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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단계 거치면 나는 없다, 자유다

각산스님 2016. 08. 04
조회수 17651 추천수 0
각산 스님의 비움의 미학, 명상<2>
산을 오르지 않고, 지도 놓고 연구해본들 소용없듯 

e775082d-dbee-4e88-9fc5-f76baf3b2403.jpg » 수행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삼매와 선정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애쓴다. 그러기 위해선 명상의 첫발을 잘 디뎌야 한다. 이길우 선임기자

“어제 저녁 수행부터 일어난 희열 때문이다. 새벽 2~3시에 무의식에서 호흡에 들자, 몇 초도 되지 않아 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상태에 돌입했다.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 밤보다 더한 흥분감이었고, 첫사랑 데이트가 기다려지는 설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에 몸 전체가 떨렸다. 몸에 몇 번 힘을 주고 똬리(주리)를 뒤틀어 가슴속이 설레는 것을 풀 수밖에 없었다. 희열과 행복감이 너무 자주 일어나 고요함을 방해했다. 이 정도의 수행 단계만 얻어도 환희장(歡喜藏)의 상태인데, 더 깊은 선정(禪定)은 어떠할까?”
 10년 전 한창 명상과 참선 수행을 할 때 쓴 어느 날의 수행일지다. 당시 정말 행복했다. 명상의 즐거움에 한껏 취했다. 일찍 경험하지 못한 행복감이었다. 
 구글의 명상가 차드 멩 탄은 “구글의 탁월한 인재들에게 ‘명상을 하면 감성지능이 발달돼 통찰력이 계발된다’고 했더니, 그들이 명상 효과를 본 다음엔 오지 말라고 해도 왔다”고 했다.
 명상은 현대 서구화된 사회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명상은 세로토닌의 영향으로 척수가 활성화돼 몸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근육과 맥박이 최적화되고 심장이 튼튼해진다. 하루 한 번 규칙적으로 15분씩 명상만 해도 금연·금주는 물론 고혈압, 당뇨, 심장병, 중풍, 암 등 각종 질병에 대한 탁월한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명상은 수행학이 아니고 수행법이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지 않고, 평생 지도를 놓고 연구하고 통독해본들 소용없는 것과 같다. 명상은 여섯 단계가 있다. 마음관찰, 호흡관찰, 호흡의 전체 보기, 감미로운 호흡, 감동의 빛 니미따 체험, 선정이다.
 첫 단계인 마음 관찰은 지금 이 순간과 생각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사띠(sati)라고 하는데, 자기의 견해를 넣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정념(正念), 마음새김, 마음챙김으로도 통용된다. 두 번째 단계는 호흡관찰이다.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명상이다. 호흡관찰은 아라한의 성자가 되는 선정수행의 첫 단계 명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숨이 길면 긴 숨인 줄 알아차린다. 그런 후 숨이 짧으면 짧은 숨인 줄 알아차린다. 내공이 쌓이면 호흡의 전체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 감미로운 호흡을 경험하게 된다. 평소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호흡이 시원하고 달콤하고 황홀한 숨이 된다. 긴 숨과 짧은 숨의 단계를 밟을 필요 없이 그냥 숨이 긴지 짧은지만 알아차리고 호흡을 지켜보기만 해도 된다. 20~30분 정도의 집중력이 생기면 모든 호흡의 알아차림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세 번째 단계인 호흡의 전체 보기에 들어선다.
 호흡관찰이 저절로 이어져서 한두 시간씩 집중될 것이다. 좌선마다 한 시간 이상씩, 연달아 3일 이상 호흡에 집중할 수 있으면, 거친 호흡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될 때 네 번째 단계인 감미로운 호흡을 경험한다. 오감은 점차 사라지고, 생각과 몸의 감각과 외부의 모든 소리는 차단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몰아지경의 황홀감, 행복의 극치, 신비감 그 자체만 남게 된다. 환희로운 감동의 마음의 보름달인 니미따(빛)가 서서히 나타난 것이다. 다섯 번째 단계인 니미따의 체험으로 들어가면, 호흡은 텅 빈 우주와 하나가 된다. 호흡이 점차 사라지고 거의 무호흡이 되어갈 때 허공 속에서 쏟아지는 빛만 남게 된다. 니미따를 ‘아는 마음’만 존재할 뿐, 일체의 바깥의 모든 소리는 차단되어 들리지 않는다. 신의 영역에 들어왔다. 여섯 번째 단계인 선정 삼매(최고의 지복 상태)의 길목에 이르게 된다. 
 붓다는 말한다. “삼매에 든 자의 지혜를 나는 인정하지, 삼매에 들지 않은 자의 지혜는 인정하지 않는다.” 선정은 빛을 경험하고 난 뒤에 일어난다. 선정은 온몸이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아무런 생각도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지복 상태의 ‘앎’만 있다. 선정을 성취하면 직관력과 통찰력이 놀랄 만하게 배양된다. 깨달음의 최고 경지인 영원한 자유 니르바나를 완성한다. 이제야 안다. 형성된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불만족이고 싫증 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없다. 느낌과 감흥만 있을 뿐,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무엇이 고통인지, 무엇이 고통의 원인인지, 고통의 종착역을. 이제는 그 무엇에도 구속당하지 않는다. 자유다. 자! 명상의 감미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각산 스님(참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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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산스님
해인사로 출가해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에서 참선수행했다. 미얀마 고승 파욱 선사와 명상스승 아잔 브람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호주, 중국 등의 숲 속 수도원에서 10여년 수행 정진했다. 세계명상대전을 주최했고, 현재 참불선원장, 명상지도자협회 연수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끄러운 원숭이 길들이기>, <법화삼매참법>, <붓다의 명상>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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