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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제 죄를 없애주소서

청전 스님 2013. 05. 22
조회수 15679 추천수 0


나를 울린 이 사람 - 스님, 제 죄를 없애주소서



벌써 20년 전이다. 성산 카일라스(수미산)를 향해 노숙을 밥 먹듯 하며 티베트 고원을 넘던 때였다. 

어느 날 해 질 무렵 도착한 곳은 유목민 마을이었다. 머릴 인도 땅에서 온 꾀죄죄한 이국인 순례자를 위해 순박한 유목민들이 조그마한 텐트를 따로 쳐 주고는 절을 했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때 묻은 하얀 천을 걸어주곤 중국돈 5위안을 주며절을 하다 말고 갑자기 무릎을 얼싸안고 울었다. 보통 울음이 아닌 한 맺힌 울음이었다. 


수미산.jpg

*수미산


"스님이시요, 제가 죄 많은 여인입니다. 제 죄를 없애 주십시오."

주위 모인 사람들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웬일일까? 여인은 더욱 구슬피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을 운다. 이 유목민 여인은 자식을 넷이나 키우다가 넷 다 죽었는데 얼마전 마지막 남편까지도 죽어 조장(주검을 새가 먹는 티베트식 장례식)을 치렀다고 한다. 


그 순간 나도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모든 가족을 다 잃어버리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그의 삶이 그대로 나의 초라한 구도 일생과 겹쳐지면서 그냥 나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터진 것이다. 

"여인이여 금생엔 이래도 내생을 희망하며 끝까지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소서."


그 당시 젊은 수행승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것이 전부였다. 순례중 피곤해 잠자리에 누우면 송장이 되곤 했지만 그날 밤엔 그 여인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고 더 눈이 말똥말똥해져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유목민과 작별할 때도 유독 그 여인은 내 발에 절을 하고는 그대로 다시 한 번 큰 울음을 터트렸다. 


영화밀양전도연우는사진.jpg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아이를 잃고 우는 주인공. 



그때 서원했다. '그래 내 이길을 다시 오리라. 그땐 참으로 진정한 스승이 되어 이 한 많은 여인의 아픔을 온전히 보듬고 해소시켜주리라'고.

지금도 그 여인의 아픈 울음은 내가 어느 곳에도 의지할 데 업이 절망하는 이들을 살려줘야 할 수행자임을 한시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죽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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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이메일 : cheongjeon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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