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조계종 새 총무원장 지관스님

조현 2005. 10. 31
조회수 3461 추천수 0

“겉치레 보다는 내실 다져가겠다”
동국대총장 거친 대표적 학승…파벌넘어 종단화합 과제

조계종 새 총무원장 지관스님
31일 오후 대한불교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에 선출된 지관 스님이 당선 직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예불을 드리고 나오다 신도들의 축하를 받으며 합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앞으로 4년 동안 한국 불교계를 이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에 지관(73·가산불교문화연구원장) 스님이 당선됐다.

지관 스님은 3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청사에서 치러진 제32대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자수 320표 가운데 과반수인 165표를 얻었다. 전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지지파인 종단 내 여권의 추대로 출마한 지관 스님에 대항해 겨룬 야권 대표 격의 정련(63·부산 내원정사 주지) 스님은 146표를 얻었다. 애초 7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2명은 중도 사퇴했다.

지관 스님은 1947년 해인사에서 율사인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 주지와 동국대 불교대학 학장, 동국대 총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학승이다. 82년 불교 대백과사전의 편찬에 나서 현재 모두 15권 가운데 7권의 <가산불교대사림>을 발간했으며 91년 동국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사재를 털어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다.

지관 스님은 당선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겉치레에서 내실로 전환”을 힘주어 강조했다. “우리 종단은 외형적인 불사에 치우친 감이 있었다. 절집은 지을 만큼 지었다. 이제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확고히 다져가겠다.”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빈약한 한국 불교의 교학을 살리기 위해 평생 매진해온 학승 출신 총무원장으로서 색깔을 보다 분명히한 것이다. 그는 “점차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템플스테이(사찰체험) 등이 많아지고는 있다”며 “좀 더 내면적인 분야, 즉 수행을 착실히 해 가면서, 한국 불교 문화재에 스민 정신적인 면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신을 기증하고 떠난 법장 대종사를 추모하며, 그 원력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관 스님은 아울러 징계자 사면을 강조했다. 한국 불교는 왜색 불교의 정화와 종단 분규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때마다 징계자가 발생했다. 전임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도 승적이 박탈됐거나 정지된 승려들의 징계를 종단 화합 차원에서 사면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94년과 98년 두 차례에 걸쳐 분규를 겪으면서 멸빈(승적 박탈)의 징계를 당한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스님들 간에 종단을 위하는 생각과 입장이 달랐을 뿐이다.” 종단 싸움에서 종권을 빼앗긴 패자가 늘 징계를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인 셈이다. 그는 “이분들은 지금도 절에 있으면서 포교를 하고 있다”며 “10년 전후의 세월이 흘렀으니 징계를 풀어서 종단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관 스님은 조계종이 총무원장을 선거로 뽑아 오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파벌들을 껴안고 화합 종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법장 스님이 갑작스럽게 열반한 것도 파벌 간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게 총무원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4개 교구별로 10명씩과 종회의원 8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한 이번 선거에서 지관 스님은 애초 16개 본사주지의 옹립을 받았음에도 야당 대표 격인 정련 스님을 165 대 146으로 간신히 이겼다. 지관 스님이 선거에서 나뉜 승가를 어떻게 다시 하나로 모으고, 법장 스님이 남기고 간 자비정신을 확산시켜 갈지에 불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내가 평화가 되자내가 평화가 되자

    조현 | 2019. 09. 16

    누구의 통제나 조정도 받지고 자발적으로로 관계와 연대를 맺고, 주체적으로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발산하게 된다.

  • 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야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

    조현 | 2019. 03. 12

    ‘회복적 서클’은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

  • 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

    조현 | 2017. 03. 06

    한센인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의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으로 동시에 만들어졌다.

  • “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친구고 대빵이어요”“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

    휴심정 | 2016. 04. 25

    맨 왼쪽이 최민석 신부.[짬] 광주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름다운 동행 “니가 그라고 말해불면 대주교님께서 내가 ‘대빵(대장)질’한 줄 아시제~. 니, 웃겨분다, 이~!” “그라믄 신부님이 우리 ‘대빵’이제, 대빵 아니요?” 지난 22일 ...

  • 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

    휴심정 | 2016. 04. 05

    1908년 첫 보고한 타케 신부 잠든천주교 대구교구청으로 옮겨심어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한라산 북사면 해발 600m 지점에서 수형이 웅장하고 꽃이 아름다운 왕벚나무 한 그루를 기준 어미나무로 지정했다. 4일 대구대교구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