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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신부가 하늘서 들려준 일곱진리

조현 2011. 08. 03
조회수 31069 추천수 0

 유고 강론 ‘당신의 이름은 사랑’

 분쟁의 땅 수단에 사랑의 빛 채우고 암으로 선종

 

                      ▶관련기사; 이태석 신부 선종 전 언론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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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과 분쟁의 땅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사로, 교사로, 마음의 치유자로 헌신하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1962~2010). 아프리카의 어둠을 환한 사랑의 빛으로 채운 그는 우리에게도 선물을 남겼다. 그가 헌신적인 사랑의 현장에서 깨달은 진리였다.

 

 사랑의 화신일 뿐 아니라 가톨릭 사제인 그는 수단에서 주일마다 강론을 했다. 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 강론이 <당신의 이름은 사랑>(다른우리 펴냄)으로 출간됐다. 이 신부의 강론은 자신을 사랑 속에 온전히 던져버린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생명의 진리로 빛나고 있다. 이 신부가 깨우쳐주려던 진리가 무엇이었는지 강론의 요지를 7 가지 ‘질의 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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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것은?

=서울 살레지오 수도원엔 직업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는데, 학생 중에 봉구라는 아이가 있었다. 수사들끼리 옛날 수도원 이야기를 나눌 때문 꼭 등장하는 추억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알코올중독인 할머니와 살다가 아홉 살에 수녀님을 통해 학교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이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 아이였다. 협박도 하고 달래 봐도 백약이 무효였다. 그런데 나는 그런 봉구에게 은근히 정이 갔다. 그 애는 내 인내심을 단련시켜주었다.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주기로 마음 먹은 지 1년 뒤였다. 수도원에선 매주 토요일 2천원을 주면 학생들은 오락실 가고 군것질 해 몽땅 써버렸다. 그런데 욕하는 것과 자신 밖에 모르던 봉구가 어느 토요일 용돈 중 천원을 주고 준비한 선물을 생일을 맞이한 친구에게 건넸다. ‘오, 하느님!’ 감동이고 기적이었다. 몇 년에 걸친 수사님들의 끈질긴 사랑이 끝내 봉구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날 봉구를 보면서 하나님이 나를 사제로 부르신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또한 그런 작은 빛을 보게 된 것이 톤즈로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그 조그만 빛에서 예수님이 함께하고 계신 것을 느꼈다. 예수님을 드러내는 데 강렬한 큰 빛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고 희미한 빛으로도 충분하다. 사람을 만났을 때 다정하게 보내는 미소, 자기 주변을 치우는 청소,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것 등이다.

 

  예수가 우리 마음 속에 설치한 특별한 기계는?

 =양심이다. 양심이 있기에 우리는 죄를 지으면 마음의 고통을 느낀다.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우리 죄를 백신처럼 치료해 줄 예수님이 우리 마음 안에 들어오시도록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느님이 삶에서 고난을 주는 이유는?

 =굶주림을 해결할 한 끼 밥도 없거나 가족이 병들어 죽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하느님이 야속해지고 자신이 짊어져야할 십자가가 크고 무거워 지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느님은 감당할 수 없는 십자가는 결코 주지 않는다. 고난의 길을 걸어간 사람만이 고난을 극복하는 강인함과 진정한 용기를 갖게 된다. 또 힘든 십자가를 진 사람은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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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은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가?

=어떤 사람은 예수님에게 자신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많은 적을 죽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칼 라너라는 신학자는 ‘하느님은 죽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은 다행히도 죽었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느님의 이미지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하느님에게 즉각 건강을 주고, 고통을 없애달라고 간구한다. 그런데 하느님은 고통을 없애 주는 게 아니라 고통을 주기도 한다. 정말 참기 힘든 불행이 왔을 때, 하느님이 동행해주고, 예수님 역시 함께 고통당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진실한 사랑을 알게 하려고 그런 시련을 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하느님의 참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소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죽어 한줌의 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갑자기 포탄에 맞거나 말라리아에 결려 죽게 되면 천 마리, 만 마리의 소를 가지고 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을 천국에 가지고 갈 수도 없고, 무덤에 넣을 수도 없다.

 

  어떻게 천국에 이르나?

  =세 명의 등산가가 눈 덮인 산에서 내려오다 길을 잃고 헤맸다. 모두 지친 상황에서 한 명이 다리를 다쳐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 한 명은 다친 사람을 두고 혼자 산을 내려갔다. 한 명은 다친 사람을 엎고 간신히 내려갔다. 가다보니 먼저 내려간 사람이 꽁꽁 얼어죽어있었다. 하지만 부상자를 업고 간 사람은 땀을 흘리느라 체온을 유지해 살 수 있었다. 하늘나라는 죽어 가는 이웃을 외면한 채 혼자 들어갈 수는 없다. 이웃을 위해 나를 던지는 사람은 이웃을 살릴 뿐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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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병보다 더 무서운 현대인의 병은?

 =수단을 비롯한 전세계엔 2천만명의 나환자가 있다. 그들은 감각신경이 마비돼 뜨거운 것,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은 조기 발견하면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심각하지 않다. 문제는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보고도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고, 공권력에 부당히 억압받는 사람들을 보고도 유감을 느끼고 저항하지 못한, 양심이 무너진 정신적 나병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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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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