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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보다 성스런 푸줏간 삼형제

청전 스님 2011. 10. 25
조회수 17437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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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땅에 오래 살면서 신분제도의 계급과 행정 관공서의 관료의식에 찌든 그들 모습 앞에서, “아, 이게 인도구나!”를 많이도 경험해왔다. 특히 사람 사람간의 태어 날 때부터 정해지는 신분 계급에서 오는 차별이란 인도 역사 수천 년의 한이기도 하다.

 

하긴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보면 양반 상놈 천민의 계급이 있어왔다. 또 어느 민족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계층 간의 우열이 꼭 존재해 왔다. 이천년 유럽사회에서의 사람을 팔고 사는 노예제도도 이 부류에 속한다. 이 열린 시대에 와서는 어느 나라에도 이런 구시대의 잔재 물은 거의 없어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인도 땅에서 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인도 사회 안에 굳어진 계급의 힘을 이해하려면 인도에 오래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데, 이는 참으로 미묘한 인도 내면에 숨은 사회 신분제도 문제 중의 하나이다.  우리 외국인으로써 이 무서운 민중 계급이란 참으로 불가사의 한 것이다. 일찍이 부처님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즉,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삶의 자기 행위에 의해 정해진다고 선언 했다. 

 

 그래서 기존 힌두교 사회에서 시대의 반항 자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끝내 이 계급의 모순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유히 깊게 인도 종교 및 사회 문화 역사로 굳어져 흘러왔다. 지금도 언제 어디서나 이 계급의 힘은 작용되며 가히 놀랍고 놀라운 인도에만 있는 복잡한 차별인 것이다.

 

 필자의 인도 삶에서 이 계급의 무서운 힘을 곳곳에서 경험해 왔다. 지금 쓰려는 글은 아래 시장터에 자리한 푸줏간 삼형제의 이야기이다. 다달이 적어도 한두 번은 이분들과 얼굴을 대한다. 이곳 티벳 난민촌에 이십여 년이 넘는 삶에서 자연스럽게 음식문화도 티벳 사람들을 따르게 되었다. 즉 때에 따라 인연이 되면 육식을 하게 된 것인데, 주로 양고기를 먹게 된다.

 

 처음에 와서 먹으려던 양고기의 역겨운 냄새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근 삼년이 되어서야 이 양고기를 먹는데 익숙할 수 있었고, 점차로 요리법이며 냄새 제거 방법을 배워가게 되었다. 

 

푸줏간 형제-.jpg

 

 


   한번은 법회장의 달라이 라마께서,
  “한국스님이 이젠 고기를 먹느냐?”는 질문에,
  “예. 먹습니다. 참 맛있던데요.”라고 대답했다가,
  “비구는 고기 먹을 때 맛있다고 하면 안 됩니다.”라고 하시며 웃음 반 꾸지람 반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일단 푸줏간의 생업, 도살 업은 하층 계급에 속하여 일반 사람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멸시와 천대를 받는다.  일상 사회의 삶이란 게 존경이란 아예 없는 계급인 것이다.  그런데 이 세 형제분의 삶에서 오는 행동이나 얼굴 모습이 어쩌면 그리도 온화하고 편안한 모습일까. 어쩌면 적정처의 수도자 얼굴 모습이다. 막말로 요즘 탐욕의 번뇌로 가득 찬, 종교가 이미 직업으로 되어버려 가질 것 다 가진 일부 현대판 성직자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얼굴에서 민중이 과연 무얼 느끼겠는가.  민중으로부터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이 베어 나올까? 

 

 일부러 이 글에 그 분들 사진 두 장을 올린다. 구닥다리 사진은 10년 전에 찍은 오래된 필름 사진이고 한 장은 얼마 전의 디카 사진이다.  그런데 막둥이 형제가 안 보이는 것은 올 봄에 이 세상을 떠났단다.  인간 사회 어디나 그놈의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바탕으로 하는 고(苦)와 무상(無常)이 뿌리인 것이다.  올해 둘째 형제는 72살이란다. 맏형님은 85살의 노구인데 얼마 전 빗길에 넘어져 엉덩이를 다쳤다며 걸음이 불편하다.  아예 일은 다 접은 상태이고 고기가게에서 허드렛일을 거둘 뿐이란다. 영양제와 진통제, 붙이는 파스를 드렸지만 그 노구에 쉽게 낫기는 어려우리라.

 

 필자는 이런 사회 밑바닥에서 민중 삶의 바탕을 이루는 순박한 그들의 진실 된 자리에서 숨어있는 나의 모습과 나의 삶을 바로 보는 계기가 된다. 직업적으로 정해 노은 날마다에 때 맞춰 큰 사원과 신전에서 온갖 비싼 공물을 잔뜩 차려 놓고, 거추장스럽게 번지르르한 옷가지를 챙겨 입고서 자기들만 아는 어떤 의식이나 예식은 더 이상 민중에게 생명력이 없다. 성직자의 판에 박은 거창한 장광설과 비린내 풍기는 허례허식 보다는 진실하며 위선이 없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민초들의 삶이 바로 이 세상의 스승인 것이다.

 

 이제 해마다에 나이 들어가는 남은 두 형제가 건강하게 오래 살며, 이 정직한 삶이 바탕이 되어 다음 생에서는 더 나은 행복한 인생길이 되기를 기원 한다.

 

   2011년 10월도 다 가는 히말라야의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비구 청 전  합장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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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이메일 : cheongjeon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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