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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형제들과 함께하는 여름휴가

서영남 2012. 08. 23
조회수 17480 추천수 12
교도소행 여름휴가1

20120823_1.JPG

민들레국수집은 매년 지하상가의 여름휴가 기간에 맞춰서 베로니카와 함께 교도소행 여름휴가를 가집니다. 올해는 광복절이 수요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휴가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이 8월 25일(토) 국수집 문 여는 날까지 잘 계시다가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베로니카께서는 감옥에 있는 형제들을 기쁘게 해 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감옥에 있는 형제들이 교도소 밖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곤 수건 몇 장, 칫솔 몇 개뿐입니다. 그것뿐이라도 베로니카께서는 형제들이 받고 기뻐할 수 있도록 좋은 것으로 선물을 준비해 놓고 이름표 붙여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거의 오십여 개나 됩니다.
 
8월 13일 아침 일곱 시에 인천을 출발했습니다. 오전 11시까지 원주교도소까지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피서를 떠나는 차들로 원주 가는 길이 꽉 막혔습니다. 가슴을 조이면서 겨우 11시 시간을 맞춰서 원주교도소에 도착했습니다.
 
총무과에 들러 ‘장소 외 접견’ 신청을 했습니다.
 
원주교도소에 있는 정00 형제는 겨우 스물셋일 때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만났습니다. 벌써 7년이나 지났습니다. 베로니카께서 극진히 옥바라지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검정고시 공부를 해서 고입자격을 거쳐서 대입자격까지 통과했습니다. 대학공부는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 대신 목재관리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거의 삼십 분이나 기다렸습니다. 교도관과 함께 교도소 내정문을 들어갔습니다. 핸드백을 맡기고 전화기도 맡기고 빈 몸으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장소 외 접견’은 변호사 접견실 비슷한 곳에서 합니다. 교도관의 입회하에 창살이나 유리로 막히지 않은 곳에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악수도 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에어컨도 틀어줍니다.
 
정00 형제와 내년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교도소 내정문을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영치금과 간식과 준비해 간 수건과 칫솔 선물을 넣어주었습니다.
 
다음 예정지는 청송교도소입니다.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경북북부교도소라고 합니다. 오후 4시까지만 청송교도소에 도착하면 두 형제를 면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심은 늦었지만 안동에 가서 헛제삿밥을 먹자고 했습니다. 원주에서 안동을 내려가는 길은 차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좋은 드라이브 코스였습니다. 안동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헛제사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청송3교도소에 갔습니다. 저는 꼴베 형제를 면회하고 베로니카께서는 프란치스코 형제를 면회했습니다.
 
꼴베 형제와 프란치스코 형제는 재소자가 아닙니다. 감호자입니다. 감호자는 감호법에 의해서 감호를 살아야 합니다. 감호자는 같은 범죄로 세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감호처분을 받습니다. 그런데 감호법이 몇 년 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폐지되면서 단서조항에 감호법에 의해 선고를 받은 사람의 감호는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북북부 3교도소에는 감호자들이 몇 십 여명이 감호를 살고 있습니다.
 
꼴베 형제는 20년 6월의 형을 모두 살고 이곳에서 감호를 살고 있습니다. 벌써 1년 6개월이나 되었습니다. 언제 출소할지 알지 못합니다. 늦으면 오륙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감호는 7년 이내라고 합니다. 꼴베 형제는 서른 살에 교도소에 들어와서 이제는 쉰이 넘었습니다. 요즘은 취사장에서 근무를 합니다. 지난달에는 칠십 만원이나 벌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에는 오전에 다시 경북북부 3교도소로 왔습니다. 이번에는 베로니카와 함께 꼴베 형제 면회를 했습니다. 오늘은 성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님 축일이어서 꼴베 형제에게 축하인사를 했습니다.
 
일반 면회는 접견실에서 합니다. 접견실은 유리로 막혀있습니다. 작은 스피커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접견 시간이 스피커에 켜지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1분이 남았을 때 안내방송이 나오고 1분후 스피커가 꺼지면 상대편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습니다. 청송에서는 교도관이 10분이나 더 연장해주었습니다. 그래서 30분이나 꼴베 형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면회가 끝난 후에 경북북부 1교도소 민원실로 갔습니다. 겨우 스물다섯 살인 현수 형제가 면회 한 번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고아원에서 살았었고, 고아원을 나와서는 소년원을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청송에 왔습니다. 삼년 전부터 베로니카께서 현수의 옥바라지를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편지를 했던 모양입니다. 접견실 구경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고, 면회 한 번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입니다.
 
현수의 생애 첫 면회를 마치고 진보로 나와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진보시장 근처에 우리 밀 국수집이 있습니다. 참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상을 받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 다음 시장에 가서 8개에 만 원이나 하는 복숭아를 샀습니다. 그리고 떡집에 가서 떡을 샀습니다. 마트에 들려서 얼음과자도 사고, 커피믹스와 사탕과 초콜릿도 샀습니다. 빵집에 가서 빵도 잔뜩 샀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인 케이크도 몇 개 샀습니다. 껌을 하나 사서 주머니에 감춰뒀습니다. 교도소 안에 들어가서 껌 하나 살짝 찔러줄 생각입니다. 껌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북북부 1교도소에는 매달 찾아갑니다. 자매상담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매상담에 나오고 싶어 하는 형제들이 많아서 제 팀은 스물다섯 명이나 나옵니다. 형제들이 저보다 베로니카를 만난 것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간단한 기도로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안부를 나누고 준비해 간 음식을 나눴습니다. 케이크를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요.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껏 접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는 분들 손들어보라고 했습니다. 다섯 명이나 손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은 서른여덟 살인데 무기징역을 받아서 살고 있는 무기수입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지 8년이 넘었는데 지금껏 어느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세상에! 통풍으로 아주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약을 사 먹을 돈도 없다고 합니다. 자매상담에 나와서 만 원 영치금 도움 받는 것으로 그래도 품위를 지키면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베로니카께서 이야기를 듣더니 눈물을 글썽입니다. 그리고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우선 약값으로 오만 원을 넣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동생들처럼 옥바라지를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천사 같습니다. 한 번도 면회를 못해 본 형제들을 위해서 다음번에 자매상담 올 때 조금 미리 청송에 와서 면회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자매상담에 나올 형제들을 다섯 명을 더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팀이 서른 명이나 됩니다.
 
아쉬운 작별을 한 다음에 교도소를 나와서 민원실에 가서 형제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고 준비해 간 선물도 넣어주었습니다. 오후 4시가 다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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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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