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매체
휴심정과 제휴를 맺은 자매매체의 뉴스를 전하는 마당입니다

우리의 아들 용균이를 위한 기도

휴심정 2019. 01. 06
조회수 3690 추천수 0

이렇게 기도할 일입니다.                                            

 

어머니-.jpg » 추모제에서 오열하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자정을 넘어 오전 1시 반. 책상 위 핸드폰이 징징거립니다. 잠이 오지 않아 그저 눈을 감고 누워있던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또 어느 주정뱅이 친구가 제 술에 겨워 이 오밤중에 나오라고 전화를 하는 게지.

전화는 간격을 두고 한 시간여를 계속 징징댔습니다. 아이고, 저런 미친 녀석.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새벽 3시 무렵 같은 동네 사는 여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오빠, 왜 전화를 안 받아? 병원 응급실에서 나한테 전화가 왔어.” 아들 녀석이 응급실에 있는데 현재 상태는 말해줄 수가 없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거였습니다.

한 순간에 지옥이 몰려왔습니다. 이른 새벽의 간선도로는 휑하니 뚫려 있었지만 여동생이 모는 차는 하염없이 느리게 느껴졌고, 내 머리 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습니다. 마음을 겨우 다잡아 평정을 찾아가는 참이었는데, 몸은 마음과 달라서 자꾸 구역질이 났습니다.

 

높은 데서 추락했다는데, 이마와 얼굴 머리뼈에 둥그렇게 금이 갔지만 내출혈이 없고 의식이 있으니 정말 천운입니다. 허리며 다리 부러진 데도 없구요.” 의사 선생님의 이 말 한마디는 나를 지옥에서 천당으로 데려갔습니다.

아아, 세상에,‘아들이란 말이 이리 무서운 말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네 삶은 정말이지 간발의 차이로 천국과 지옥이 갈립니다.

있지도 않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닌, ()한 피조물의 실상.

 

용균이 어머니도 나처럼 새벽길을 허위허위 달려갔습니다.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고 구미에서 태안 병원까지, 머나먼 지옥의 길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아들 이름을 찾았지만 없었습니다. 아들은 영안실에 누워 있었고, 의사 선생님은 어머니에게 아들 마지막 모습을 차마 보여 줄 수가 없었습니다. 스물 네 살 꽃 다운 나이의 아들이 머리와 몸 따로였고, 등은 온통 컨베이어 벨트에 갈려서 타버렸다니.

오오,‘어머니란 말이며 아들이란 말이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이 그랬을까?

아들 용균이는 카톡 아이디가 가정행복이었고, 그렇게 효자였답니다.

 

고착단-.jpg » 사고현장에서 고착탄을 제거하는 모습을 재연하는 고 김융균씨의 동료.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아들은 석탄을 때서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매일 밤,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2킬로 미터가량을 오가며 아래로 떨어진 석탄 부스러기들을 퍼올리는 일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손전등도 지급하지 않아서 휴대폰 불빛을 비추어 가며 작업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들어가 본 석탄가루 날리는 아들 작업현장은 도처에 사고위험이 널려 있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마련된 손잡이 난간은 작업 중에는 오히려 추락위험이 있어 잡을 수가 없더랍니다.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에 끼일 위험이 있는 범위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거나 최소한 멈출 수 있는 안전줄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장치를 하면 기계가 수시로 멈추게 돼서 작업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군요.

 

김용군-.jpg » 생전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고 김용균씨의 모습

 

아무리 시정을 요구해도 발전회사는 들은 체도 않았다네요. 자기 아들들도 저런 작업장에서 일 시킬 수 있었겠나요. 용균이처럼 발전소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이 5년간 무려 40명이나 된다는군요.

안전장치 안하고 기계를 빨리빨리 돌리는 게, 그 때문에 죽고 다친 노동자들 손해배상해 주는 것보다 더 이익이랍니다. 돈이 사람의 주인 된 세상입니다.

그렇습니다.“높은 데서 떨어진 내 아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하기에 앞서, 스물 네 살 꽃 같은 용균이를 죽게 만드는 이 세상을 고치는 데 저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기도할 일입니다.

용균이는 비정규직을 없애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아들처럼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용균이 어머니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답니다.

"너 많이 보고 싶어. 너는 갔지만 엄마는 네가 원했던 그 뜻을 찾아 살 거야. 아들 사랑한다."


김 형 태 (<공동선> 발행인변호사)   

                    

<공동선 2019. 1, 2월호>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휴심정 | 2019. 03. 06

    지난 겨울 친구 둘을 보냈습니다.

  • 죽으면 어디로 가나죽으면 어디로 가나

    휴심정 | 2018. 09. 02

    그것을 겪을 때는 ‘정말로 하느님 없으신 것 같아. 배반하게 될 것 같아.’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 매순간 죽고 부활한다매순간 죽고 부활한다

    김형태 | 2018. 07. 03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

  • 동물의 왕국을 넘는 세상동물의 왕국을 넘는 세상

    김형태 | 2018. 03. 19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 왕중 왕이 왜 그렇게 사셨나요왕중 왕이 왜 그렇게 사셨나요

    김형태 | 2018. 01. 04

    애당초부터 선악과도 안 만드시고 사탄도 안 만드셨으면 사람들이 타락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 당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매다는 끔찍한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