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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에 꽃등잔을 띄우다

원철 스님 2012. 03. 13
조회수 10357 추천수 0

갠지스 꽃등잔든 사람들-.jpg

 

 

여행이란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싸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목적지는 부처님의 나라 인도였다. 벼르고 별려 나선 탓에 성지순례에 필요한 것은 따로 챙겨야 했다. 그리고 한국의 추위와 인도의 더위를 동시에 겪어야 하는지라 챙겨야 할 짐이 더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어딜 가건 나름 원칙은 무조건 가방 한 개다. 어쨋거나 민망할 정도로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한  꾸러미로 줄이는데 성공한 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였다. 공항에서 추가로 짐이 늘어난 것이다. 011 옛번호를 고수하고 있는 댓가로 투박한 디자인의 두툼한 로밍 전화기 한 대를 더 빌려야 했다. 거기에 콘센트 등이 따라 와  그것도 손가방 한 개 부피다. 어찌어찌 구겨서 겨우 집어 넣었다. 그렇다고 기존 전화기를 버리고 갈 수도 없었다. 연락 올 때마다 누구인지 알기위해 번호 검색용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런 이중불편을 감수하면서도 2G인 옛번호를 고집하는 것은 이미 내 번호를 알고 있는 주변인들에 대한 배려라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통화와 문자 외 별다른 추가기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삐삐를 고집하는 사람들보다는 한 수 아랫이긴 하지만. 신문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빨리 받아들여 편리하게 이용하는 얼리어답터 도반은 이런 문화지체 현상을 보이는 나를 향해 ‘국가IT정책에 반하는 매국노 짓 그만하고 빨리 010으로 바꾸라’고 했던 잔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다시 들려왔다. 

 

그 순간 여분으로 마련해 둔 카메라용 메모리와 전지를 제대로 챙겼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일어났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공항 면세점에서 추가로 구입했다. 작지만 또 짐이 늘었다. 한 가마니 위에 보태지는 것은 설사 한 홉일지라도 무거운 법이다. 첫 기착지 바라나시에서 여장을 풀고 충전을 하려는데, 두고온 줄 알았던 그 물건이 가방구석에서 튀어나왔다.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지었다.

 

갠지스 꽃등잔-.jpg

 

 

 

여명의 강변은 흰두교 순례객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붐볐다. 부처님께서도 새벽마다 강물에 얼굴을 씻고서 바라나시 강변을 자주 산책하셨다.《금강경》에 몇 번 씩 반복되며 나오는 ‘매우 많다’는 뜻의 항하사(恒河沙;갠지스 모래)는 무척 부드럽고 가늘었다. 강은 수중의 보궁(寶宮)이었다.

 

 1794년 지방장관인 자가트 싱(Jagat Singh)은 석재와 적벽돌이 필요하여 인근 사슴동산의 거대한 스투파(탑)를 해체하여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노출된 부처님 사리를 갠지스 강에 버린 이후 이곳은 불교성지까지 겸하게 되었다. 성당과 모스크를 겸한 이스탄불의 소피아 박물관처럼 겹 성지는 세계종교사에 더러 있는 일이다. 꽃등잔을 강물에 띄워보내며 인도대륙과 한반도 그리고 지구촌의 ‘종교간 평화’를 함께 기원했다.

 

소와  개까지 인간과 함께 살고있는 바라나시 거리는 볼거리의 연속이었다. 2600여년 전 당신께서 만났던 ‘생로병사의 고통’이라는 잊고 있었던 불편한 현실을 곳곳에서 마주쳐야만 했다. 전통 사리를 두른 여인네들의 화사함만이 칙칙하고 혼돈스런 도시분위기를 그나마 일정부분 상쇄시켜 주었다.  특히 ‘바라나시 산(産) 실크 사리’는 아가씨들에게 ‘결혼하면 잘살게 해준다’는 속설을 지닌 탓에 단연 인기라고 했다.  

 

갠지스 강가사람들-.jpg

 

 

마지막 전지로 교체하면서 새삼 ‘건망증도 쓸 데가 있네’ 하며 혼자 웃었다. 세 개의 건전지 덕에 종일토록 진풍경을 맘껏 담아낼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무겁게 지고 온 임대전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답게 문자전송이 전혀 되지 않아 문자애용자인 나에겐 별반 소용이 없었다. 세상만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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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해인사로 출가했다. 오랫동안 한문 경전 및 선사들의 어록을 번역과 해설 작업,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했다. 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 : munsu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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