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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3남 재미 장호준 목사 인터뷰

2012.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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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준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

"아버지가 싸운 것은 '시대정신'"


20120827_7.JPG » ▲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를 <미주뉴스앤조이>가 만났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목회 중인 장 목사는 개인·가족사를 넘어 국가와 민족의 비극이었던 아버지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대해 냉정히 역사적 의미를 따졌다. ⓒ미주뉴스앤조이 전현진


분노하고 흥분한 상태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차분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타살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들은 "직접 유골을 통해 확인한 것 말고는 새로울 것 없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37년 전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이나 가족사를 넘어 국가와 민족의 비극이기에 냉정하게 의미를 따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4일 추모공원 이장 과정서 고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에 6㎝ 구멍과 머리뼈 금이 발견돼 '타살 의혹'이 불거졌다. 8월 20일 <미주뉴스앤조이>는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목회하는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유콘스토어스한인교회)를 만나 심경을 물었다.


장 목사는 "아버지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누가·어떻게 아버지를 살해했나보다 그 죽음에 담긴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모식에는 왜 가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국으로 와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아직 떠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했다.


독재자가 두려워한 재야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삶에 담긴 '신앙'과 그를 아버지로 둔 장 목사의 목회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장 목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일문일답이다.


- 37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한국이 다시 시끄럽다. 근심하고 있을까 걱정하며 왔는데, 아무렇지 않아 놀랍다.

아버지께서 며칠 전에 돌아가신 것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37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타살'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혀 새로울 것은 없다.


- 독립운동부터 재야운동가까지. 장준하 선생의 삶 속에서 '신앙'은 어떤 역할을 했나.

아버지의 삶은 신앙이라는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는 일본군을 탈출하셨을 때도 성경을 품고 계셨고, 수감 생활을 반복할 때도 성경을 챙기셨다. 아버지는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롬9:3)"는 말씀을 자주 인용하셨다. 결국 민족을 위한 희생의 제물이 되려고 하신 것이다. 아버지가 박정희를 죽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자신을 죽이셨다. 자신의 희생으로 민중이 깨어나길 원했던 것이다.


-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희생'으로 정의할 수 있나.

그렇다. 아버지의 죽음에서 예수의 죽음을 보게 된다. 예수를 죽인 것은 누군가. 빌라도인가, 가야바인가. 바리새인과 민중들이었나. 모두 함께 죽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를 죽인 것은 그 '시대'였다. 그의 죽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하나님의 섭리였다. 역사를 위한 제물로 희생된 것이다. 아버지는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자주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그런 예수의 모습을 자신에게 투영하신 것 같다. 희생을 선택하신 셈이다.


아버지를 죽인 것이 차지철이든 전두환이든, 흉기가 망치이든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를 죽인 것은 그 시대의 정신이었다. 그때 돌아가시지 않았어도, 언젠가 희생당하셨을 것이다. 제단에 제물이 필요로 하던 시대였다. 아버지는 그 역사를 향해 제물로 나선 것이다.


장준하 죽인 건 박정희가 아니라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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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하 선생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나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과 역사에 끌려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정희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다. 일본군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 독립군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덴노 헤이카 만자이'(천황 폐하 만세)를 외칠 수도 있었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수도 있었다. 충직한 군인이 됐을 수도 있었고,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정부를 장악한 뒤 민정에 이양할 수도 있었고, 독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는 선택의 과정을 통해 역사를 만든 것이다.


아버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끌려간 사람이다. 아버지가 일본군에서 빠져나와 독립운동을 하고 반독재투쟁을 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그런 삶을 선택하며 결정한 것 같지 않다. 아버지는 역사가 이끄는 대로 가신 것이다. 그리고 '희생'의 삶을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 삶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신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앙'을 통한 '희생' 없이는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아니다.


