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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없는 싯다르타는 없다

조현 2019.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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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11일자 휴심정면 '쉼과 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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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싯다르타가 출가 전 살았던 카필라성은 주요 성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탄생한 룸비니와 열반한 쿠시나가르, 도리천(하늘나라)에 올라갔다 내려왔다는 상카시아까지 포함된 8대 성지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만큼 역사적 싯다르타보다는 종교적 붓다가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카필라성은 싯다르타가 궁궐을 떠나기 전 무려 29년을 보낸, 즉 생애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해를 보낸 곳이다.


 20년 전 그 카필라성 터를 가보았다. 실제는 지방의 조그만 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과는 달리 한양의 궁궐들 못지않은 규모의 터였다. 카필라성에서 싯다르타의 외갓집 데바다하로 향했다. 마야데비 왕비가 룸비니에서 해산하긴 했지만 그때도 목적지는 친정 데바다하였다. 해산 후 숨진 언니를 대신해 싯다르타를 키운 이모 마하파자파티와 싯다르타의 무술 스승인 외삼촌 크샨티데바도 그곳에서 왔으니, 말 타기 좋아하는 싯다르타는 적잖게 이 길로 외갓집을 다녔을 것이다. 그 길 옆엔 히말라야의 광대한 산이 펼쳐져 있다. 의문이 많던 싯다르타가 어느 날 갑자기 성을 떠났을 리 없다. 저 히말라야로 수많은 도인을 찾아다니다 끝내 의문이 해소되지 않자 마침내 출가를 결행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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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는 심층의 마음 철학을 담고 있다. 그래서 어렵다고 한다. ‘84천 경전이 지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광대무변의 세계를 말해준다. 따라서 의욕적으로 출발한 불교의 드라마나 연극들도 자칫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가 되고, 도중에 길을 잃어 미궁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싯다르타>(대표프로듀서 김면수)를 보니, 그 길지 않은 대사와 노래에 싯다르타의 고뇌와 깨달음을 쉽게 풀어냈다. 쉽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불교의 깨달음을 전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극은 의상과 군무의 화려함과 고타마의 고뇌가 극적으로 대비된다. 그 대비가 서로가 서로를 짓밟으면서 저 높은 욕망 사다리에 매달리며 올라가는 욕계의 삶을 반조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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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찰엔 싯다르타가 이미 깨달은 이후 선정에 든 모습의 불상들만이 있다. 인간적인 고뇌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남방불교 쪽에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싯다르타의 고행상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싯다르타의 진면목인가.


 싯다르타는 이미 태어날 때 아시타 선인으로부터 전세계를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그처럼 영광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니, 이만한 축복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아니었다. 뮤지컬에서 배우 이유와 로커 곽동현이 맡은 싯다르타는 내가 전륜성왕이 된다 해도, 불평등한 세상은 여전하다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나요?”라고 물으며 죽음보다 더한 고행의 길을 택한다.


 2600년 전의 싯다르타와 달리 버릴 사다리마저 없는 이 시대의 청년들도 평화와 평등과 공평과 정의를 위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싯다르타의 평화도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물음이 없다면 답이 있을 수 없다. 고뇌와 고행이 없는 평화도 없다. <싯다르타>에서 그가 떠나며 이렇게 노래한 것처럼.

 진리가 나에게 올 거라고 난 생각했지. 하지만 나서지 않으면 찾을 수 없고, 행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네. 세상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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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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