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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한국 삼소회원들과 만남

조현 2006. 02. 10
조회수 3320 추천수 0

“자기 종교엔 신념갖되 다른 종교는 존중하라”

인도 바라나시 티베트불교대학에서 만난 달라이 라마와 한국의 가톨릭과 성공회 수녀, 비구니 스님, 원불교 교무들이 미소짓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들이 서로 어울릴 때 그 하모니는 더욱 아름답다.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다양한 한국여성종교인들의 만남이 그랬다.

법회차 인도 바라나시의 티베트불교대학에 머물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 라마(71)를 삼소회원들이 찾았다. 18일 동안 해외의 불교와 가톨릭의 성지를 순례하는 삼소회원 16명의 첫 기착지다. 인도인들이 ‘인도의 어머니’로 여기는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의 최대 성지이고,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뒤 다섯 도반들에게 첫 설법을 해 깨달음으로 이끈 녹야원이 인근에 있는 곳이다.

종교 화합 실천하는 여러분들 보니 기뻐

녹야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티베트불교대학 정문에서 검색대를 통과해 캠퍼스로 들어가니 숲이 우거지고 고운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티베트불교 승려들과 티베트인 1천여명 가량이 간이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달라이 라마의 설법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 정원 앞 건물 강당에선 2천여명이 높은 법상에서 사자후를 토하는 달라이 라마의 한마디 한마디에 때론 울고, 때론 웃었다.

정원에 앉은 삼소회원들은 티베트어 설법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1시간 넘게 마치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후 1시 30분 접견실에서 삼소회원들을 맞은 달라이 라마는 각기 다른 복장인 불교 비구니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 가톨릭 수녀들, 성공회 수녀들을 둘러보며 “여러분이 내 이상을 이렇게 실천하고 적용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 종교들이 평화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1975년부터 종교 화합 운동을 해왔다”며 구체적인 화합방안을 제시했다.

“학문적 위치에서 다른 (종교)전통의 사람들을 만나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서로 교환하고, 좀 더 깊은 내적인 영혼의 체험을 교환하고, 삼소회처럼 다른 종교들 간에 연대해서 각 종교들의 성지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종교 지도자들끼리 동등한 위치에서 공통의 언어로 얘기를 나누고, 다른 이들의 (종교) 전통과 철학을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의 수도원에서 기독교수도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강의하기도 했던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예루살렘과 파티마를 방문한 추억을 들려주었다. 그는 “순수한 기독교인으로서 마리아와 예수를 존경하면서,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순례자로서 예루살렘과 파티마를 방문했다”며 “이곳에서 지대한 영감을 받는 수백만명의 기독교인들과 같은 감정과 가장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방문한 파티마의 마리아상 앞에서 침묵으로 몇분간 머무르고 돌아서며 한 번 뒤돌아봤을 때 마치 내 눈이 잘못된 것처럼 마리아상이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달아이 라마가 불교적 종교체험이 아닌 기독교적 종교체험을 고백한 것을 듣던 가톨릭과 성공회 수녀들은 감격한 듯 짧은 탄성을 토하기도 했다.

여성수도자 차별 말도안돼…남-북 하나될 권리 있다

달라이 라마는 종교인들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신념과 존중, 둘을 꼽았다. 자기 종교에 대해선 신념을 갖되, 다른 종교에 대해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사람은 한 종교나 한 전통의 신념을 따르는 게 필요하지만, 사회엔 여러 종교와 여러 전통이 함께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를 받아들이는 게 평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베네딕도수녀회 소속인 베아타 수녀가 그에게 “세계는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서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 “불교에 여러 종파가 있고 기독교에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있고, 이슬람에도 수니파와 시아파가 있지 않느냐”며 “같은 입과 혀, 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인과 중국인과 인도인이 각기 독특한 그들의 음식을 가지고 있듯이 인간은 각자 다른 정신적인 성향이 있고, 그런 욕구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처님도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인 성향을 깨닫고 있었기에 상반된 철학들을 함께 가르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성공회 성가수도회 소속인 카타리나 수녀가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 방법”을 묻자 달라이 라마는 “남북이 갈라진 것은 소련과 미국 등이 들어왔기 때문이지 당신들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지 않느냐”며, “남과 북의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면서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쓰기에 다시 하나가 될 합법적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완고한 체제여서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한국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없이 서독과 동독처럼 통합이 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공통점이 있는 삼소회원들은 ‘여성’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중앙승가대 교수인 본각 스님이 ‘여성수도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말하자 달라이 라마는 “차별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육체적인 힘이 숭상 되던 구시대가 아닌 현대사회에선 정신적인 능력이 더 중요함으로 여성들이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오덕 훈련원장인 정인신 교무가 ‘여성의 역할’에 대해 묻자 달라이 라마는 “아버지들은 자기 자신들만 즐기고, 돌보는데 별로 관심도 없지만 엄마는 항상 자식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며 “인간 사회에서도 보호하는 힘이 여성들에게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담을 마친 달라이 라마는 여성 수도자들과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했다. 달라이 라마와 헤어지고 건물 밖으로 나오던 선재 스님과 홍인 교무가 눈시울을 적셨다. 정원에서 달라이 라마가 늙고 병든 티베트 난민의 머리를 껴안은 모습을 보던 카타리나 수녀와 마리아 수녀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마리아 수녀는 “깊은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로 인한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고, 최근엔 ‘마호메트의 풍자 만화’로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때, 인도의 바라나시에선 종교를 넘어선 하모니와 영적 체험을 바라보며, 다양한 꽃들이 햇살 아래 미소짓고 있었다.

인도 바라나시/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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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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