이번 '타살 의혹'으로 박정희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말이 다시 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박정희는 아버지를 죽일 수 없다. 박정희는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살아 있는 것도 두려운 상대를 어떻게 죽일 수 있겠는가. 누가 아버지를 죽였는지는 밝혀져야 할 문제다. 확실한 것은 박정희는 아버지를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박정희와 아버지는 정반대의 길에서 전혀 다른 역사적 역할을 맡았다. 아버지가 싸운 것은 박정희라기보다, 그 시대를 겪으면서 강화되고 새로워진 역사적 역할과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장준하 선생이 싸운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그 시대정신이 교회와 신앙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역사적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복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는 '나서지 않고 지도자에 빌붙으면 잘 살 수 있다'는 시대정신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는 그 시대정신에 기생하는 독재자, 지도자들과 싸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그 시대정신에서 거듭날 기회가 세 번은 있었다고 본다. 첫 번째가 광복절, 두 번째가 4·19, 세 번째가 10·26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거치면서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도자만 잘 따르고 아부하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 '불의한 모습을 봐도 조용히 있어야 된다'는 식의 시대정신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거듭나지 못한 채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대정신이 교회와 신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 예가 국가조찬기도회다. 지도자에게 빌붙어 아부하면 잘 살게 된다는 것이 역사가 남겨준 교훈이다. 교회도 그것을 배운 셈이다. 그 결과 한쪽은 축복을 빌어주는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 믿음을 보여줬고, 다른 한쪽은 현실과 신앙을 등진 채 살아갔다. 전병욱 사건도 이런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올해 대선이 네 번째 거듭남의 기점일 수도 있다. 이명박을 보면서 이 시대는 두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하나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라도 살아야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와 교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 대선 예비 후보 가운데 박근혜 씨 지지율이 가장 높다.

박근혜를 향한 인기는 우리 시대 욕망의 투영이다. '이 사람이 나의 욕망을 충족해 줄 것'이라는 기대다. 박정희가 굳건하게 만들어 놓은 구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에게서 아직도 이런 시대정신을 본다. 냉철한 생각과 비판 대신, 인기와 눈앞에 이익을 쫓는 모습 말이다.


희생을 통해 주변을 밝히려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 우리 시대 젊은이들은 제단 위의 제물이 되기보다, 그 제물을 먹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가 살아가길 원하는 모습은 어떤 삶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예수가 2000년 전 십자가에서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는 '희생'을 결심한 뒤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신앙'으로 낡은 시대정신과 싸워 이겼으면 좋겠다.


버스 운전하는 목사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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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에서 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미국에 오게 되었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군대에 강제 징집됐다. 그때 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경기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싱가포르에 6년 동안 선교사로 나가있기도 했다. 선교지에 있다 보니, 한국교회의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었고, 그 동안 왜곡된 시대정신이 반영된 신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94년 선교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장인어른이 개척해서 건축까지 마친 곳에서 사역을 하게 됐다. 당시 내가 교회 세습 일순위였던 셈이다. 그때는 '세습'이 큰 문제가 되지 않던 시절이었고, 사례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뒀다.

마침 내가 있던 기장 경기노회가 UCC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였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6년 UCC의 Justice and Witness Ministry가 한국기독교장로회와 파트너십을 추진한 것이다.

UCC는 회중교회라는 특징 때문에 지역 교회의 연합체인 '컨퍼런스'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교단 사이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코네티컷 컨퍼런스와 기장 교단 경기노회가 파트너십을 별도로 맺게 된 것이다. 1994년 미국에서 UCC 관계자들이 왔는데, 그때 코네티컷에 초청 받아 지금까지 이곳에서 사역하게 됐다.


- 평소에는 스쿨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비량 사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번은 '내가 하나님한테 생명을 받았는데, 더 받으면 염치없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스쿨버스 운전기사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

나는 스스로 '삯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삯'만큼만 하자는 것이다. 요즘 목사들 중 자기가 받은 '삯'만큼도 일하지 않는 목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설교 한번하고, 교인들이 사주는 밥 먹으러 다니고 하는 것을 목회로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하는 일을 사명이라고 부르려면 최소한 '삯' 받은 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유콘스토어스한인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UCC 제도에 따라 회중교회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평신도 중심의 무제한적 수용 등을 기초로 삼는 교회다. 예배는 일요일 저녁에 드린다. 평소 주말 없이 일하는 교민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일요일 예배는 조금 늦은 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헌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교회에 헌금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복을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선한 일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다. 교회에 헌금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소에 좋은 일에 사용하라고 강조하는 편이다. 그래도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헌금을 보내오는 사람이 있다.(웃음)


우리 교회를 찾는 교인들은 어디에 가서도 한 자리 차지할 만한 사람들이다. 대학 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역사가 만든 시대정신을 깰 수 있는 '신앙'을 전하고 싶다. 그것을 위해 이곳(미국)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정신이 민들레 씨처럼 퍼져나가 온 세계를 덮는 것을 꿈꾼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이곳에서 내가 만나고 가르친 자들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퍼져 갔으면 한다.


전현진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본 글은 휴심정 벗님매체인  <뉴스앤조이 http://www.newsnjoy.or.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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