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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정경일 2019.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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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만나거나 문자 서비스나 인스턴트 메신저로 만날 때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하는 인사말이다. 호의를 나타내기 위해 오프라인에서는 환한 미소를 짓고 온라인에서는 훈훈한 이모티콘을 단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서로 안녕한지 묻고 있는 것일까? 다석 유영모 선생이 “내 깊은 속에서 저 깊은 속으로 들어가 그 동안 참 안녕했느냐고 그걸 물어야 참 인사”라고 한 것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참 인사’를 나누기보다는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쉽게 ‘친구 맺기(와 끊기)’가 가능해진 시대인 만큼 겉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접촉하고 접속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속으로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처럼 허전하고 외로운 것은 참 인사를 나누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 인사란 무엇일까 생각하는데 문득 두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하나는 어느 불교 컨퍼런스에서 서양인 스님을 만났을 때다. 그와는 그 전에도 몇 번 만난 사이였지만, 그 컨퍼런스에서 그는 모두의 주목을 받는 중심인사였고 나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자원봉사자였다. 게다가 쉬는 시간에도 늘 많은 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인사 나눌 기회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식당에서 나를 알아 본 그는 나를 향해 걸어와 멈춰 서더니 내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잘 지내냐고 부드럽게 물었다. 그때 나는 그가 정말 내가 잘 지내는지 마음챙겨 묻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나의 ‘깊은 속’으로 들어와 내 안녕을 물었고, 그 순간만큼은 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그의 눈빛, 표정, 목소리가 내게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깊은 마음챙김 수행에서 길러진 자애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기억은 연구를 위해 어느 동양인 신부님의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다. 이메일을 교환하며 서로 일정을 맞추는데, 그는 내가 원래 바랐던 기간 말고 다른 때에 올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 기간에 그의 공동체에서 국제행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행사 중에도 시간을 내어 나를 만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내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일정에 맞춰 그를 방문했는데, 흥미롭게도 공동체 본관에 손님방이 딱 하나였다. 알고 보니, 큰 행사가 있을 때는 공동체 기숙사를 사용하지만, 평상시는 한 손님에게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 본관에 손님방을 하나만 둔다는 것이었다. 정말 며칠 동안 그는 유일한 손님인 나를 가슴으로 대하며 대화와 일상 활동을 함께해 주었다. 이 역시 그의 오랜 기도생활에서 배어나온 환대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지혜롭고 자애로운 스승들이 그들의 존재로 내게 가르쳐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내게 주어진 ‘유일한 현재’에 만나는 ‘유일한 존재’에게 마음챙겨 안녕을 묻고 가슴으로 환대하는 것, 그것이 수행과 기도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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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넘는 사회적 영성을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참여불교와 해방신학을 연구했고, 현재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도반들과 함께 쓴 <사회적 영성>, <고통의 시대 자비를 생각한다>, <민중신학, 고통의 시대를 읽다> 등이 있다.
이메일 : jungkyeong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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