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괴로운가요? 숨쉬는 그 기쁨 자체만 만끽하세요

조현 2013. 05. 02
조회수 16593 추천수 0
10년만에 한국 찾은 세계적 명상지도자 틱낫한 스님
 
“감정 다스리는 법 몰라서 자살
 천천히 걸으며 자신 관찰하길…
 불교 위기는 변화와 섬김 부족 탓” 

틱낫한스님.jpg

“강렬하게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는 것이다.”
틱낫한(틱녓하인·86) 스님이 10년 만에 한국에 왔다. 베트남 출신으로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자리잡고 명상을 통해 평화로운 삶으로 이끄는 그는 2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고일 만큼 심각하다’는 한국의 현실을 듣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나의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우리는 그 감정보다 훨씬 큰 존재다. 왔다가는 사라지는 그 감정에 따라 왜 우리 자신을 죽여야 하나?”
그는 “단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화나 두려움 대신 숨 쉬는 그 자체의 기쁨과 평화를 만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공과 경쟁에 내몰려 지친 한국인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돈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다. 정신적 행복이 함께해야 한다. 돈과 명예, 권력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깊은 삶을 살 수 있고 더 행복하게 된다.”

그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로서 ‘불교의 위기’를 누차 강조했다. “불교는 화나 두려움, 의심을 화해로 바꾸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치유할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고통받는 젊은이들이 승려를 찾기보다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갈 만큼 더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 원인으로 변화와 섬김의 부재를 들었다. 과학과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과 발견들이 쏟아지는데 불교는 수백년 전의 행자교육 교재를 그대로 쓸 정도로 머물러 있을 뿐 새로워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개인과 사회와 세계의 고통을 치유하고 보다 잘 섬기기 위해 불교가 어떻게 새로워져야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0년 전 방문 때 휴전선에서 한반도 평화의 기도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 명상가식 처방을 제시했다. 먼저 남한 안에서 이해와 연민의 에너지가 일어나 스스로 치유된 뒤 이런 치유 방식이 북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남한사회에서 가장 고통을 겪는 분들을 초대해 어려움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경청하다 보면 치유와 변화가 일어난다.”

그는 정치 지도자나 교육자, 언론인들이 먼저 마음챙김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표했다. 마음이 고요해져야 원인을 깊게 성찰할 수 있고, 치유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3~7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4박5일간 명상을 지도하고, 10일 오후 3시 부산 범어사와 13일 저녁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대중강연을 한다. 혜민 스님이 통역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내가 평화가 되자내가 평화가 되자

    조현 | 2019. 09. 16

    누구의 통제나 조정도 받지고 자발적으로로 관계와 연대를 맺고, 주체적으로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발산하게 된다.

  • 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야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

    조현 | 2019. 03. 12

    ‘회복적 서클’은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

  • 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

    조현 | 2017. 03. 06

    한센인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의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으로 동시에 만들어졌다.

  • “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친구고 대빵이어요”“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

    휴심정 | 2016. 04. 25

    맨 왼쪽이 최민석 신부.[짬] 광주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름다운 동행 “니가 그라고 말해불면 대주교님께서 내가 ‘대빵(대장)질’한 줄 아시제~. 니, 웃겨분다, 이~!” “그라믄 신부님이 우리 ‘대빵’이제, 대빵 아니요?” 지난 22일 ...

  • 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

    휴심정 | 2016. 04. 05

    1908년 첫 보고한 타케 신부 잠든천주교 대구교구청으로 옮겨심어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한라산 북사면 해발 600m 지점에서 수형이 웅장하고 꽃이 아름다운 왕벚나무 한 그루를 기준 어미나무로 지정했다. 4일 대구대교구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