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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되고픈 18살 옥연이의 소원

김인숙 수녀 2011. 10. 19
조회수 13478 추천수 1


 풀죽어 자는 것도 가난하지만 눈 맑은 그
 지극히 작은, 그러나 지극히 가족적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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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덟 살 옥연이는 나와  삼 년째 살고 있다. 엄마는 옥연이 유치원 때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택시 기사인 아버지가 출근하고 나면 옥연이는 혼자 집을 지키며 자랐다. 늘 풀죽은 목소리에 수면제에 취한 듯한 걸음걸이. 옥연이의 잠자는 모습은 왜 또 그리 가난한지…….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종일 혼자 지내다 지치면 잠이 들었던 옥연이의 어릴 적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나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방 구석진 곳에 모로 누워 있는 옥연이를 볼 때마다 채근한다.


 “옥연아, 왜 이렇게 가난하게 자니 응? 좋은 이불을 줘도 좋게 못 덮고, 노숙자처럼 구석에서 웅크리고, 이게 뭐야 둘둘 말고서….” 어느 땐 자고 있는 옥연이를 일부러 깨워 바르게 눕히고 단정히 이불을 덮어준다. 정말 오그리고 계속 그렇게 자면 시집가서도 저 자는 모습대로 궁핍을 면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작년 가을쯤이다. 아이들에게 미래에 ‘내가 엄마가 된다면?’ 이라는 상상의 글을 쓰게 했다. 포토에세이 방법으로 주제에 따른 사진을 보면서 엄마가 된 자기가 이럴 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인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엄마가 된다면?’ 옥연이는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꿈꾸었다.
 
‘나는 23살이 되면 항상 밝은, 평범한 회사원인 남자와 결혼할 것이다. 자녀는 아들, 딸 두 명을 낳고 싶다.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내 자녀들은 누구를 닮으면 좋을까? 우리 아이들은 나의 눈을 꼭 닮았으면 좋겠다. 또 성격은 내 남편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아이들은 어떤 성격에 어떤 눈으로 볼까? 상상이 된다. 내 딸 이름은 ‘미화’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 이름은 ‘하윤’이라고 짓겠다.


 나의 자녀 교육방법은? 나는 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글자 하나하나 읽어주고 같이 쓰고 아이에게 어렵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 만약 잘못해도 혼내지 않고 천천히 잘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는다면? 나는 “미화야, 하윤아, 안심하렴. 늘 너의 곁에 엄마가 있잖아? 그러니 우리 미화랑 하윤이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엄마가 옆에 있어줄게”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아이가 엄마에게 우산을 갖다 달라고 한다면?  나는 “미화야, 엄마가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한 후 나는 우산을 들고 딸아이에게 달려갈 것이다.

엄마로서 맞이하는 아침에 난 일어나자마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얼굴을 씻은 후 가족들의 자는 모습을 한 번 보고 나서 아침밥을 하고 남편을 깨운 후, 내 남편과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볼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내 남편 넥타이를 메주고, 회사 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집안일을 할 것이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지겹도록 밥을 차려줄 것이다. 여러 가지 몸에 좋은 반찬과 국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내 아이와 남편이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할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소풍을 간다면, 난 도시락을 어떻게 싸줄까? 나는 집 근처 분식점에서 사주는 것보단, 내가 직접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해 줄 것이다.’
 
욕심 없는, 평범한 주부가 되고 싶은 옥연이. 눈이 맑은 옥연이는 자기 눈을 닮은 딸을 낳고 싶단다. 그리고 이름을 ‘미화’라고 짓겠단다. 옥연이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의 훈기를 느끼게 했던 수녀님을 잊을 수 없다. 그 수녀님의 이름이 ‘미화’였다. 엄마가 지은 밥을 거의 못 먹고 자랐기에 결혼을 하면 자기 가족에게 지겹도록 밥을 차려주겠다는 옥연이.

내가 사는 마자렐로 센터에는 옥연이처럼 아픔이 많은 40여 명의 십대 소녀들이 살고 있다.
 
 
돈보스코 예방교육 


우리 사회 안에는 감투에 또 감투를 첨부하면서 왕성한 활동에 몸바치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이 시대는 한 가지 역할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 잊어선 안 되는,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정말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수녀인 저에게는 ‘작가’라는 명칭이 하나 더 따릅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 수도생활을 소홀히 한다면 저는 가장 중요한 제 신분을 잊고 사는 수녀가 됩니다. 
 

예방교육자 돈 보스코는 사제이면서도 웅변가요, 수백 권의 책을 쓴 저술가, 연극배우, 심지어는 기업가가 되어 박람회에서 제지공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돈 보스코는 “나는 사제로서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라며 언제나 자신의 신분과 진정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


 

자녀는 엄마의 빛나는 감투도, 자랑스런 사회활동도, 결코 자기를 위해 고실고실 밥 짓는 엄마보다 더 사랑하지 않습니다. 밥은 생명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밥을 짓는다는 것은 가족에게 생명을 건네는, 더 이상 거룩할 수 없는 활동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밥을 짓기 위해 재촉하는 엄마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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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과 죽음이 닥치기 전 우리 몸에 오는 신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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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수녀
청소년 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이며 작가입니다. 지난 5월에 또 한 권의 책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냈습니다. 먼저 방황해본 10대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멘토링 책입니다.
이메일 : clara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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