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피곤하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져요

법륜 스님 2011. 12. 23
조회수 24382 추천수 0

분노한 코끼리--.jpg  

분노한 코끼리  사진 <한겨레> 자료


-몸이 피곤해지면 화와 짜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거칠어집니다. 어릴 때 아들이 많은 집안에서 딸이란 이유로 일을 많이 했고, 그래서 싫은 마음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나중에 분노와 억압으로 쌓인 것 같습니다. 피곤해도 짜증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피곤하면 누구나 다 짜증이 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곤하지 않도록 일을 조절하는 방법밖에 없지요.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이렇게까지 일할 거 있나.’ 이렇게 좀 편안하게 생각하고 살아보세요.


 그런데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힘들게 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짜증이 나지만 정말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싶으면, 책상 앞이나 눈에 잘 띄는 곳에다 이렇게 써 붙여 놓으세요. ‘나는 몹시 피곤할 때 짜증과 화가 난다. 그것도 폭발할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피곤해지기 시작할 때 몸이 먼저 경계를 하면서 자신을 지켜 보기 시작합니다. ‘어어, 이러면 짜증이 나고 감정이 폭발할 텐데…….’ 이렇게 몸의 예고를 알아차리고 ‘언제쯤 터지나 한번 지켜보자.’ 하는 겁니다. 그러면 터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는 즉시 짜증이란 놈은 김이 빠져버리거든요.


 그런데 몹시 심하게 피곤해서 화가 날 때는 지켜 볼 경황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차림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몸이 피곤하거나 일이 좀 과하다 싶으면, ‘슬슬 화가 일어나는구나. 감정이 폭발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미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럼 언제쯤 터질까? 이번에는 한번 잡아 봐야지. 어디, 어디쯤 왔나?’ 하고 깊은 관심으로 지켜  보는 것이지요. 이 정도의 관심을 자기에게 가지면 이 상황은 쉽게 극복이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마음을 살피지 않고 삽니다. 그래서 똑같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되지요. 더 이상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의주시하는 것이지요. 몸이 피곤하다고 해서 화의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피곤할 때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비디오로 찍듯이 주의를 기울여서 관찰해 보세요. 감독을 한번 해 보라는 것입니다.

 

 ‘나는 피곤할 때 화가 난다. 그게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지 이번에는 내가 그 순간을 꼭 한번 잡아봐야 되겠다.’ 이렇게 결심하고 피곤해질 때, 이것을 딱 과제로 삼아 면밀하게 지켜보세요. 그래서 터지는 순간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상황에서 왜 분노가 터졌는지 그 이유를 연구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관찰해 보면, 거의 구십 퍼센트는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면 원인을 찾을 수 있어 참 좋은데, 이 감정의 원인인 느낌은 관찰하면 사라져 버립니다. 분노의 감정은 관찰하지 않을 때만 일어납니다. 그래서 언제나 깨어 있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수(느낌)를 관찰하라.’ 이렇게 말하는데, 그것은 느낌이란 관찰하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알아차리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없애려고 애 쓰는 게 아닙니다. 느낌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감정으로 전이됐을 때는 알아차려도 사라지지 않지만, 느낌이 일어날 때 즉시 알아차리면 느낌은 곧 사라집니다.
 
 이것은 실제로 경험을 해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부처님의 ‘십이연기법’의 가르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몇 번이고 설명을 들어도 또 그런 것 같고, 또 그런 것 같고, 그렇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화내고 짜증내는 것을 수행의 과제로 삼아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 바랍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커피 마실 돈 없어서 연애 못한다고요?커피 마실 돈 없어서 연애 못한다고요?

    법륜 스님 | 2016. 04. 11

    7포 세대, 어떻게 스스로 깨어나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지난해 말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입니다. 한 질문자가 사회 변화를 위한 청년들의 행동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재 저희 세대를 3포 세대, ...

  • “엄마 잔소리 싫으면 집 나오세요, 그런데…”“엄마 잔소리 싫으면 집 나오세요, 그...

    법륜 스님 | 2016. 03. 21

    어머니가 왜 시큰둥하냐며 화내고 일일이 간섭하시는데… 법륜 스님이 모교인 경주고등학교를 방문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에서 최근에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되어 고민이라는 학생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 “아이의 영혼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집착 놓아야”“아이의 영혼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집착...

    법륜 스님 | 2016. 03. 11

     자살한 아들 “화장” 유언대로 하지 않고 납골당에 안치했는데...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제주 시민들을 위해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아들을 잃고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있는 어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

  • 용서 비는 남편 말 믿지 말고, 길은 딱 두 가지용서 비는 남편 말 믿지 말고, 길은 ...

    법륜 스님 | 2016. 02. 05

    결혼 30년만에 술주정하고 행패 부리는 남편 때문에 가출했는데...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질문자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술만 마시면 시작되는 폭언과 행패, 그리고 처갓집 식구를 무시하는 남...

  • 교회가 이중적? 그건 절도 마찬가지, 다만...교회가 이중적? 그건 절도 마찬가지, ...

    법륜 스님 | 2016. 01. 27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절에 다니고 있는데 기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양주시 경복대학교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질문자는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혼자 절에 다니고 있는데 불교에서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