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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는 아들, 어떡해야 하죠?

법륜 스님 2015. 06. 17
조회수 18448 추천수 0



공부 하지 않는 고3 아이 때문에 걱정인 아버지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큰 아이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작은 아이는 지금 고3인데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원이나 과외를 나름대로 시켜봤는데 전혀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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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내 말을 잘 듣게 하는 방법이 뭐냐, 이 얘기예요? 그런 방법은 저도 몰라요. 자기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어요?”

 

“잘하지 못 했습니다.” (청중들 웃음)

 

“공부 못한 자기도 장가 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지요?”

 

“네,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도 공부 못해도 잘 살 겁니다. 나도 잘 사니까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걱정이 됩니다)”

 

“공부를 잘해야 된다는 것에 집착하면 우리 아이가 못난 아이가 되잖아요. 지금 부모가 자기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부모도 자기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 사람 그 누가 이 아이를 잘난 아이라고 생각해 주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못난 아이라고 생각해도 그래도 부모만큼은 ‘너는 괜찮다’ 이렇게 격려해 주어야 하지요.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어떤지 몰라서 그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우리 딸은 쓸모가 하나도 없어요’ 라고 한다면 당신 같으면 친구를 맺겠어요? 안 맺겠지요. 그런데 어떤 부모를 만나보면 ‘딸이 공부도 안 하고 말도 안 듣고...’ 이렇게 저한테 실컷 욕을 해 놓고는 이런 부탁을 합니다. ‘스님, 어디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청중들 웃음)

 

엄마도 욕하는 딸을 어느 남자가 데려 갑니까? 누구 집 아들을 죽이려고 그래요? 그런 것처럼 자꾸 ‘아이가 공부를 잘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아이가 못난 아이가 됩니다. 부모도 내 아이를 못난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아이는 미래의 전망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공부 못한다고 다 야단을 쳐도 아빠라면 ‘공부가 전부가 아니더라. 학교 다닐 때 공부 1등하던 아이들이 일찍 죽은 경우가 많더라’ 이렇게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빠도 공부를 못했지만 이렇게 결혼해서 잘 살잖니. 그러니 너도 잘 살거야’ 이렇게 얘기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아빠, 나는 공부를 못해서 문제야’ 하더라도 아빠는 ‘괜찮아, 아빠도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어. 그래도 이렇게 잘 살잖아’ 얘기해줘야 해요. 그리고 ‘장관이나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해서 밥도 먹고 사는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너를 낳은 것만 해도 큰 소득이지. 아빠가 볼 때는 괜찮아. 너가 너 자신의 수준을 너무 높여 생각해서 그런 거야.’ 이렇게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빠가 자꾸 아이를 보고 ‘못난이’ 라고 말하면 아이가 진짜 못난이가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벌써 아빠가 자기를 못난이라고 증명을 해버렸잖아요. 그러니 아이가 어떻게 기를 펴고 살 수 있겠어요?

 

아이는 괜찮아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를 닮아서 공부를 못하는 거예요.” (청중들 웃음)

  

“네, 그렇네요.” (질문자 웃음)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즉 나라 돈을 떼먹었거나 부정 축재를 했거나 정치적으로 오류를 범했거나 한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공부 잘하던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공부를 못하면 ‘적어도 이 세상에 못된 짓은 안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하면 이 세상에 좋은 일도 하지만 못된 짓도 크게 합니다. 공부를 못 하면 적어도 못된 짓을 크게 할 가능성은 없어요. 그것만 해도 큰 복입니다.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등수를 매기는 건 공부만 매길 수 있어요? 조선시대에 과거 시험을 잘 보려면 수학을 잘해야 해요? 영어를 잘 해야 해요? 그런 것은 다 필요없고 한문으로 시만 잘 쓰면 되었죠. 또 조선 시대에는 노래 잘 하면 광대 밖에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는 것을 높게 평가를 하잖아요. 또 공을 잘 던지고 때리는 것도 요즘은 높이 평가를 합니다. 농사 짓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재능 있는 사람과 재능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어떤 사람도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다만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만 말할 수 있어요.

 

서울대 나와서 행정고시도 합격하고, 사법고시도 합격하고, 외무고시도 합격해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도 심리 불안으로 아무 것도 못하고 집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나아요? 공부 좀 못 해도 건강하게 농사 짓고 사는 게 나아요?“

 

“후자가 낫습니다.”

