 한차례, 다음날부터 오전·오후에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때마다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경당 굴뚝으로 검은 연기를 내보내고 당선자가 나오면 흰 연기와 함께 종을 울려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린다. 3일 이후에도 새 교황이 나오지 않으면 1주일간 투표를 중지하고 토의와 기도 뒤 투표를 재개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이유주현 기자 cho@hani.co.kr


■ 교황 사임 발표문 전문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28일 8시에 교황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11일 아침 가톨릭 성인 시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추기경회의에 참석해 라틴어로 쓰인 사임 발표문을 직접 읽었다. 다음은 교황의 발표문 전문이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오늘 추기경 회의를 소집한 것은 성인 3명을 시성하기 위한 것뿐 아니라, 교회의 앞날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대해 전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느님 앞에 나의 양심을 반복해 되돌아본 결과, 저는 고령으로 인해 더이상 교황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에 이르게 됐습니다.


교황직은 그 본질적인 영적 특성 때문에 말과 행동뿐 아니라 기도와 고난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너무나 빠른 세상의 변화와 독실한 신앙생활에 대한 의문들로 인해 베드로 성인을 잇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선 몸과 마음의 강건함 모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몇달 동안 쇠약해지면서 제게 맡겨진 이 사도직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 결정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2005년 4월19일 추기경단이 나에게 부여한 성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직을 2월28일 오후 8시에 내려놓겠다는 것을 완전한 자유의지로 선언합니다. 저는 또한 교황을 사임하는 이런 행동의 심각성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황직은 공석이 될 것이며 이후,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비밀 추기경 회의)가 소집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동안 제게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깊이 감사드리며 저의 허물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교회를 우리의 최고 목자이며 우리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맡기고, 성모 마리아께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을 어머니의 사랑으로 도와주시길 간청합니다. 저는 또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성스러운 교회에 봉직하는 데 헌신할 것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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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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