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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전거에 실은 목사의 사랑은

이길우 2016. 11. 08
조회수 13746 추천수 0

‘사랑의 자전거’ 이사장 정호성 목사


행주산성 입구 고가차도 빈터

그의 일터엔 자전거 2천대 빼곡


바퀴살 빠지고 안장·핸들 없고…

버림받아 먼지가 두껍게 덕지덕지


폐자전거 수거해 손수 고쳐 

한해 500대씩 미얀마 농촌으로


최근엔 폐지 수거 노인 위해

세상에 없는 특수한 손수레 만들어


신학교 다닐 때부터 야학과 빈민구제

졸업 뒤에도 목회 대신 낮은 곳으로


자동차 정비일 배워 8년 만에 자격증

달동네 집 수리해주며 관련 책까지


                                     정호성목사.jpg »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정호성 목사는 최근 폐지 수입 노인들을 위해 자전거 부품을 이용해 가볍고 안전한 손수레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2천여대의 버려진 자전거가 보관돼 있는 행주산성 근처의 작업장에서 정 목사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포즈를 잡았다.


목사의 손이 아니었다. 왠지 자신의 손가락을 숨기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손톱마다 기름때가 검게 끼어 있었다. 손가락은 눈에 띄게 거칠었다. 손가락 마디마디는 뭉뚝해서 힘든 일을 하는 이들의 것이었다. 성경책을 넘기고, 설교를 하고…, 그런 목사의 손이 결코 아니었다. 정비공의 손이었다. 기계를 만지고, 기름을 칠하며 망치질을 하는 그런 손이었다. “손이 매우 거치시네요.” “아, 네….” 쑥스러운 표정이다. 손가락을 오므리더니 이내 테이블 아래로 내린다.


 정호성(59) 목사의 일터엔 무려 2천여대의 자전거가 있다. 고양시 행주산성 입구의 고가차도 아래 비교적 넓은 공간이다. 그런데 그 많은 자전거는 이미 자전거가 아니다. 버림받은 자전거이다. 대부분 바퀴살이 빠져 있거나 안장이 없거나 핸들이 없거나…. 오랜 세월 그런 상태로 버림받은 자전거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딸을 밀어주며 행복해하는 아버지의 미소가 묻어 있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힘차게 페달을 밟던 중년의 땀방울 흔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자전거는 버려졌다. 전철 부근의 자전거 거치대 등에서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세월을 보내다가 이곳으로 왔다.

 

올해 60대, 내년엔 250대 무료 공급

정 목사가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이다. 비영리단체이자 노동부 사회적 기업인 ‘사랑의 자전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 목사는 주인을 잃은 자전거에 직접 계고장을 붙이고, 10일이 지나면 수거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서울의 동대문구와 은평구가 그의 관할이다. 수거한 자전거는 한 달이 지나고도 주인이 안 나타나면 ‘수술’에 들어간다. 수리해서 재사용하거나 해체해서 부품을 재활용한다. 이렇게 재탄생한 자전거를 해마다 1천~2천대씩 전국의 어려운 이웃에게 보냈고, 1천대를 미얀마의 농촌에 보냈다. 


 정 목사는 최근 폐지 수거를 하는 노인을 위한 손수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수한 손수레다. 펑크의 우려가 없는 통타이어 바퀴를 활용했고, 자전거 바퀴가 돌면서 나오는 전기발생장치를 활용하여 경광등을 부착했다. 자전거 브레이크 장치를 활용하여 감속을 할 수 있게 했고, 주차장치를 손잡이 하나로 쉽게 작동하게 만들었다. 보조바퀴를 부착하여 세 바퀴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모두 폐지를 수집하는 빈곤한 노인들의 편의를 위한 장치이다. 노인들의 키 높이에 맞게끔 손잡이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를 이용하여 경광등을 충전할 수 있게 했다. “폐지 수거 어르신들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정호성-손수래.jpg » 정호성 목사가 버려진 자전거들을 모아 재활용해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을 위해 만든 특수한 손수레.


 전국적으로 폐지 수거 어르신 약 270만명은 최근 폐지값 하락으로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추워지는 날씨에 폐지 수거 어르신들에게 좀더 안전하고 편리한 손수레를 보급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정 목사는 이 폐지 수거 손수레를 올해 60대, 내년엔 250대를 고양시와 서울시의 지방자치단체에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새뜻교회의 담임목사인 정 목사는 일찍부터 도시 빈민구제 활동에 뛰어들었다. 한국신학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야학을 하며 도시 빈민구제 활동을 했다. 당시 대표적인 빈민운동가 허병섭(1941~2012) 목사의 서울 하월곡동 동월교회를 다니며 달동네의 빈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밑바닥 민중의 삶에 다가섰다. 이철용 전 의원의 필명인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의 실제 모델인 허 목사는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벗하며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선 인물이다. 그런 목사에게서 진정한 목회자의 길을 본 정 목사는 대학 3학년 때 한 복지가가 장학금으로 준 20만원을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만드는 데 쓰기도 했다.


농수산물센터 일하며 무청 모아 반찬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은 목회 일을 시작할 때 정 목사는 자동차 정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도시 빈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카센터에 8년간 일하며 자동차 1급 정비사 자격증을 땄다. 한때는 가락동 농수산물센터에서 근무하며 버려진 무청을 모아서 말려 시래기 반찬으로 도시 빈민들에게 주기도 했다. 정 목사는 1997년 성북자활후견기관 관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달동네의 집들을 주로 수리했어요. 벽지를 바르고, 담을 올리고, 고장난 전기 시설을 고치고….” 정 목사는 실제 집수리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집수리 실무>라는 책을 직접 펴내 1천권을 전국의 재활센터에 돌리기도 했다. 


버려진 자전거에 눈을 돌린 정 목사는 직접 자전거 정비 자격증을 따며 손에 기름때를 묻히고 있다. 폐지 손수레를 만든 이유도 빈곤한 노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리어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데 다루기 힘들고 제어 장치나 경광등이 없어 사고가 자주 난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폐지 수거하는 노인들은 한달 내내 폐지를 수거해 팔아도 20만원밖에 수입을 못 올리는 등 생활고를 겪고 있어요. 폐지값은 폭락하고 있어요. 2011년에 킬로그램당 평균 199원이던 가격이 올해엔 60원대로 떨어졌어요.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하게 폐지 수집할 수 있도록 손수레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그나마 빈민 노인들의 힘든 어깨를 덜어주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정 목사는 “제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바람은 예수의 제대로 된 모습을 이 땅에 실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셨을 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사랑했던 예수의 본 모습을 보면, 제대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믿어요. 이게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태복음 23장을 이야기했다. “그때에 예수께서 무리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지기 힘든 무거운 짐을 묶어서 남의 어깨에 지우지만, 자기들은 그 짐을 나르는 데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칠고 기름때 낀 정 목사의 손이 보배롭기만 하다. 

  고양/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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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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