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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돌이 소중하다

박기호 신부 2011.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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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집 앞에서 놀고 있는 소백산 산위의 마을 아이들  사진 조현

 

 

주말인지라 어제와 오늘 정병철 유지니오 형제와 함께 축대를 쌓았다. 유지니오 형제는 시흥4동 본당의 주임신부 시절에 낚시를 다니면서 친해지게 되어서 공동체를 알게 되고 준비모임을 함께 했었다. 사제로서 하느님의 축복 속에 사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가 바로 그런 사람 같다. 신앙생활도 우직할 정도로 진실하고 무엇에건 정도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하는 일은 하늘의 도우심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만큼 삶에 충실하고 결실도 잘 얻는 사람이다.

 

2004년 마을이 시작되면서 첫 번째 가족으로 입촌했는데, 당시에는 빨래도 동네로 내려가서 하고 식수도 길러다 먹던 시절이어서 초창기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는 당시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아들을 데리고 입촌했다가 얼마 후 떠났다. 2006년 내가 입촌한 이후로는 주말이나 연휴 때면 자주 찾아와서 일을 도와주다 가곤 한다.

 

본래 외선 전기 시설 기술자인데 공동체에 들어오기 위해서 굴삭기를 배워 면허도 얻었었다. 오늘도 굴삭기로 돌을 집어 올려 축대를 쌓는 일을 하는데 나는 곁에서 손으로 할 일을 도운 것이다.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하기’란 말처럼 굴삭기로 일할 때는 구경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돌을 쌓는 일에는 사람의 보조 일손이 꼭 필요하다.

 

우리 마을은 산비탈 지형으로 언덕이 많다. 평지로 활용하거나 건축을 하려면 축대를 쌓아서 평지를 확보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돌이 많다. 땅을 약간만 뒤집어도 온통 돌과 바위뿐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바위가 나타나 큰일을 만들기도 한다. 흔한 돌들을 실어다가 쌓으면 콘크리트 옹벽을 치는 것보다 비용도 들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기에도 좋다. 축대를 쌓으려면 바위같이 큰 돌에서 호박만큼 한 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돌들이 필요하다. 돌은 비스듬히 눕혀 돌이 돌을 눌러 걸치는 식으로 놓아야 서로 밀려나지 않는다.

 

돌에도 얼굴이 있다. 얼굴이 되는 면을 보이는 쪽으로 놓는다. 그것도 삶의 미학에 속할 것이다. 튼튼한 축대가 되려면 생김새들이 서로 다양해야 한다. 네모난 것, 길쭉한 것, 모난 것, 구부러진 것 서로 얽혀 쌓아야 서로를 눌러주어 힘이 단단하게 작용된다. 축구공처럼 둥근 돌은 빠지기 쉽기 때문에 쓰임 받지 못한다.

 

축대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뒷돌’이다. 놓인 돌과 뒤쪽의 흙 사이에 채워 넣는 잡석을 말하는데 빗물이 빠질 때 흙을 보호하고 돌이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흙은 돌에 대해서 본드 같은 기능을 하는 반면, 뒷돌은 흙을 걸러내는 거름망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바위 수준의 돌이건 자갈 같은 돌이건 모두 쓸모를 가졌고 서로 함께 얽혀서 좋은 축대를 이루는 것이다. 공동체를 닮았다는 생각이다.

 

축대는 공동체이고 돌은 가족들이다. 공동체는 축대에 쓰이는 돌처럼 저마다 다양한 기질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룬다. 저마다 가진 고유성을 서로 존중하고 받아들여 공동체의 힘을 모아내는 것이다. 국가 사회도 그럴 것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 다양한 생각과 삶들이 공동선(共同善)을 향해 나아가 ‘다양성 속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신문에는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참 답답한 일이다. 일제고사식의 학력평가란 공적 서열화로 경쟁력을 작동시켜 학습 의욕을 높이자는 의도일 것이다. 그렇지만 재단마다 학교마다 교육철학이 다르고 학습방법이 다를 것인데 어떤 기준 하나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일까? 사이보그를 양성하자는 것인가?

 

경쟁심이란 본성적으로 작동한다. 국가나 학교가 부추기지 않아도 부모 스스로 자녀에게 칼과 방패를 들려 원형경기장으로 내보내고 있지 않은가. 교육이 할 일은 창검술이 아니라 함께 승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런 가치 지향의 숭고함을 강조하는 일이다.

 

국어는 잘하는데 수학을 못하는 자녀에게 과외를 시킨다면 어떤 과목을 시킬까? 대부분 성적이 부족한 수학을 시키려들 것이다. 그것이 멍텅구리 교육이다. 국어에 소질을 가진 아이에게 국어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교육이다. 수학 과외를 시킨다면 평균점수는 좀 더 오르겠지만 그의 재능은 하향평준화되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것은 하향평준화 교육이다.

 

예로부터 ‘머리 쓰는 놈은 꾀로 먹고 살고, 마음 쓰는 놈은 복으로 먹고 산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녀에게 인간다운 마음으로, 경쟁 아닌 공존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신념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언덕을 떠받치는 축대는 거대한 바위 몇 개만으로 쌓을 수 없다. 세상과 국가 발전을 떠받치는 축대도 소수의 엘리트 집단의 두뇌만으로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국가 최고 엘리트 집단의 실체란 무엇일까? 줄곧 수석을 차지한 우수 인재인가? 적게 일하고 많은 연봉을 받을 준비된 계급인가? 혹시 고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문맹은 아닌가? 그의 인생관에 직업윤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최고 우수 인재가 대학이건 유학이건 학업을 마쳤다고 하자. 어딘가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매출, 최고의 해결 능력, 최고의 권력 집단들을 꼽으라고 할 때에 당연 0순위로 상징되는 명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 가령, 삼성, 조중동, 검찰, 김앤장… 등 가족들과 한편의 사람들은 그가 성공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름들이 불행하게도 도덕성에서 가장 불신 당하고 있는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연봉도 많고 비전도 보장되고 해결 능력과 권력에서 최고임을 모두가 인정하겠지만, 영혼이 없는 이기주의 아바타 집단으로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문제가 혼돈스러워진다. 내 존재의 주인이신 분으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직장 하나를 얻기 위해서 경쟁으로 밤을 새우며 젊음을 살아온 것인가?

 

도덕성과 윤리 부재의 실정은 국가 경쟁력 결함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최저생계비 노동시간 등 질적 삶의 통계에서는 OECD 국가에서 혹은 세계에서 꼴찌면서 자살율, 강간 범죄율, 성형수술, 결핵 사망율 등 비인간적 현상들에서는 세계 1위라니 참으로 천박한 시대상이 민망스러운 뿐이다. 발전과 성장이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동반하지 못한 결과이다. 교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대의 질환을 치유해야할 소명이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육부터 새롭게 챙겨보기를 바란다.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주체가 교사였던 것이 민주화 과정에서 학생으로 넘어가고 이제는 학부모로 넘어가버렸다. 한국 사회 현실에서는 어떤 교육 정책도 학부모들의 이기주의에 포박당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구청 미화원이나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데 학사 학위가 필요한가?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그런 기형적 사회다. 대졸자가 고졸이라 이력서를 내는 위장취업 시대이다. ‘교육은 사회화의 과정이다’라고 정의하려면, ‘어떤 사회’를 말하는 건지 사회라는 물건이 질문 받아야 한다.

 

복잡한 생각 중에 보는 돌 축대가 참 보기 좋다. 큰 돌, 작은 돌, 납작 돌, 뾰쪽 돌들이 모두 어깨동무하고 합창을 하고 있다.

오늘은 무척 덥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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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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