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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커브볼을 맞고 우는 당신

혜민 스님 2012. 02. 01
조회수 34468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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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론 생각한다. 성직자의 큰 의무중에 하나는 이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과 걱정, 불안을 겪고 있을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따뜻한 언어로 상기시켜 드리고 손 잡아 주는 일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살다보면 설명이 불가능한 뜻하지 않은 힘든 일들이 벌어 지는데 그런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이 오게 되면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쉽게 외로워하고 혼자다라는 생각을 하는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는 혼자가 아니였구나하는 작은 깨달음은 깜깜한 어두운 밤 한 줄기 빛과 같은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우선 가까이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를 보호해 주시는 불보살님들과 호법 신장님 혹은 기독교인의 경우 성령이나 성모님, 천사들이 인연있는 분들과 함께 하실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수도 있는 것은 남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쉽게 이야기할수 없는 삶의 고통과 걱정을 스님이나 신부님, 목사님께 토로하시는 동안 그 이야기를 귀 기울려 듣고 같이 걱정해 줄수 있는 성직자분들이 그 순간 그분들 앞에 있기에 어려워도 조금이나마 기운을 낼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난 처음 승복을 입게 되었을때만 하더래도 전혀 몰랐었다. 승려라 함은 부처님 법을 강원이나 대학에서 배워 졸업후 선방 다니면서 홀로 수행 정진하는것이 주된 일인줄 알았었다. 그런데 막상 승려가 되어보니 내 수행보다도 가끔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되는 일이 있었는데 바로 사찰에서 만나는 일반 신도님들께서 하시는 걱정을 잘 들어주고 그분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같이 나누는 일이 그것이였다. 처음엔 나이도 어리고 인생의 경험도 부족한 내가 승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연세가 많으신 노보살님이나 속가 아버지벌되는 거사님들이 부인이나 남편 아이들 문제로 인생 상담을 해 오시면 참 곤란한것이 이만 저만한것이 아니였다. 나는 부처님처럼 큰 지혜도 없고 큰 도를 닦아 미래를 예지하거나 병을 낳게하는 능력도 없다.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은 그야 말로 잘 들어주고 전화해 주고 손 잡아 주고 기도해 주는 길 밖에는 없었다.

 

어깨동무-.jpg

 

 

지금도 생각나는 보살님 한 분이 계시는데 내가 승려가 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을때 김보살님이라는 분이 암 판정을 병원에서 받으셨다. 연세가 60대 후반쯤 되셨었는데 처음 암수술을 하시고 몸이 조금 낳아지시자 기도하시러 절에 오신것이였다. 때 마침 내가 절에 있어서 그 보살님과 보살님 남편 되시는 거사님과 한참동안 대화를 했었다. 보살님은 다급하고 무서워하셨으며 거사님도 수심이 가득하셨다. 법당안 주불로 약사 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서 약사경을 드리면서 같이 약사 부처님께 기도하시자고 했고 보살님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일요법회에 나오실때마다 안부를 여쭈웠고 법회가 끝났는데도 법당안에 남으셔서 불편한 몸이시지만 정말로 열심히 김보살님과 거사님은 기도를 같이 하셨다.

 

그후 몇달이 지나 두번째 암수술을 받으셨어야 했는데 병세가 조금 호전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안좋아지셔서 의사로 부터 두세달 밖에는 살수 없다는 판정을 받으셨다. 걱정이 되어 김보살님과 거사님 두분이 살고 계시는 작은 아파트로 은사 스님 모시고 같이 찾아가 뵈었을때는 보살님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셔서 참 마음이 이만저만 안타까운것이 아니였다. 그래도 보살님 손 꼭 잡아드리고 염불을 같이 해 드리니 고마우셨는지 눈물을 보이시면서 죽음 이후에 대해 낮은 소리로 물으셨다.

 

은사스님은 죽을때 크고 강한 빛이 나타나면 내안 불성에서 나온 빛이니 무서워하지 말고 그곳으로 달려 가시라고 하셨다. 또한 평소에 염송했던 관세음 보살님께서 극락세계로 데리고 갈 테니까 아무런 염려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키셨다. 그러고 아파트를 은사스님하고 나오는데 거사님께서 갑자기 따라 나오시더니 가난해서 드릴것은 없고 공부하시면서 배고프실때 잡수시라고 소보루 빵이 가득든 비닐 봉지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보살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고 절에서 49재를 지내면서 그 보살님 살아생전의 모습이 떠 올라 나오는 눈물을 참아가면서 은사스님 옆에서 재를 간신히 지냈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유치원 꼬맹이때부터 절에 다녔던 고등학생애가 갑자기 차 사고가 나서 본인은 간신히 살았는데 옆에 탔던 친구가 죽는 모습을 본 것이다. 친구가 죽기 바로 직전까지 구급차를 기다리며 옆에서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 충격으로 세상에는 부처님도 하느님도 없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절에 다니지 안겠다고 한 것이다. 그 애를 붙잡고 뭐라도 좀 이야기를 해 달라고 보살님은 간곡하게 부탁하셨다. 그애와 간신히 통화가 되었을때 그애는 나에게 삶이 가져다 주는 설명할수 없는 불행을 전혀 이해할수 없다고 했다. 그 애 친구는 착했고 그렇게 갑자기 죽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어설프게 전생 업이다 뭐다라고 불교 교리를 들이대가며 이야기하기가 그 친구의 죽음앞에서는 너무도 잔인해서 나는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삶이라는 투수는 우리가 전혀 예상 못하는 커브볼을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우리를 향해 던진다. 그 볼을 피하지 못해 어찌하다 온 몸으로 맞고 우리는 아퍼 울기도 하고 원망도 해 보고 왜 그랬느냐고 소리도 쳐 본다. 그러나 그런 일이 왜 생겼는지, 왜 간절히 기도를 해도 기도가 이루어 지지 않았는지, 왜 착한 이들에게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나쁜일이 갑자기 생기는지 우리 스스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올때마다 우리는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라는 작은 깨달음 때문에 다시 한번 땅을 집고 일어나는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삶이 가져다 주는 설명할수 없는 불행으로 힘들어하는 그대에게? 나는 귀에 대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힘내세요. 님은 지금 혼자가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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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조계종 승려이자 미국 메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방향을 바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받고 출가했으며,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다. 종교계 최고 트위터리언이자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메일 : monkhaemin@naver.com       트위터 : @haeminsunim      
블로그 : http://blog.naver.com/monkha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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