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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상 6년만에 낙산사 부활 비결은

조현 2011. 09. 01
조회수 19268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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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사 경내 동해바다 옆에 자리한 의상대

 

 

끝없이 펼쳐진 동해 바다와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 오봉산의 솔바람, 눈 앞에 펼쳐진 설악산과 백두대간, 해안가 기암절벽, 그리고 이곳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 한두가지를 갖기도 어려운 천혜의 조건들을 빠짐없이 갖춘 곳이 강원도 양양 낙산사다. 그래서 시인 고은은 낙산사엔 반드시 ‘동해 낙산사!’라고 감탄사가 붙어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샘 때문이었을까. 지난 2005년 4월 양양 일대를 덮친 대형산불로 낙산사는 전각 20채 중 14채가 불타고 경내 80%가 소실되는 중화상을 입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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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화재 당시 불타고 있는 낙산사 전각

 

 

 지난 27일 화마가 할퀴고 간 낙산사를 방문한 지 6년여 만에 다시 낙산사를 찾았다. 당시 낙산사 심장 원통보전은 홀라당 타 주저앉았고, 타다만 소나무들은 숯기둥이 되어있었으며, 인근 바다마저 잿빛으로 물든 듯했다. 그처럼 그을린 영상을 이고 낙산사 경내에 들어선 순간 펼쳐진 전경은 눈을 의심하게 했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높이 솟아 자비의 미소를 짓고 있는 해수관음보살상만은 분명히 옛모습인데, 화마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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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이 번져 전소되다시피한 낙산사

 

 

 단원 김홍도가 그렸던 <낙산사도>를 기본모형으로 삼았다는 빈일루와 응향각, 정취전, 설선당, 고향실, 송월요, 근행당 등의 전각의 복원도 복원이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전반적인 조화다. 환골탈태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전각들이 답답하게 들어차 인근 산세나 바다와 조화롭지 못했던 옛 옷을 벗어버리고, 눈부신 나신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형세다. 6·25때 전소된 뒤 형편 될 때마다 무계획적으로 전각을 지어 볼품이 없었던 낙산사가 화마를 오히려 부활의 계기로 삼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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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내 솔숲에서 전각들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관람객 부부

 

 

 

 땅은 돋고 솔숲은 적당히 시야를 터 경내 어디서든 동해와 설악산과 백두대간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전각들을 요란하지 않은 단청으로 풋내 나지 않게 한 것이나 상당히 자란 소나무들을 배치한 것도 신축건물이란 사실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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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끔하게 새로 복원된 낙산사 전각들

 

 

콘크리트는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대신 돌담과 돌층계가 단단함을 더했고, 길도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호젓한 오솔길로 바꾼데다 하수구마저 멋진 표석을 올려 명물로 만든 섬세함이 배어있다. 돈으로 대치하기 어려운 정성과 안목이다. 곳곳에 배치된 벤치에서 평화롭게 앉아있는 관람객들과 어우러진 풍경이 극락진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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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하나 돌과 대리석으로 단장한 계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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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지어진 템플스테이관 옆 돌로 단장된 하수로

 

 

 관람객들의 만족은 ‘외경’으로 그치지 않는다. 경내 10여개의 자판기에서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고, 의상기념관 국수공양실에선 점심 때면 국수도 무료로 준다. 연간 10만명이 먹었다는 깔끔한 국수를 맛보니 별미다. 원통보전 앞 전각에선 무료로 차도를 배우며 전통차를 시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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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로 제공된 녹차를 마시며 다도를 배우고 있는 관람객 가족

 

 

 낙산사 주지로 부임한 지 보름 만에 대형산불로 화마를 입고도 “부덕한 탓”이라던 한주 정념 스님은 “불자든 아니든 누구나 편하게 와서 쉬고 갈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가장 궁핍할 때 오히려 자비를 베푸는 역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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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사 주지 부임 보름만에 화재를 당해 낙산사를 복원해낸 한주 정념 스님

 

 

그는 산불로 낙산사가 불타 복원이 시급해 한푼이 아쉬운 시점에 오히려 낙산사 입장료를 없애고, 양양시내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시행한 장본인이다. 그것이 복이 된 것인지 전국에서 낙산사 복원에 동참하는 불길이 화마보다 더 강하게 일었고, 불교 외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인들까지 나서 도왔다. 2년 전 복원불사를 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것도 은혜를 지역민들에게 돌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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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바다 옆 경내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관람객들

 

 

 60여억원을 들여 양양시내 2500여평에 유치원과 공부방, 도서관을 지어 양양의 아이들이 무료로 좋은 시설에서 지내는 ‘특혜’를 누리게 했다. 이곳에선 자기들만 별도로 ‘무료’ 혜택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아이들을 위해 차상위계층 아이들도 똑같은 혜택을 준다고 한다. 수혜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복지다. 낙산사는 또 100여명이 사는 노인요양원과 무료로 식사를 대접받으며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도 양양시내에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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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상대사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곳에 세워진 낙산사 홍련암

 

 

양양시민의 마음이고 낙산사의 마음일까. 경내 찻집 벽엔 ‘오유지족’(吾唯知足·너와 내가 만족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이란 글씨가 걸려있다. 낙산(洛山)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보타락가산의 줄임말이다. 무언가를 구하는 중생보다 늘 주면서도 관음보살이 더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낙산은 나눔의 기적을 통해 동해바다에 화마의 상처를 씻고 떠오른 한송이 연꽃이다. 드디어 모두가 함께 즐거운 낙산(樂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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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사 경내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보살상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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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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