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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로 의식불명인 그, 이별연습했나

서영남 2011. 09. 30
조회수 1268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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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베로니카 부부   사진 민들레국수집 제공

 

 

LS그룹의 회장님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민들레국수집을 도와주십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오셔서 우리 VIP손님과 똑같이 식사를 하셨습니다.   

 

네팔 친구인 "인드라" 씨가 오후에 작은 가방 하나 들고 국수집을 찾아왔습니다.   한국에 온 지 21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마흔 하나입니다.  심장병이 있습니다.  병원에 있다가 얼마 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장씨 할아버지가 도와주셨다고 합니다.

 

장씨할아버지는 일흔 둘입니다.  몽고에서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십여 년 전부터 몽고로 돌아갈 기회를 얻으려고 애썼지만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손님이 되었습니다.  인드라와 함께 노숙을 했다고 합니다. 장씨 할아버지와 함께 온 "인드라"씨만 받을 수 있는데 ...  대략난감.

 

마침 상원(가명)씨가 살던 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상원씨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상원씨는 예순이 넘은 분입니다.  자칭 연세대를 나왔다고 했습니다.   부천의 어느 초등학교에 경비로 취직이 되었는데 노숙을 하면서는 어쩔 방법이 없다고 난감해 했습니다.  방을 하나 얻어드렸습니다.  월급은 한 달 보름 정도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열흘 정도의 인건비를 깔아놓고 임금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교통비를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월급 받아서 꼭 갚겠다고 했습니다.  어제가 월급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챙겨드린 살림살이마저 싹 들고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장씨 할아버지가 지낼 방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장씨 할아버지에게 아픈 인드라씨를 돌보면서 함께 지내시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참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드라씨와 장씨 할아버지가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민들레 식구인 용운(가명)씨가 장어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옛날에 한 번 먹어보았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고 합니다.  다른 민들레 식구들도 덩달아 장어가 먹고싶다고 합니다. 

 

속이 뜨끔합니다.  장어 두 마리 구워놓고 오륙만 원이나 받는데...  우리 식구들이 한 점씩이라도 먹으려면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민들레 식구들이 동인천 역 근처에 장어구이를 하는 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꼼장어와 아나고를 파는 곳입니다.  일인분에 만이천원입니다.  조금은 다행입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의 민들레 식구들까지 모였습니다.  열 네 명이나 됩니다.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이 소원을 풀었다고 합니다.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성우씨가 처음으로 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는 문자였습니다.


 청송을 다녀왔습니다.  두 젊은이(진태군과 관태군)는 동인천역 근처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 4시 반에  아파트로 왔습니다.  함께 청송으로 출발했습니다. 안동 신시장에 들러서 송편을 마련하고 특별 허락을 얻은 "순대"를 조금 장만했습니다.  3교도소에서 형제들을 만났습니다.  순대를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요!  꿀맛이라고 합니다. 점심은 1교도소 소장님께서 사주셨습니다.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곧이어 1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스물다섯 형제들이 나왔습니다.  얼굴이 참 밝아졌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분 좋은 길이었습니다. 한 밤중입니다.  새벽 두 시쯤인가 전화가 왔습니다.

민들레 식구인 성우(가명)씨가 한양대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것입니다.  밤 늦게 인천 막차를 타려다 전철역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는 것입니다.  심장은 다시 뛰지만 의식불명이라고 합니다.

 

서둘러 민들레국수집에 가서 준비를 해 놓고, 민들레 진료소도 무난히 진행되도록 해 놓고 민들레 식구인 창일(가명)씨와 함께 한양대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병원 응급실에 처참한 모습으로 성우(가명)씨가 누워있습니다.  중환자실 자리가 나면 옮기도록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무슨 관계냐고 묻습니다.  아무 관계가 아닌데...  민들레국수집이라고 했더니 마침 원무과 팀장께서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그리고 함께 같던 창일씨와는 중학교 같은 반이라고 합니다.  연휴가 끝나야 일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일씨에게 성우씨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시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성우씨가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방을 살펴보았습니다.  깨끗합니다.  배낭 하나에는 안전화 한 컬레와 세면도구가 있을 뿐입니다.  언제라도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오후에 창일씨가 돌아왔습니다.  원무과 친구가 잘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성우씨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민들레가게에서는 손님들에게 운동화를 나눠드렸습니다.  신발이 너덜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거금을 들여서 운동화 서른 컬레를 샀습니다. 

 

한양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이 있고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서둘러 병원을 갔습니다.  내과계 중환자실에 성우씨가 누워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상태를 알려줍니다.  병원에 오기 전에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는 상태였고 얼마 전부터 부정맥이 있었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심장이 멈췄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합니다.  심장이 3분 정도 멎으면 뇌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연휴가 끝나고 정상업무가 시작되어야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습니다.  간호사들도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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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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