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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입사원 청년의 죽음…회사는, 국가는 무엇인가

천정근 목사 2016. 01. 21
조회수 9435 추천수 0
주선우(27)씨는 고교 졸업 후 학원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바기오의 코르딜레라 대학을 졸업했다. 재학 중 골프 티칭프로 자격증도 따낸 그는 해외 장기 체류자로 병역의무도 면제였다. 모범생에 공부 잘하는 엄친아 교회 오빠. 부모는 아들이 필리핀에 정착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들은 귀국을 희망했다. 자원입대해 병역을 마치고 경동택배에 공채 합격한 것이 지난해 10월12일이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마고 했다. 아버지는 “우리는 괜찮다. 교회 친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라”고 했다. 11월12일. 첫 월급을 받기 이틀 전이었다. 그는 사고로 직장에서 사망했다. 입사 한 달 만이었다.

청천벽력. 부음을 듣고 달려온 부모는 아들이 수하물 계류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실무배치 전 신입들을 훈련시키는 택배사 방침이라 했다. 지게차 운전은 자격증은 물론 숙달된 기능을 요한다. 회사는 부주의로 사이드를 채우지 않고 내렸다가 지게차가 작동하는 바람에 깔려 숨진 사고라 했다. 현장은 이미 정리된 뒤였다. 거짓이었다. 처음 경찰에 제출된 사고 영상에는 브레이크 등이 켜졌으나 지게차가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사고를 피하려 고장난 차에서 탈출했으나 차가 뒤따라 그를 덮친 것이다.

회사는 정중했다. 장례 후 보상을 원만히 마무리하겠다 장담했다. 그러나 장례가 끝나자 태도를 바꿨다. 동기 신입사원들을 본사로 급히 이동시켰다. 자신들이 발행해준 합격증이 있음에도 채용한 회사명도 바꿨다. 증거 영상은 사고를 판독할 수 없는 화면으로 대체됐다. 현장의 시시티브이(CCTV)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이드를 채우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서 운전자의 실수로, 심지어 ‘졸음 운전’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십여대의 지게차가 쉴 새 없이 작업하는 현장에서 졸았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경찰의 태도도 석연찮다. 어렵사리 증거 영상과 사진을 확보한 부모는 재수사를 요구했다. 차일피일 미루던 경찰은 무슨 의도인지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냐’며 부모를 면박했다. 수사중인 기록을 유가족은 볼 수 없다. 회사와 경찰이 이 사고를 어찌 결론 낼지 알 수가 없다. 한 청년의 죽음 앞에서 수많은 인간의 개별적 진실을 묻게 된다. 

청년들이 3포·5포 시대의 막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와 정당과 기업들은 입만 열면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약속하고 복구해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다. 청년들의 절망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왜 그들이 조국을 등지고 선진국의 용병이라도 가려 하는지. 하물며 자원입대까지 하면서 고국에 정착하고 싶었던 이 청년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무엇을 말해주는지.

경동택배는 부디 청년 주선우씨의 순직에 성심을 다해주길 바란다. 경찰은 조속히 성실한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책임 맡은 모든 국가기관은 이 꽃다운 청년의 죽음 앞에, 아들을 잃은 부모 앞에 어쩔 줄 모르며 떨어야 한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과 실업자 구제보다 급하다. 모든 사회적 살인의 의도성은 죽음의 처리 과정을 보면 증명된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도덕성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천정근 목사(안양 자유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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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근 목사
경기도 용인에서 출생. 1994년 러시아로 유학하여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19세기 러시아문학을 공부하였다. 톨스토이 후기 작품들에 관한 논문을 쓰며 그의 ‘갱생(更生)’의 신앙에 대해 깨친바 있어 귀국 후 신학을 공부했다. 2007년 스스로 교단을 탈퇴하고 안양에 자유인교회를 개척해 성서와 인문학을 가르치며 성속을 떠난 시대와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적 글을 쓰고 있다. 2013년 산문집 <연민이 없다는 것>(케포이북스)을 냈다.
이메일 : yasnayapalany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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