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세계 최대사찰’ 대만의 불광산사를 가다

조현 2005. 07. 25
조회수 7864 추천수 0

‘대중불교’ 서비스현장에 눈이 번쩍

불광산사의 대웅전에서 ‘한국 불교 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해 정열한 불광산사 승려들에게 법장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충격이었다. 신자 100만여명, 대만을 비롯한 전 세계에 160개의 말사 및 포교당,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라이대를 비롯한 3개의 대학, 26개국에 송출하는 포광위성텔레비전방송국, 일간신문….

불광산사는 ‘세계 최대’ 사찰이었다. 그러나 그 규모만이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기다리는 불교’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불교’가 되기 위한 불광인들의 서비스정신과 편리한 시스템이야말로 한국불교인들에겐 태풍과 같은 충격이었다.

법장스님 등 30명 초청방문

지난 19~22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비롯한 30명이 대만을 찾았다. 지난해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불광산사 설립자 싱윈(성운) 스님(78)이 이들을 초청한 것이다. 방문단엔 총무원 사회부장 정념 스님과 문화부장 탁연 스님 등 총무원 및 포교원 간부들과 종회의원, 비구니회 간부들 뿐 아니라 고운사 주지 혜승 스님,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 대흥사 주지 몽산 스님, 직지사 주지 성웅 스님 등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이 포함됐다. 방문단은 3일 내내 불광산사 본사 및 말사에서 숙식한 채 빽빽한 견학 일정을 소화하며, 불광산사의 ‘대중 불교’ 현장에 눈과 귀를 열었다.

대만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인해 포광대학으로 가는 길이 끊겨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진광밍스로 향했다. 경치 좋은 산간지대 소도시의 5천평에 5년 전 궁전식 건축으로 지은 도량이다. 주 5일 근무에 대비해 타이베이 시민들이 주말에 쉬며 주말불교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설립했다고 한다. 공항에서부터 불광산사의 유니폼인 검정색 중국 전통 복장을 한 불자 수백명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마치 국빈처럼 방문객을 환영하더니, 그 열기는 이곳에서도 여전하다.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을 본뜬 듯한 불상이 반기는 도량에 들어서니 사찰보다는 호텔 같은 인상이다. 거대한 옥불상을 모신 대웅전을 중심으로 5층짜리 건물이 에워싸고 있다. 300명이 잘 수 있는 호텔급 객실과 1500명이 들어가는 최신 회의장, 30여개의 교실들이다. 주지는 40대 초반의 비구니 스님이다. 다음날 방문한 타이베이 중심가에 빌딩에 있는 타이베이도량 주지나 불광산사 본사 주지도 40대 초반이다. 법납보다는 자비심과 능력을 보고 대중들이 젊은 주지를 뽑았다고 한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 위치한 불광산사 본사에선 승복을 입은 800여명의 승려와 법복을 입은 500여명의 법사 등 1300여명이 도열한 가운데를, 어린이 악단이 방문단을 이끌고 지난다. 장엄한 환영이다.

3천명이 동시에 공양할 수 있는 식당과 미술관, 전시실, 크고 작은 공연장, 회의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을 볼 때마다 누구에게나 따뜻한 웃음을 보내며, 늘 봉사하는 자세로 다가서는 이 절의 승려들과 재가봉사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말 없이 마당을 쓸거나 공양간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지가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만5천원을 받을 정도로 무소유의 삶을 살며, 언제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포교당과 자선기관으로 달려 나간다.

거대한 규모 호텔같은 도량

‘대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불교지도자 싱윈 스님은 노구의 몸에도 직접 즐거운 공양시간을 이끌고, 회의실에서 한·대만 불교 교류의 장을 이끈다. 그는 “불광산사는 생긴 지 불과 40년밖에 안됐지만, 한국불교는 17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한국스님들은 금강 같은 수행력을 지닌 대만 불교의 형님”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미국의 한국선불교 포교 현장을 둘러본 데 이어 불광산사를 둘러보고 한국불교의 대중화를 모색 중인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한국불교의 생활화, 대중화가 구두선화한 면이 적지 않다”면서 “고인 물처럼 무엇이든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기에 불교도 변신을 시도해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자들과 사미(니)승들에게 승려로서 기본 교육과 어학교육을 강화하고, 포교사단을 정비하고, 충남 마곡사 옆에 짓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한국의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만/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태그 :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야경청하는 대화법이 이렇게 갈등을 풀줄이...

    조현 | 2019. 03. 12

    ‘회복적 서클’은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

  • 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전라도할매 마리안느와 마가렛

    조현 | 2017. 03. 06

    한센인촌인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의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와 책으로 동시에 만들어졌다.

  • “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친구고 대빵이어요”“신부님은 우리 ‘숙자씨’들 가족이고 ...

    휴심정 | 2016. 04. 25

    맨 왼쪽이 최민석 신부.[짬] 광주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아름다운 동행 “니가 그라고 말해불면 대주교님께서 내가 ‘대빵(대장)질’한 줄 아시제~. 니, 웃겨분다, 이~!” “그라믄 신부님이 우리 ‘대빵’이제, 대빵 아니요?” 지난 22일 ...

  • 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제주 왕벚나무, 첫 발견자 곁으로

    휴심정 | 2016. 04. 05

    1908년 첫 보고한 타케 신부 잠든천주교 대구교구청으로 옮겨심어국립산림과학원은 자생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한라산 북사면 해발 600m 지점에서 수형이 웅장하고 꽃이 아름다운 왕벚나무 한 그루를 기준 어미나무로 지정했다. 4일 대구대교구청에 ...

  • 임상심리 전문가 꿈꾸다…‘마음 치료’ 웹툰작가 됐어요임상심리 전문가 꿈꾸다…‘마음 치료’ ...

    휴심정 | 2016. 02. 15

    이서현씨의 그림일기 ‘나는 왜 그때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했나’‘그림일기’ 올리는 이서현씨생활속 소소한 감정들 포착전문가의 길 걷다 다른 선택기간제 연구원 일하며 그림“불안해도…느린 삶 살고파”“잘 지내지?” ‘아니! ○○ 우울해. 이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