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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통찰과 노무현의 통찰

이남곡 2011. 07. 15
조회수 58375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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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13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정공이 공자께 질문했다. “한마디의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다니, 그런 말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말이란 그렇게 한마디로 그 뜻을 나타낼 수 없거니와, 사람들이 일러오기를 ‘임금노릇하기가 어렵고, 신하노릇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였으니, 만일 임금 되기가 어려운 줄을 안다면 이것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말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이 말했다. “그러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잃는다 하니, 그런 말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말이란 그렇게 한마디로 그 뜻을 나타낼 수 없거니와, 사람들이 일러오기를 ‘나는 임금이 된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내가 말을 하면 아무도 나를 어기지 못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라고 하였으니, 만일 임금의 말이 옳기 때문에 아무도 어기지 못한다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만일 그 말이 옳지 않은데도 어기지 못한다면 이것이 한마디 말로 나라를 잃는다는 말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

 

 위정자의 됨됨이가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잘 지적하고 있다.

‘나라를 흥하게 하는 말 한마디’와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말 한마디’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한 마디 말로서 그것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도 세간의 말을 인용하여 위정자의 올바른 태도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하고 있다.

두 종류의 위정자를 들어 ‘나라를 흥하게 하는 자’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로 구분하고 있다. 요즘말로 하면 ‘일(역할)을 즐기는 자’와 ‘권세를 즐기는 자’로 나누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 노릇 하는 것의 어려움을 알고 그것을 잘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나라를 흥하게 하는 위정자인 것이다. 반면에 자기 말을 사람들이 거스르지 않는 것을 즐기는 자, 즉 자기의 권세와 위력을 즐기는 위정자는 나라를 망치는 위정자인 것이다. 공자의 이 통찰은 시대를 넘어 정치의 요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자의 시대보다는 현대에 와서 더욱 현실적인 테마로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권세를 즐기는 위정자는 금방 심판을 받게 된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정치의 목적이 권력을 쟁취하는 것으로부터 상생과 조화를 만들어내는 기술(예술)로 변해가는 것이다. 힘이 지배하는 동물계의 질서가 아니라 모두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의 정치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들의 의식이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옛날에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의식 특히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인의 의식은 그 제도의 변화에 비해 낡은 욕구나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도자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금은 선거에 의해 국민이 선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국민의 판단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다. 국민이 선택의 눈을 더 밝게 하는 것과 함께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흥하게 하는 길이다. 요즘말로 하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길이다. 공자가 생각하는 좋은 위정자는 남을 지배하려는 권력의지의 포로가 아니라 아집이 없이 상하가 소통하면서 정치 본연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을 정치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인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위정자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본격적인 대권(大權) 레이스가 시작되고 있다. 자천 타천으로 그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는 사람들은 ‘나는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국민들도 여러 가지 판단기준으로 선택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대권주자들이 이 물음에 얼마나 진지한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서 그것을 판별하는 안목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른바 이것이 ‘진정성’인 것이다.

지난 정부 때 대통령(노무현)이 ‘대통령 노릇하기가 힘든다’고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이 공자가 말한 지위군지난(知爲君之難)과 통하는 것이라면 훌륭한 위정자의 품성을 표현하는 말로 들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위정자의 가장 큰 덕목은 아집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나 집단들과 소통할 수 있는 품성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유약한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권위나 진정한 힘을 가진 위정자로 되는 것이다. ‘대통령 노릇의 힘듦’을 아는 것은 그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치의 목적이 권력의 쟁취나 실현이 아닌 국민 모두의 행복의 증진이라는 그 본연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힘이 들 수는 있지만 아집이 없다면 그 역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 노릇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지도자를 대망(待望)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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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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