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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남 리차드 기어

조현 2011. 06. 22
조회수 33760 추천수 1

 몸은 미국인, 마음은 티베트 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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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대웅전에서 합장하는 리처드 기어

 

사진전 <순례자의 길> 홍보차 20일 방한해 21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를 찾은 미 할리우드 영화배우 리차드 기어(62)는 겉모습은 미국인이지만 정신은 ‘티베트 승려’다.


기독교 신자였던 그가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은 1982년. 그는 티베트불교를 만난 뒤 삶의 방황을 끝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에겐 티베트불교가 구원자였지만, 티베트로서도 리차드 기어는 불보살이 보내준 구원자였다.


내가 달라이라마가 머물고 있는 히말라야의 산간도시 다람살라를 대여섯번 방문했을 때도 늘 리차드 기어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다람살라에서 직접 그를 만나지못했지만, 다람살라 중심에 사는 사람들 치고 리차드 기어를 보지 못한 사람이 드물 정도로, 그는 일년에 서너차례씩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받고, 티베트 난민학교와 병원 등을 돕는다고 했다. 다람살라는 산간 구릉지에 아무렇게나 무계획적으로 조성된 마을이어서 길이 험한 데, 몇년 전 방문했을 때 도로공사가 한참이어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경제 사정이 좀 나아졌나 했더니, ‘도로공사도 리차드 기어가 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에 침공당해 수많은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히말라야를 넘어 다람살라로 자신들의 스승 달라이 라마를 찾아오고 있는 것을 목도했다. 그 난민들이 어려움 속에 살아가며, 지금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중국 정부의 살해와 고문 등 인권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가 티베트인들에게 보인 연민은 1990년 그가 줄리아 로버츠와 열연한 <귀여운 여인>에서 나오는 ‘백마 탄 왕자’의 모습이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멸시 받는 콜걸이지만, 더욱 더 신선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견해 그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 속 자신처럼 그는 중국의 위세에 눌려 세상의 따돌림을 받는 ‘망명정부 티베트’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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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는 리차드 기어

 

그는 1993년 전세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압을 강력히 비난해 중국의 강력한 저항에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리차드 기어는 이에 굴하지않았고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해리슨 포드와 샤론 스톤, 스티븐 시걸 등이 공개적으로 친티베트 행보를 보이도록 고무하는 기폭제가 됐다.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1997년 ‘중국 정부의 침공에 고난 받는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그린 영화 <쿤둔>을 만들도록 연결시킨 것도 그였고, 한국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 라마의 방한 비자를 거부하자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끼리 그럴 수 있느냐”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압박한 것도 그였다.


그는 중국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인들을 핍박해 유혈사태를 야기하자 “중국이 티베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티베트 인권 운동에 앞장 설 뿐 아니라 티베트불교 수행에도 심취한 그는 스승 달라이 라마에게 티베트불교 승려로 출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달라이 라마가 “지금 머문 자리에서 배우로서 충실한 것이 자신과 세상을 위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출가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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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가 머물고 있는 히말라야 다람살라

 

 

리차드 기어는 다음 달 24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이 히말라야를 돌며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사진전 <순례의 길>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고, 23일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와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한국의 전통 사찰 문화를 체험하고 24일 인사동, 비원 등을 둘러본 뒤 25일 출국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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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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