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총무원장 ‘황우석 지지’에 덮인 2년 ‘윤리연구’

조현 2006. 01. 17
조회수 3237 추천수 0

조계종 “줄기세포 연구, 생명윤리 안맞다” 결론 내놓고 발표 안해
“다른 의견도 있어 그런 것” 해명… 중진 스님들 “황교수 비판 우려” 광고

조계종 총무원이 총무원 산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2년 동안 연구를 통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불교의 생명윤리관에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도 이를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무원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조작 분과위원인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17일 “연구를 통해 배아는 예비 생명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총무원장 스님의 황 교수 지지 의견 때문에 이를 발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3월 조계종은 생명윤리위원들이 2년간 한 연구 결과를 모아 심포지엄을 열면서 ‘생명조작’ 분야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사형, 안락사, 뇌사·장기이식, 낙태, 생명조작 등 5개 분과로 이뤄진 생명윤리 연구에서 생명조작 분과는 우 교수와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허남결 교수가 맡았다. 우교수는 “세 교수 모두 줄기세포 연구가 불교의 생명윤리에도 맞지 않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줄기세포는 동물의 품종개량용이었기에 동물복제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고, 돈 많은 계층이 신체적 조건과 두뇌를 바꿈으로서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며 “이처럼 우생학적인 연구에 정부가 돈을 댄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미산 스님이 정리한 연구 결과물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우려와 난자의 수급 문제 등이 담겨 있다. 우 교수는 “내가 황 교수와 같은 과 교수이자 황 교수도 회원인 서울대교수 불자회의 총무이기도 하지만 소신은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생명조작 팀에선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 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생명윤리 전체 연구원 13명 가운데는 다른 의견도 있어 여러 견해가 상존한다는 것을 제시만 하기로 했었다”고 해명했다.

우 교수는 생명윤리 세미나에서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황 교수 연구에 반대하니까 불교가 도와야 한다는 발상은 소아적 관점이며, 종교 간 대립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교적으로 자비 복지적 측면이 있느냐 없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생명과학과 선>(미토스 펴냄)을 펴낸 우 교수는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에만 집착하고, 개인과 가족만의 생명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늙음과 병, 죽음을 받아들이고, 온갖 다른 생명과도 상생해가는 불교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연구라고 하지만, 이런 연구에 투자되는 연구비의 1%만 사용해도 제3세계에서 빵 한 조각 없이 굶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생명복제 연구는 희귀병 치료가 시급한 부자 나라의 연구이며, 근본적으로 자본 횡포의 숨겨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불교계는 황 교수의 연구 논문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후에도 지관 총무원장과 스님, 불자들의 지지 발언이 이어지는가하면 17일 아침 일간신문에 ‘허물기는 쉬워도 세우기는 어려운 법입니다!(황우석 교수 문제 함께 풀어갑시다)’란 내용으로 황 교수의 비판에 우려를 나타내는 중진 스님들의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내가 평화가 되자내가 평화가 되자

    조현 | 2019. 09. 16

    누구의 통제나 조정도 받지고 자발적으로로 관계와 연대를 맺고, 주체적으로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발산하게 된다.

  • 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야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

    조현 | 2019. 03. 12

    ‘회복적 서클’은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

  • 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

    조현 | 2017. 03. 06

    한센인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의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으로 동시에 만들어졌다.

  • “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친구고 대빵이어요”“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

    휴심정 | 2016. 04. 25

    맨 왼쪽이 최민석 신부.[짬] 광주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름다운 동행 “니가 그라고 말해불면 대주교님께서 내가 ‘대빵(대장)질’한 줄 아시제~. 니, 웃겨분다, 이~!” “그라믄 신부님이 우리 ‘대빵’이제, 대빵 아니요?” 지난 22일 ...

  • 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

    휴심정 | 2016. 04. 05

    1908년 첫 보고한 타케 신부 잠든천주교 대구교구청으로 옮겨심어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한라산 북사면 해발 600m 지점에서 수형이 웅장하고 꽃이 아름다운 왕벚나무 한 그루를 기준 어미나무로 지정했다. 4일 대구대교구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