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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안식년을 주자

박기호 신부 2019. 03. 07
조회수 3792 추천수 0

소백산.JPG » 소백산 산위의마을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는 아이들. 사진 산위의마을 제공

 

어머니와 동생과 세모자가 입촌해서 고등과정을 검정고시와 독학으로 전북대 아동교육학과를 입학했던 장길산 사도요한 군의 졸업식이 지난  2월 22일 있었습니다. 


길산이는 이미 2월초부터 마을에 와서 중고등부 꼬뮌스쿨 교사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마을 꼬뮌스쿨생은 현재 고3급 우경진 요안나 1명 뿐이지요.^^ 검정고시를 마쳤고 20학년도 대학에 도전합니다. 4일에는 금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에 합격한 김태경 스텔라가 입학했습니다. 마을에서는 신경 써준 것도 없는데 자기 주도로 진로를 잡아가는 아이들이 모두 대견하고 감사할 뿐이지요. 


최근 'SKY캐슬' 이라는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줄곧 수석을 다투는 아이들은 자부심도 크겠지만 의외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합니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당연하게도 학력이란 거의 없고 자수성가하신 분들이 일반이지만 지금 부모 세대들은 명문대 출신들도 많게 마련이어서 명문대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은 입시의 스트레스가 훨씬 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벌써 수년 전 일이지만 제가 아는 분의 아들도 늘 전교수석이었는데 고3 때 옥상에서 투신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부모 모두 명문대 교수를 하고 있었는데 참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산위1.jpg 산위2.jpg 산위3.jpg

 

저는 우리 자녀들이 마을에서 노동하고 지내면서도 자기 진로를 넉넉하게 찾아가는 것을 보아 와서 그토록 심한 상실감으로 지내는 걸 보지 못했는데 종종 청소년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늘 암담함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중학과정을 마친 후에 1년간 안식년을 지내게 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그것이 정착되고 시스템화 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님들과 공교육 담당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유치원부터 10년 동안 숙제와 학원과 책만 들어다보게 했으니 1년 동안 몸도 정신도 스마트폰도 쉬게 하면서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사회봉사도 하고 지내며 자기 미래를 설계해 볼 수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정신세계가 확실히 건강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입시에 재수 삼수도 하는데 1년 안식년으로 쉬게 하는 게 뭐 어때요? 경쟁에 낙오되겠어요?

 

산위5-.jpg 산위6-.jpg

 

우리 가톨릭교회의 신학교에서는 재학생활 중간에 반드시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을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자기 성소와 인생관을 다시 질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헌인 사제양성 교령으로 의무화 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장치입니까?


저는 자녀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1년 정도 안식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정부 교육부 탓하지 말고요. 부모님과 자녀들이 결단하고 실행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생각만 있으면 자유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니까 선택이지요. 인생에는 그런 선택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샬롬  


송아지가 유난히 적게 태어났는데,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주고 있어 고맙다.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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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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