 

“큰 아이가 잘 될지 작은 아이가 잘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공부 잘 하는 사람 치고 효자가 없어요. 공부 못 하는 아들이 어쩌면 질문자가 아플 때 집에 와서 병수발도 하고, 이사 갈 때 짐도 옮겨 줍니다. 공부 잘해서 높은 직위에 올라가면 이사갈 때 짐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고, 아파도 병수발을 못 합니다. 그래서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한테는 돈만 자꾸 들어 갑니다. (청중들 웃음)

 

공부 못하는 아이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둬버리면 돈 들 일도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직장을 빨리 구하면 돈도 벌잖아요. 그것을 격려해주면 자립을 빨리 하는데, 계속 야단을 치면 아이가 불만이 생겨서 맨날 컴퓨터 게임만 하고 술 먹고 골치덩어리가 됩니다. 자포자기 하는 것으로 아버지한테 복수를 합니다. 자꾸 야단을 치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오히려 없어져 버리고 ‘니가 나를 욕해? 좋다. 나도 너한테 복수하겠다’ 이렇게 나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복수하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알아요? 자학하는 겁니다. 자기를 형편없이 만들어 버리는 거죠. 그러면 부모는 속이 타겠지요. 부모가 잔소리를 많이 하면 대부분 자식이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야단을 치면 안됩니다. 격려해주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공부를 안 하면 질문자가 일할 때 데리고 다니면서 못이라도 하나 칠 수 있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공부 잘 하는 아이는 부모가 자식의 노예생활을 해야 돼요. 뭐 때문에 아이 낳아서 노예 생활을 합니까? 아들은 잘 되면 다른 여자 쫓아가 버리는데, 그래서 그 젊은 여자 좋은 일 시킬 뿐이지 부모한테 무슨 혜택이 돼요? (청중들 웃음)

  

그러니 아이를 낳으면 세 살 때까지는 끔찍히 사랑해주고, 네 살이 되면 그때부터 심부름을 시켜야 됩니다. 설거지도 시키고 청소도 시켜야 합니다. 어리니까 제대로 못하고 사고도 내고 그러겠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연습을 해야 하니까요. 옛날에는 아이 키우기가 힘들었지 키워놓으면 다 일꾼이 되고 효자 노릇을 했거든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너무 아이를 과잉보호 하니까 나이 들어서도 자식이 무거운 짐이 됩니다. 부모가 잘못 키워서 그렇게 되는 겁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을 자업자득이라고 합니다. 남편을 잘못 만난 것과 부모를 잘못 만난 것은 100% 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자식이 잘못된 것은 100% 내 잘못입니다. 누가 아이를 낳았어요? 내가 낳았지요. 아이가 나를 낳아 달라고 그랬어요? 자기가 좋아서 헐떡 거리다가 낳았잖아요. 누가 키웠어요? 내가 키웠잖아요. 그런 아이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누구를 닮아서 그런 거예요? 나를 닮아서 그런 겁니다.

 

자식을 좋게 생각해야 자기 자신도 긍정이 됩니다. 항상 ‘우리 아이 참 좋다’ 이러면 부모인 나도 좋은 사람이 됩니다. ‘우리 아이 문제다’ 하면 부모인 나도 문제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아이도 버리고 자신도 버리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혹시라도 ‘아이가 공부 못해서 어떡해요?’ 물으면 ‘그래도 학교는 잘 다녀요’ 이렇게 얘기하면 됩니다. 꼴지라도 하려면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 꼴지를 하지요. 학교도 안 다니면 꼴지도 할 수 없잖아요. 학교도 안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청중들 웃음)

 

아이가 공부에 취미가 없으면 그냥 놔두세요. 그 아이는 또 다른 재능이 있습니다. 다시 물어볼게요.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거예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청중들 웃음과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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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가 환하게 웃습니다.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즉문즉설의 힘이란 이런 걸까요? 아이가 문제가 많다고 답답해 하던 아버지는 스님의 답변을 듣고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스님께서는 이어진 다음 질문에서 생과 사가 없는 도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위의 질문자의 사례를 다시 언급해 주셨습니다.

 

“방금 전 남자 분이 아이가 공부 못해서 괴롭다고 했죠. 아이는 본래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공부 잘 하기를 원하면 아이는 문제아가 됩니다. 그러나 ‘공부 잘해서 뭐하노?’, ‘공부 잘한다고 꼭 좋은 게 아니더라’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 됩니다. 본래 문제가 없는데 내가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 되고, 내가 문제로 안 삼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됩니다. 문제가 있고 없음은 아이한테 있어요? 나한테 있어요? 나한테 있습니다. 얼음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나의 인식에 달려 있듯이 말이죠. 이것이 일체유심조의 뜻입니다. 깨끗하다 더럽다 하는 모양도 마음이 짓는 것이지 그 물건에 깨끗하고 더러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 안 하는 아이에서 시작된 괴로움은 ‘생사해탈’과 ‘불구부정’, ‘일체유심조’의 진리에 다다릅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고민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연결이 되자 ‘아하! 그렇구나’ 하는 탄성이 터집니다.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 중에서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불교 교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또 스님께서는 무엇이 제대로 불법을 공부하는 것인지 일러주셨습니다.

 

“공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지식적인 문제입니다. 참선을 어떻게 해요?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공부 안 하는 아들 때문에 괴로워 죽겠어요’ 이런 질문은 문답을 하다가 괴로움이 없어져 버려요. 이것은 괴로움이 사라지는 ‘도(道)’에 바로 들어가는 질문입니다. 지식이나 기술을 익힌다고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8105&page=1&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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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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