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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하려면 희생 각오하라

문병하 목사 2019. 03. 14
조회수 539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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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붕어 두 마리가 먹이를 찾아 물속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날 태어난 아롱이와 검둥이였습니다. 아롱이가 싱싱한 지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아롱이는 얼른 그것을 집어삼키려고 들었습니다. 검둥이가 깜짝 놀라며 아롱이를 타일렀습니다. “저 지렁이는 낚싯바늘에 걸려 있는 거야. 저것을 잘못 삼키면 바늘에 걸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말아.” 그러나 아롱이는 검둥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누가 믿어? 아무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잖아. 어디 사람들의 식탁까지 갔다 온 물고기가 있으면 증명해봐. 네가 저 지렁이가 욕심이 나서 그러는 거지?” 그러고는 아롱이는 덥석 지렁이를 삼켰습니다. 검둥이는 아롱이를 더는 물속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15세기 인문주의자였던 에라스뮈스는 “요구받기 전에 충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충고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현명한 사람은 충고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충고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명하기 때문에 충고를 받을 필요가 없고 어리석기 때문에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충고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것은 상대를 생각해서 말한다고는 하지만, 자기와 관점이나 방식이 다르기에 답답해서 내뱉는 말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충고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소리로 여기게 하고 오히려 피곤하게 할 뿐입니다. 그러면 인간 사회에서 충고는 필요 없는 것일까요? 충고하는 사람의 자세와 진정성의 문제입니다. 글자 뜻대로 풀이하면 충(忠)성스러운 고(告)함입니다. 신하가 주군에게 어떤 일을 간(諫)할 때, 주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목숨이라도 내어놓겠다는 자세로 말하는 것이 충고입니다. 따라서 충고를 한다는 것은 자기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자세로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충고하는 자가 갑(甲)의 자리에 앉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충고를 가장한 지적질로 여기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고 말하면서 하는 많은 충고가 사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잘못을 지적하는 충고는 듣는 귀를 막아버리고 반발심을 유발합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나은 점을 칭찬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선택의 기회를 주는 조언을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요청하지 않는 섣부른 충고는 참견에 불과하고 서로의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검둥이가 아롱이를 향해 진정한 충고를 한 것이라면 아롱이에게 낚싯바늘을 달고 있는 지렁이의 위험을 지적한 뒤에 자신이 친구를 위해 그 지렁이를 먹음으로써 아롱이를 깨닫게 했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다시는 친구 아롱이가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입이 근질근질하더라도 그의 입장을 존중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희생을 전제로 한 충고를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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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하 목사
경기도 양주 덕정감리교회 목사, 대전과 의정부 YMCA사무총장으로 시민운동을 하다가 이제는 지역교회를 섬기며 삶의 이야기 속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는 스토리텔러이다. 저서로는 <깊은 묵상 속으로>가 있다.
이메일 : hope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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