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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순례단 맞아 산문 열어 참회 법회

조현 2008. 03. 07
조회수 5406 추천수 0

2천여명 불자 운집 대운하 저지 결의 다져

 

산문을 아예 패쇄하고 참선 수행만 하는 조계종종립특별선원 봉암사가 7일 순례단을 위해 산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봉암사에선 이날 오후 1시 ‘생명평화 100일 도보순례단’과 함께 ‘부처님 마음과 생명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참회·정진법회’가 열립니다.

 

이 법회엔 전국적으로 스님 300여명을 포함해 2천여명의 불자들이 운집해 한반도운하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질 예정입니다.

 

조계종은 또 종단 차원에서 한반도 운하 구간 인근에 사찰 100여개소, 국보 3점을 비롯한 110여점의 문화재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종단차원에서 이들 지역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역사문화, 생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서 환경위원회(위원장 세영 스님)는 지난 5일 ‘생명평화 100일 순례단’의 활동을 지지하고, 한반도 운하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봉암사 법회에서 발표될 스님들의 글을 미리 보니,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회에서 발표될 참회문과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의 글, 불교환경대표인 수경 스님이 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생명과 자연과 인간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생명의 근원으로 귀명하게 하는 첫걸음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봉암사 법회 참회문]

 

우러러 고하옵니다. 

 

온 누리에 항상 계시는,

만생명의 인자한 어버이이신 부처님이시여!

오늘 저희들은,

삼라만상이 부처님의 현현이라고 믿어왔지만,

그 믿음에 투철하지 않았음을 사무치게 알겠습니다.

이제 그 허물을

우주 법계의 만생명 앞에 남김없이 드러내어 참회하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오늘 저희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강'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정녕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비로소 그것이 진정 우리의 옛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참회의 기도를 올립니다.

'중생을 다 건지겠다고' 서원을 하고서도,

만생명의 근원인 강물이 절명의 순간에 몰릴 때까지 

신음소리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습니다.

불제자로서 이보다 큰 허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만시지탄이오나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만생명을 구하는 관세음보살님의 손길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한 방울의 물일지라도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 속에는 팔만사천의 생명이 깃들어 산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날마다 읊조리고서도

진심으로 믿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죄업의 과보가

생명의 근원인 강물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갈증으로 신음하는 아이의 입술 위에 떨어지는

애타는 어미의 한 방울 눈물이라도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날이면 날마다 '동체대비'를 말해왔으면서도,

진심으로 만물을 한몸으로 여기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세상의 작은 아픔에도 소스라치는

약왕보살님의 비원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빈자일등'의 공덕을 자랑처럼 내세워왔지만

가난한 이웃을 외면한 허물이

결국은 모든 사람을 고삐 풀린 욕망의 포로로 만들고 말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더 이상 이 세상이 물욕의 전쟁터가 되지 않게 하는

나눔의 샘터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자타불이'와 '만물동근'의 가르침을

금과옥조처럼 여겨 왔으면서도

진심으로 '나와 너'를

'자연과 인간'을 한몸으로 대하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불이'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게 하는

원력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무소유'의 미덕을 널리 권선의 방편으로 써 왔으나

기실은 말놀음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지심으로 참회하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욕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세간을 받치는,

'더불어 사는 지혜'의 기둥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생명의 강과,

그 속에 깃든 무한한 생명체와,

그 모든 것을 품에 않은 국토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신의 폭력' 앞에서

만생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두두물물이 법신의 현현인 까닭에

일마다 불공인 도리를

투철히 실천하지 못한

저희 불제자들의 허물이 크고도 무거운 것을

사무치게 깨닫습니다.

부디 자비의 방편을 펴시어, 

재물을 쌓아서 나누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조금씩 쌓는 것이

진정한 보시이고 무소유의 실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옵소서.

'돈'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시대의 미망에

지혜의 장군죽비를 내리시어,

폭력적 개발과 성장의 허장성세가 기승을 부릴수록

가난한 이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산과 강이 파해쳐져

결국은 모두가 공멸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시옵소서

고삐 풀린 물질적 욕망의 노예살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않는 한,

진정한 행복인 해탈의 자유는

영원히 멀어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간절히 바라오니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온전히 생명의 근원으로 귀명하게 하는

수행과 성찰의 첫걸음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금가루가 비록 귀하지만, 눈에 떨어지면 눈을 가리게 됩니다

 

[봉암사 주지 함현 스님의 글]

 

