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믿지 말아야 할 믿음은 불신과 맹신

조현 2010. 07. 01
조회수 7630 추천수 0

 

 살다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힐 때가 있다. 사람을 믿고 동업에 뛰어들었다가 사기를 당하고, 좋은 사람으로 알고 도와주려고 보증 섰다가 가산을 날려버리고, 좋은 아내감으로 잘못 믿고 맞았다가 평생 후회를 낳고, 잘못된 지도자를 믿고 같이 했다가 큰 낭패를 당하고, 잘못된 방법을 믿고 덤볐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극락길로 잘못 믿고 갔다가 지옥에 빠진다.


  속담에 따르면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다. 위의 일들은 ‘무조건’ 믿어서 당한 일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믿어야 할까. 종교계의 최고 어른 중 한 사람인 원불교 좌산 이광정 상사(75)가 ‘제대로 믿어,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담아냈다. <믿음대로 산다>(원불교출판사 펴냄)는 책에서다. 상사란 불교의 종정에 해당하는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를 지내고 퇴임한 어른에게 붙여진 칭호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와 정산 송규 종법사, 대산 김대거 종법사의 뒤를 이어 원불교인들의 명상과 마음공부를 이끈 좌산 상사는 자칫 간과되기 십상인 믿음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배우자의 선택, 거주지의 선택, 진로와 직업과 전공의 선택, 신앙의 선택 등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인데, 이런 선택은 반드시 믿음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즉 믿음이 가는 쪽으로 선택하게 되므로, 믿음이 재앙과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믿음은 결심을 낳고, 결심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삶에서 믿음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이다.


 좌산 상사는 따라서 진실한 것, 사실적인 것, 합리적인 것을 믿어야 하고, 거짓과 위장과 과장과 허상과 불합리한 것을 믿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해득실과 원근친소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절묘하게 포장된 언어가 난무하고, 시기 질투의 중생심이 각색한 언어 때문에 혼동이 되어 믿을 것을 안 믿고, 안 믿을 것을 믿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은 가장 신중하고 가장 지혜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믿음 중에서 불신과 맹신을 가장 경계할 것으로 꼽았다.


 좌산 상사는 <논어>의 한 구절을 들어 국가지도자에게도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믿음만은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먹는 문제와 국방 문제와 믿음의 문제가 다 같이 중요하지만, 만약 믿음을 잃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기약이 있으나 믿음을 잃어버리면 다시 일어설 수도 없고, 기존의 있는 것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행복에 이르는 길

    휴심정 | 2018. 02. 18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나는 전혀 중요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불평등의 기원

    휴심정 | 2018. 02. 09

    역사의 불균형은 현대 세계에까지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는가

    휴심정 | 2018. 01. 15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 인공 섬에 갇힌 인간

    휴심정 | 2018. 01. 15

    지표면의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좁디좁은 지역이 이후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 역할을 했던 것이다.

  • 발전과 편리함의 대가

    휴심정 | 2018. 01. 15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