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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들의 행복관

도법 스님 2015. 10. 04
조회수 5361 추천수 0


친구야,

추석 명절 한낮인데 지금 나는 세월호 천일기도단에 앉아 있네.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기분 좋은 분위기이네.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도단에 남겨진 글들을 읽었네. 그중에 피울음 토하는 물음들이 있어 옮겨보네.


“죽어라 분노하고 투쟁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4월16일입니다. ‘끝까지 싸우자 척결하자’ 하고 결기만 세우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달라질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게’ 하고 절절히 다짐하고 처절하게 통탄 분개했는데 그래도 길은 오리무중입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긴 한숨만 나옵니다.”


어디에서 길을 잃은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원점으로 돌아와 첫 마음이 담긴 천일기도문을 펼쳤네.
“세월호, 당신들이 국민들 가슴에 잠들어 있는 어머니 마음 일깨웠습니다. 그 마음 길이길이 흘러야 합니다. 그곳에 우리 희망이 있습니다.”
해답은 세월호가 일깨운 어머니 마음이었네. 내 자식을 살리는 일, 내 아이들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인들 마다할 어머니 마음이 어디 있겠는가.


think2.jpg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친구야,
내 생각엔 딱 한가지면 충분하다고 보네. 멀리 갈 것 없네. 실상사 현장에 문제도 있고 해답도 있네. 실상사에선 매일 아침 <행복경>을 읽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실상사 식구들이 행복하지 않네. 기회만 주어지면 너도나도 돈 쓰고 시간 쓰며 오늘도 내일도 무지갯빛 행복 찾아 삼만리 하네. 그런다고 돌아올 때 행복을 짊어지고 오지도 않네. 그러니 실상사 사정도 별반 나아지지 않고 그렇고 그렇네. 매일 읽는 <행복경>을 간추려 보겠네.


“정의롭고 자애로운 서원으로 살아갈 것, 학문과 기술을 두루 배우고 익히며 질서있게 일하고 혼란스럽지 않게 할 것, 가족이 화목하고 이웃과 서로 돕고 나누고 살 것, 참기 힘든 것을 참아내고 거친 상대에게도 온순하게 대하며 살 것, 사람을 대할 때에는 존경과 겸손을, 일에는 만족과 감사의 마음으로 살 것,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신을 보아 깨끗한 말과 행동을 지키며 살 것… 이것이 최상의 행복입니다. 이렇게 알고 살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행복도사인 붓다의 행복관과 우리들의 행복관이 하늘과 땅처럼 다른 점을. 일반화된 우리들의 행복관으로 살아온 결과 매일같이 돈, 집, 차, 1등, 부자 타령을 하게 되네. 아이들이 살벌한 경쟁판으로 내몰리고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네. 자원과 에너지를 한없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죽임의 핵세상으로 달려가게 되네. 절망이네.


반면 붓다의 행복관으로 살면 어떻게 될까. 틀림없이 돈·부자·1등 타령 하지 않는 세상, 경쟁 없는 세상, 핵 없는 세상, 그리하여 안전한 세상으로 가게 될 것이네. 우리가 바라는 희망의 길이 열릴 것이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어리석은 행복관에 사로잡혀 서로 상처 주며 사는 불쌍하고 한심한 인생이네. 대통령도 기업가도 다르지 않네.


불쌍한 우리 모두를 구하는 길은 아이들을 향한 어머니 마음으로 어리석은 행복관에서 탈출하는 것이네. 그 길 말고 다른 길이 있지 않네. 국민적 지혜와 마음을 모아 어리석은 행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국민운동을 펼쳐야 하네.


온 국민이 붓다의 행복관으로 삶을 가꾸는 강물 되어 흘러가야 하네. 그렇게 하면 나룻배인 대통령과 기업가도 강물 따라 흘러가게 되네. 그래야 세월호 지옥에 빠진 대통령도 우리도 유족도 함께 구원되네. 그곳에 세월호의 기적, 우리의 희망이 있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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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1990년대 불교 개혁운동을 시작, 2000년대 들어 지리산살리기운동을 하면서 5년간 생명평화 탁발순례단을 꾸려 전국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녔다. 남원 실상사에서부터 생명과 평화의 기운을 전국에 보냈고, 지금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며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메일 : suh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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