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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살이 창수씨의 행복

서영남 2011. 07. 27
조회수 10114 추천수 0



PAKJAIDONG.jpg 
박재동의 손바닥아트

 

 

 믿음은 삶의 양면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고통 중에도 희망이 있고, 불행 중에도 감사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들레의 집 식구인 창수 씨가 말합니다. 요즘이 제일 행복하다고 합니다. IMF 전이나 후나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앞만 보고 악착같이 달렸던 때도 힘들었고, 거리에서 노숙을 할 때도 참으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창수 씨는 왜 행복하다고 할까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현실은 행복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기 쉬울텐데 말입니다. 겨우 방 한 칸이 있고, 세 끼 걱정이 없을 뿐인데도 싱글벙글입니다. 노숙할 때는 심심해서 죽을 뻔 했는데 요즘은 할 일이 있는 것이 참 좋다고 합니다.

 

고통은 밖에서 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 넉넉하면 모든 것이 넉넉해집니다. 그래서 창수 씨는 복에 겨워서 행복해 합니다. 꽃동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지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답니다. “얻어먹을 수만 있어도 은총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덕남 씨가 밤에 종이를 줍습니다. 낮에는 국수집에 와서 밥을 먹고 또 도시락도 싸갑니다. 오늘은 도시락을 담다가 돼지불고기를 비닐에 조금만 더 싸달라고 합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덕남 씨는 어릴 때 고아원에서 살았습니다. 별이 열세 개나 됩니다. 2004년 12월에 청송에서 나왔습니다. 교도소 문턱에 꿀을 발라놓아서 또 들어가기가 쉬운데 왜 안 들어가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밥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데 왜 다시 들어가겠어요.”라고 말합니다.

 

내일은 중복입니다. 참 고마운 분께서 닭을 삼백 마리나 보내주셨습니다. 마늘 듬뿍 넣고 백숙을 해서 손님들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자원봉사자들이 참 많이 오셨습니다. 고구마 줄기를 일감으로 마련해 놓았습니다. 길에 천막을 치고 둘러앉아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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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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