함께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불연을 맺은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 우리는 조계종 수행종풍의 근본도량인 희양산 봉암사에 모였습니다. 1947년에 청담, 성철, 보문, 자운, 우봉 스님이 수행 풍토가 해이해져 위기에 처한 정법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결사를 단행한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을 연 날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출세간 수행 도량의 상징인 봉암사에서 전례가 없는 법회를 연다고 경책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세간이 없으면 출세간도 없는 도리를 헤아리면, 더욱이 법회의 취지가 우리 국토의 근본을 허물어 놓을 대운하 건설이라는 미망을 지혜로 돌려놓고자 하는 위중한 사안이고 보면, 오늘의 법회야말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사 결사의 취지에 부합하는 반야의 시회(施會)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이 법회는 세간과 출세간을 초월한 만생명의 '대중공사'이자, 이 땅과 이 땅의 미래를 위한 '포살 법회'일 것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금가루가 비록 귀하지만, 눈에 떨어지면 눈을 가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을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이 딱 이짝입니다. 오직 '돈'을 외치며 허둥대는 일부 정치 권력자들의 모습은 금가루가 좋다하여 삼키는 것도 모자라 눈에도 넣으려 하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옛 조사스님은 "다만 미혹함을 깨닫는 것으로 스승을 삼을 뿐"이라는 가르침을 베풀어 놓았습니다. 오늘 이 법회는 바로 이러한 조사 스님의 지혜를 나누는 자리이자, 물욕에 눈이 멀어 사람다운 삶을 포기하는 우리네 삶을 성찰하는 수행의 마당입니다. 

 

세간의 삶에서 경제 활동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 활동의 주체가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 반대가 되어 사람이 부림을 당하면, 인륜은 가뭇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정의는 종적을 찾을 길 없어집니다. 현재 세계의 식량 사정을 보면 당장 증명이 됩니다. 지금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필요한 양의 1.5배입니다. 그런데도 8억 명의 사람들이 일상적인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고, 굶주림과 그것으로 인한 영양 부족 때문에 5세 이하 어린이 3만 4천 명이 날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1년으로 따지면 1천 2백만 명,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에 다가가는 수치입니다.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썩어 버려지는데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입니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빈곤 가정의 8살에서 13세까지의 어린이 중 22. 1퍼센트가 세끼를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결코 우리 사회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총량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최근 새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가 그 원인을 잘 보여 보여주었습니다. 몇 채의 아파트를 가진 것도 모자라 전국에 걸쳐 불법, 탈법적 땅 투기를 한 부도덕한 정치 세력과 천민적 기득권층의 탐욕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여 대운하를 파겠다는 것입니다. 환경 파괴는 논외로 하고라도 당장 5년 간 집권 세력의 현시욕과 물욕 때문에 나라의 미래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재앙을 맞을 것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 불제자들은 '번뇌가 곧 보리'라는 것을 아는 안목의 소유자들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한반도 대운하'라는 태산 같은 번뇌 덩어리를 우리 삶의 전반을 성찰하는 정진의 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대운하 문제는 결코 환경 문제에 국한될 사안이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 경제를 장기 불황으로 몰아넣을 경제적 위기, 민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민주주의의 위기, 만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생명의 위기, 궁극에는 선량한 다수의 국민을 사실상의 빈민 상태로 빠뜨려 물질의 노예로 전락시킬 인권의 위기를 초래할 한반도 대재앙의 전주곡이 될 것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는 자비문중의 일원입니다. 자비란 무엇입니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더불어 행복해 하고 나 아닌 다른 생명체의 불행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자비의 행을 일러 복덕이라 합니다. 여기에 지혜를 더하면 '복혜'가 됩니다. 복혜(福慧)야말로 성불의 전제 조건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모두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부처님께 귀의했습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자유, 즉 해탈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자비 문중의 대중들은 최우선으로 '불살생'의 관점에서, 궁극적으로는 '해탈'의 관점에서, 하루속히 이 땅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부디 생명의 눈을 뜨고 대운하 건설의 미망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명색이 선문 납자로서 번다히 말을 늘어놓았습니다만, 두어 차례 생명의 강을 모시는 순례단과 함께 강을 걸으면서, 의단 독로의 경지는 아니어도 깨달은 바가 없지 않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소회의 일단을 내어 보이는 바, 오늘 이 시회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타성일편(打成一片)의 경지를 열어가는 깨달음의 장으로 승화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만생명과 더불어 성불하는 순간까지 정진 또 정진 하십시다.
 
 불기 2552년 3월 7일
 조계종 특별선원 희양산 봉암사 주지 함현


물길을 따라 걸으며 강이 들려 준 얘기, 그리고 느끼고 꿈꾼 것들

[순례단 수경 스님]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께

 

땅, 물, 태양 그리고 바람은 생명의 본체입니다. 땅은 생명의 모태이고, 물은 생명의 약동이며, 태양은 생기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바람은 그 모든 것을 순환시키는 천지간의 호흡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이것에서 비롯되었고 다시 이것으로 돌아갑니다. 이리하여 만물은 동근이고 동체인 것입니다.

