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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을을 행복케하는 비결

원철 스님 2013. 10. 21
조회수 19228 추천수 0

 

촛불이 밝다면 어찌 어두움이 함께 하겠는가

 

 

 

기상청은 '가을철 기상전망'을 내놓았다.
"올 가을은 짧겠습니다. 9월중순까지 계속 늦더위가 이어지다가 본격적인 겨울이 되기 전에 이른 추위가 예상됩니다.”

 

날씨는 삶에 적지않는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왜냐하면 여름에 비유할 수 있는 청년기가 늘어나고 겨울에 비유될 수 있는 노년기가 늘어난 까닭이다. 아가씨같은 아줌마, 아줌마같은 할머니,  청년같은 아저씨, 아저씨같은 할아버지를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동안(童顔)’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다. 부연한다면 여름이 이렇게 긴 것은 인간이 젊음을 오랫토록 구가하고자 하는 마음과 활동이 계절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며, 동시에 고령화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겨울 또한  길어졌다는 말이다.

 

여름과 겨울사이에 가을이 있는 것처럼 청년기와 노령기 사이에는 중년기가 있다. 가을이 짧은 것처럼 중년기도 참으로 짧다. 늘 여름인줄 알고 청년기인 것처럼 살았는데 어느 새 인생의 겨울인 초로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생이다. 결혼이 늦어지는 것도 중년기가 짧아지는 원인일 것이다. 어쨋거나 계절의 흐름을 읽듯 인생의 흐름도 읽을줄 알아야 한다. 짧은 가을이지만 그래도 겨울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여름과 겨울이 길다고 해도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갈 수는 없는 법이다. 꼭 가을을 거쳐가야 한다. 계절과 계절사이의 틈새를 간절기(節氣の 間)라고 하며, 계절과 계절이 바뀌는 기간을 환절기라고 부른다. 환절기란 말에 식상했는지 이즈음은 간절기라는 말도 많이 사용한다.  단어가 풍성해지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간절기와 환절기가 좋은 것은 더위 속에서도 추위를 볼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짙푸른 잎 속에서 단풍 잎을 발견하는 혜안을 필요로 하는 시절인 까닭이다. 여름 속에서 겨울을 보는‘중도(中道)’적 시각이 요청되는 기간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간절기에 추위와 더위라는 양변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더워도 더위 속에 매몰되지 않으며, 추워도 추위 속에 갇히지 않는다. “여름모피, 겨울냉장고”라는 ‘역(逆)시즌 마케팅’처럼  여름에도 겨울을, 겨울에도 여름을 준비하는 여유가 있다. 간절기는 길지 않지만 준비시간으로는 충분하다.

 

인생의 환절기는 사추기(思秋期)다. 여름을 끝내고 겨울이 오기 전 가을처럼 짧은 기간이기도 하다.
사추기는 “점심을 먹고 난 뒤 커피한잔을 마시는 시간”에 비유할 수 있겠다. 즉 한 호흡 고르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인 까닭이다. 이는 변신을 의미한다. 오전과는 다른 오후의 새로운 내 모습을 준비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자기를 리모델링하려고 해도 주변 여건은‘커피를 마시는 것 처럼’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면서 “귀향 귀촌”을 가족들에게 조심스럽게 꺼내들면 “혼자 가세요”라는 싸늘한 대꾸가 돌아오기 마련이다. 마음과는 달리 주변여건은 변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외형적인 변화보다는 내면적인 변화를 통해서 자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원철독서1.jpg

 

마음을 젊게 만드는 일은 독서 뿐이다. 젊은 마음이란 사고의 유연선과 탄력성을 갖추는 일이다. 늙은 마음이란 변화를 싫어하고 완고해 가는 것을 말한다. IT업계의 정상에 오른 스티브잡스도 늘 청바지차림으로 살았다. 젊은 생각을 추구하려는 방편이다. 동시에 인문학 독서를 강조했다. 그런 그였기에 “소크라테스와 식사를 하며 오후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바꾸겠다”고 할 수 있는 이다. 인문학 속에 환절기인 ‘사추기 변신’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믿었다. 철학자에게 그 '변신’을 위한 해답을 듣고 싶은 까닭이다. 붓다께서는“출신에 의해 천인이 되는 것도 아니요 귀족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고 하셨다. 사추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후반기가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인생후반기를 노년기로 만들 수도 있고 회춘기(回春期)로 만들 수도 있다. 사추기를 잘보내면 회춘기가 되겠지만 잘못 보내면 노년기가 되는 법이다.‘꽃보다 할배’가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칠십대의 진평공(晉平公)에게 젊은 사광(師曠)이 건의한 말이 《법원주림》에 나온다. 


“날이 저물어도 촛불을 켜기 마련입니다. 신(臣)이 듣건데 소년의 배움은 해뜰 때의 별빛과 같고, 장년의 배움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노년의 배움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어두움이 어찌 함께 하겠습니까?”

 

그렇다! 자기의 내면세계를 밝히기 위한 지름길은 독서 뿐이다. 인문학의 대중화에 적지않는 기여를 한 정민 선생은《오직 독서 뿐》이란 책 서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책읽기를 통해서만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 책만 읽으면 될까? 된다. 어떻게? 그 답은 옛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모두 말해 두었다. 책 안에 원하는 대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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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전이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다독과 낭독이다.  좋은 책 한 권을 골라 소리내어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다. 이것이 인생의 사추기이며 간절기인 가을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그렇다면 올가을에는 한번 밖에 읽지못한 《오직 독서뿐》이란 책을 다시 잡고서 소리내어 몇 번 읽으면서 나의 독서습관을 점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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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해인사로 출가했다. 오랫동안 한문 경전 및 선사들의 어록을 번역과 해설 작업,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했다. 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 : munsu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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