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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성실하게…지금 행복한 삶을 사세요

법륜 스님 2012. 04. 06
조회수 19150 추천수 0


   행복.jpg


저는 59살입니다. 

지은 업이 많을 것 같은데, 일평생 살아오면서 순탄하게 살았습니다. 경전 읽으며 남은 생을 살려고 합니다. 

좋은 가르침을 주세요.


 

질문하신 분은 남은 인생을 수행하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열의가 있으시네요. 그런데 이런 말씀드리기는 죄송하지만, 그 열의가 사실은 욕심이에요. 이렇게 욕심으로 공부를 하면 공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지은 업이 많다고 생각하면 과보를 받겠다는 마음을 내야 하는데 그 과보를 피해가려고 하면 그건 욕심이지요. 남한테 굉장히 큰 아픔을 줘놓고는 사과 한마디 하고서 “사과를 하면 받아야지.”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에게 내가 끼친 아픔을 생각하면 10년을 쫓아다니면서 사과할 마음을 내야 합니다. 한 번 사과해 놓고 받아주지 않는다고 상대를 나무라는 것이나, 인연을 지어놓고 과보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 욕심입니다. 

 

수행이란 인연을 지었으면 과보를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내가 애를 잘못 키웠지만 경전 몇 줄 읽으면 문제가 없겠지.’ 이런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경전에도 지은 과보를 기꺼이 받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아이들에게나 집안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과보가 돌아오는구나, 받아야지.’ 이런 마음을 가지면 괴롭지 않습니다. 그것이 수행입니다. 그것이 과보를 받지 않는 거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남한테 돈 100만원을 꿔놓고 경전 읽는다고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돈을 갚기 싫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불경을 읽으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상대가 돈 받으러 오면 최소한의 돈만 남겨놓고 ‘제가 줄 수 있는 돈은 이만큼입니다. 이것 가지고 가세요. 뭐든지 들고 가서 돈이 되겠다 싶으면 들고 가세요.’ 이런 마음을 내면 상대도 적당히 받고 갑니다. 그러면 빚쟁이가 빚 받으러 온다고 해도 자신은 하나도 불안하지 않고 괴롭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과보가 실제로 면해진 것입니다.

 

이생에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하느님 부르고, 관세음보살 부르고, 절 좀 해서 피해보려는 식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불법은 인연과보의 이치를 배워, 지은 인연에는 과보가 따른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아, 내가 과보를 피하려 하고 있구나. 과보를 기꺼이 받아야지.’ 이런 준비가 되어 있어서 일이 일어나도 이미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과보를 면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경전에서는 이런 이치를 가르쳐주는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경전이 주문처럼 되어서 ‘어느 경전을 읽어야 과보가 없어집니까?’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주문 하나 외워서 과보를 면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진실을 알고 공부해 가는 게 불교입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상대편은 눈치 못 채는 줄 알지만 그 사람 성질이 어떤지, 말만 앞서는 사람인지 아닌지 주변 사람들이 대충 눈치를 챕니다. 인생을 쭉 살다보면 사람의 속성은 결국 다 드러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한 것이 손해나는 게 아닙니다. 성실한 것이 자신을 가장 이익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이 성실하게 살라고 하신 것입니다. 당장에 보이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남을 속이지만 남을 속일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게 사실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마음이 계속 불안하다면, 일확천금을 가지고 산들 행복할까요? 진실하게 살아야 마음이 떳떳하고 편안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이익이에요. 

 

그러니 부적 하나 써서 어떻게 피해보려고 하는 요행수를 바라지 마세요. 궁합 잘못 봐서 이혼하는 게 아니고, 개원 날짜 잘못 잡아서 회사 망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길가다가 만난 사람과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고, 아무리 궁합을 보고 좋다고 해서 몇 년을 사귀었어도 내가 상대에게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결국은 의리를 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윤회야 하든지 말든지, 지옥이나 천당이 있든지 말든지 상관할 바가 없습니다. 내가 바르고 성실하게 살면 지금 당장 마음이 편안해서 좋고, 지옥과 천당이 있다면 다음 생에 당연히 천당에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성실하고 바르게 살았는데도 굳이 나를 지옥에 집어넣겠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윤회가 있다면, 성실하게 살면 다음 생에 반드시 잘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은 현재에 내가 행복하고 미래에도 잘 될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삶에 대한 지혜를 부처님이 경전에 다 말씀해 놓았기 때문에 경을 읽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경을 읽으면 재앙이 없어지고 좋은 일만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을 부적처럼 생각하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경을 읽음으로써 이런 이치를 깨달아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 자세로 경을 읽고 성실하게 정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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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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