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저는 낙오자였어요

용수 스님 2019. 08. 29
조회수 3658 추천수 0


소년-.jpg


저는 인생의 낙오자입니다.
아홉 살 때 아버지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서 외국 땅에서 어설프게 살았어요. 엄마는 안 계셨고 아버지는 여러 번 이혼하고 돈도 못 벌었어요. 저는 삶의 방향 없이 대학을 다녔어요. 머리는 좋았지만 게을러서 공부를 제대로 못 했어요. 대학 과정은 마쳤지만 학생 대출 3만 불만 남고 졸업은 못했어요. 미국에서는 아무한테나 신용카드를 내주는데 신용카드를 여러 개 받아서 팍팍 쓰고 몇천 불의 빚을 못 갚아 20대에 파산 신고를 하기도 했어요.


열등감이 심하고 사는 게 고달파서 무감각하게 살았어요. 제대로 하는 거 없이 인생 낙오자의 길을 가는 도중에 운명을 바꿀 그날을 만났습니다. 서른 살에 우연히 달라이 라마님의 대중 강연을 들었는데, 이야기가 놀라우면서 신선했어요. 간단하면서도 힘이 있어 제게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 뒤로 스승님을 만나 티베트불교 선방에서 4년 동안 수행 과정을 마쳤어요.
불교를 만난 뒤 세속의 성공과 실패는 행복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참본성에 대해 배우고 놀랍게도 ‘내가 생각하는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세속의 조건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고 참본성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어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원래 훌륭하다고, 허물은 나 자신이 아니고 일시적인 습관일 뿐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늘 부족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제가 참본성을 믿고 체험하기 시작했어요.
가난하게 살던 제가 부처님의 가문에 태어나 마음의 부자가 되었어요. 그리고 스승의 사랑으로 늘 그리웠던 엄마의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도 은사스님을 마음의 어머님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스승님한테 사랑받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어요. 스승님은 저의 모든 허물을 정확히 보면서도 나를 믿어 주셨어요. 부드럽고 친절하게 제 자신감을 키워 주셨어요.


dal-.jpg » 티베트불교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



용수-.jpg



불교를 만나서 부귀영화의 의미가 없어졌어요. 돈이 없어도, 인정을 안 받아도 돼요. 이번 생에는 행복하지 않아도 돼요. 제 업을 해소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음공부에 모든 걸 바치고 싶습니다.
여전히 게으르고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닙니다. 철이 없고 자신만 생각하는 얌체이기도 해요. 이제 시작입니다. 사실은 시작도 끝도 없이 가는 길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는 길이 참 괜찮습니다.


요즘은 제 자신과 아무 문제가 없고 마음은 늘 평화롭고 자유로워요. 만족하고 감사해요. 어려움도 왔다 갔다 하지만 머리로 만드는 고통은 많이 없어요. 행복도 깨달음도 건강도 바라지 않고 이 순간을 의미 있게 기쁘게 사는 것이 전부예요.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깨달음으로 사는 거예요. 죽음을 생각하는 출리심, 중생과 해탈을 생각하는 보리심, 스승을 생각하는 신심 이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용수 스님
아홉살에 미국에 이민가 살았다. 유타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방송국에서 일하다 2001년 달라이 라마의 법회에 참석했다가 감화를 받고 2003년에 네팔로 가 출가했다. 2003~2007 4년간 남프랑스 무문관에서 티베트불교 전통수행을 했다. 세첸코리아 대표로 티베트 수행과 향기를 전하고 있다.
이메일 : seoultibet@gmail.com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