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결혼 10개월만에 온 권태

법륜 스님 2012. 09. 17
조회수 14853 추천수 0


위기의 부부.jpg

그림    <한겨레> 자료



-결혼한 지 10개월째입니다. 남편에게 별 불만은 없는데, 다만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저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아이를 가지려고 직장을 그만뒀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 때문에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편이 결혼하기 전 10년 동안 다달이 100만원 정도를 드렸다는데 결혼하고부터 30만원을 드리는 것도 불평을 하시고, 남편이 잘못한 것까지 저를 나무라시면서 아들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내 남자 아닐 때는 내 사람 만들려고 잡으러 다니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다 잡아 놓고 나니까 별 재미가 없는 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자꾸 재미없다고 불평하고 간절히 바쁘기를 원하다 보면 정말로 바쁜 일이 생기게 됩니다. 남편이 내 수중에서 다시 빠져나가겠다고 해서 도망치는 남편을 잡으러 다니느라고 정신없이 바빠질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무슨 사고가 생겨서 바빠질 수도 있고. 그렇게 바쁜 것보다는 지금처럼 아무 일 없이 편안한 게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입니까.


고마운 일을 고마운 줄 모르는 이런 심보로 아이를 낳고 키우면 얼마 못 가서 결혼 괜히 했다고 괴로워하게 되고, 그러면 아이 마음까지도 나쁘고 불행해집니다. 지금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쥐약인 줄을 모르고 맛있다고 달려드는 겁니다. 지금 한가한 게 좋은 줄 알고, 아이 없는 게 좋은 줄 알아야 합니다. 계속 욕심을 내면 화를 자초하게 되고, 나중에 일이 닥치고 나면 ‘그때가 좋았구나…’ 후회하고 아쉬워하게 됩니다.


그러니 내일부터 아침에 일어나 108배를 하면서 ‘부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봉사활동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한가하면 본인이 우울증에 걸리든지 다른 일이 생겨 바빠지든지, 아무튼 재앙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일이 정말 바빠서 ‘우리 남편이 좀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봉사를 하세요. 봉사를 하면 정신건강에 좋고, 육체노동을 많이 해서 몸도 건강해지고, 몸과 마음을 그렇게 가지면 좋은 아이를 잉태하게 됩니다. 임신한 뒤에도 6개월까지는 봉사를 하는 게 태교도 되고 좋습니다.


또한 시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이런 상태로 아이를 낳는다면 불행을 피할 길 없습니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귀한 아들을 애지중지 키워놓으니까 어떤 여자가 가져가 버린 격입니다. 말로는 결혼했다고 하지만 어머니 마음으로는 사실 빼앗긴 것이나 같습니다. 내가 남의 귀한 아들을 빼앗아왔다, 고맙고 미안하다 생각하고 어머니가 나무라면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받으세요.


결혼 전에 100만원 주던 아들이 결혼하더니 30만원만 주면 섭섭한 게 사람의 보통 심리입니다. 형편이 되는 만큼 더 드리되 내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고 남편 의사를 존중하고 상의해서 하시면 좋겠습니다. 남편한테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그런 남편을 낳아 키워준 사람이 바로 어머니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아들 낳아 잘 키워서 저한테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시어머니께 감사기도를 하세요.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어도 그 좋은 환경의 은혜를 모르면 복이 저절로 재앙이 됩니다. 어리석은 욕심으로 고부간에 갈등을 풀지 못하면 그 사이에서 내 남편이 불행해지고, 남편이 불행해지면 내가 불행해지고 태어날 아이까지 불행해집니다. 


이 어리석음을 깨치지 못하고는 아이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 붓는다 해도 소용이 없고 모두가 괴로워질 뿐입니다. 내 삶의 불행은 전생에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 정해진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특별히 나만 미워해서 불행하게 만든 것도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을 갖느냐, 이 출발에 따라서 결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지금 비록 조금 어긋나 있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한 생각을 바꾸면 불행으로 가던 길이 행복으로 가는 길로 바뀝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커피 마실 돈 없어서 연애 못한다고요?커피 마실 돈 없어서 연애 못한다고요?

    법륜 스님 | 2016. 04. 11

    7포 세대, 어떻게 스스로 깨어나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지난해 말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입니다. 한 질문자가 사회 변화를 위한 청년들의 행동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재 저희 세대를 3포 세대, ...

  • “엄마 잔소리 싫으면 집 나오세요, 그런데…”“엄마 잔소리 싫으면 집 나오세요, 그...

    법륜 스님 | 2016. 03. 21

    어머니가 왜 시큰둥하냐며 화내고 일일이 간섭하시는데… 법륜 스님이 모교인 경주고등학교를 방문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여러 질문 중에서 최근에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게 되어 고민이라는 학생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 “아이의 영혼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집착 놓아야”“아이의 영혼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집착...

    법륜 스님 | 2016. 03. 11

     자살한 아들 “화장” 유언대로 하지 않고 납골당에 안치했는데...  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제주 시민들을 위해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아들을 잃고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있는 어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

  • 용서 비는 남편 말 믿지 말고, 길은 딱 두 가지용서 비는 남편 말 믿지 말고, 길은 ...

    법륜 스님 | 2016. 02. 05

    결혼 30년만에 술주정하고 행패 부리는 남편 때문에 가출했는데...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질문자는 결혼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술만 마시면 시작되는 폭언과 행패, 그리고 처갓집 식구를 무시하는 남...

  • 교회가 이중적? 그건 절도 마찬가지, 다만...교회가 이중적? 그건 절도 마찬가지, ...

    법륜 스님 | 2016. 01. 27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절에 다니고 있는데 기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양주시 경복대학교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질문자는 기독교에 회의를 느껴 혼자 절에 다니고 있는데 불교에서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