 

땅, 물, 태양 그리고 바람은 넷이면서 하나고 하나이면서 넷입니다. 상즉상입(相卽相入)의 관계입니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한반도대운하'에 '수몰(水沒)'될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순례에 나섰습니다. 단순히 대운하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토의 근간을 허물고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생각조차 해서 안 될 일을 너무나 가벼이 여기는 우리네 삶을 성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의 순례가 단순히 대운하를 반대하기 위한 일이 아니어야 함을 절감하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자 문화와 역사의 토대였습니다. 미래를 향한 희망의 편지를 띄울 주소지였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길을 따라 걸으며 강이 들려 준 얘기, 그리고 느끼고 꿈꾼 것들을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신의 폭력'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물신의 폭력에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사교육비 때문에 서민은 빈민의 지경으로 내몰리며 가난의 세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상식을 조롱하는데도 수수방관입니다. 집을 주거 공간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채 세채 집을 가진 몰염치한 투기꾼은 다수의 잠재적 투기 심리에 기대어 더욱 뻔뻔스러워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돈의 노예가 된 우리 사회에 유포된 거짓 복음의 결정판입니다. 5년 정권을 위해서 국토의 근간을 허물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희망을 탕진하는 반경제적 도박입니다. 

 

대운하는 경제를 빌미로 국민의 복종을 강요하는 신개발독재적 발상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대운하가 아니면 당장 나라가 무너질 것처럼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청년 실업의 아픔마저도 대운하 건설을 강행하는 몰염치한 주장의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은 토건 사업으로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허덕인 일본 경제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건설 회사의 최고 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성장을 통한 분배를 부르짖습니다. 이런 주장의 허구는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일본이 또 증명하고 있습니다. 허장성세이든 아니든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돈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정의가 설 자리를 잃는다 했습니다. '삶을 질'을 내팽개친 천박한 자본 논리는 지속 가능한 경제적 동력까지 탕진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사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환경오염은 서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특히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전지구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는 이제 하면 좋을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절박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는 인권의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떻습니까.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전근대적 토목 사업을 벌여 마구잡이로 국토를 훼손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근시안적 발상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기후는 아열대성으로 변해갈 조짐이 짙습니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칫 홍수에 대한 대비를 소홀이하면 전국민을 잠재적 수몰민화 할 공산이 큽니다. 홍수에 대비한 수위 관리가 예측을 벗어날 경우 운송 기능의 무력화는 물론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재앙 수준의 홍수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취임을 전후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전형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사 문제를 보면 국민 통합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역 갈등에 종교 갈등까지 얹어 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대운하를 고집하는 이유는 더더욱 알 길이 없습니다. 경제 살리기가 아무리 절박하다 해도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극히 일부의 건설 회사와 투기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양새로 자승자박하여 다른 국정 수행 능력까지 떨어뜨리지 마시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교회의 장로이신 이명박 대통령은 '섬김'의 의미를 진정으로 새겨 봤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세치 혀의 정치 공학이라는 것을 대운하 강행 의지가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를 하는데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인지요. 만약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까지 장악할 경우 민주주의의 후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대의 기능은 선거 기간에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100퍼센트 예측이 빗나가길 바라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섬김'이라는 말은 과거 서울 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 것처럼,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기 위한 말잔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간절히 당부하건대, 제발 선량한 국민으로 하여금 이런 졸렬한 의심을 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인류는 문명사적 전환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억지 춘향격이긴 하지만 대운하 논란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지 않습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의 전환, 민주화 이후 구심점을 잃어버린 사회적 연대의식의 회복 조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에너지가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청년 실업, 공교육 정상화 같은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어나가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속히 이명박 대통령은 21세기에 걸맞는 지구적 관점과 문명 전환의 관점에서 창조적 국정 운영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물신의 사제들이 전파하는 거짓 복음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대운하 계획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좀 더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새로운 애드벌룬을 준비하는 얕은꾀를 내지 말고 당장 백지화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은 수단시 되어서도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논란 자체가 죄를 짓는 일이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물신 숭배는 생명에 대한 무관심과 표리의 관계를 이룹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생명 불감증 때문에 빚어진 재앙이었습니다.

 

환경은 물론, 문화, 역사, 경제, 정치적 측면에서도 대운하는 미망의 기획입니다. 천문학적 관리 비용은 둘째로 하고라도, 무용지물이 될 경우 훼손된 국토는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감당해야할 미래 세대의 고통은 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한반도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온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고 말 대운하 계획은 이제, 봄 강물 위로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 대운하를 백지화 하겠다는 결정이 난다해도 우리는 생명의 강을 따라 계속 걸을 것입니다. 그 동안 강을 따라 걸으면 무시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풍광과 생명에 대한 경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전율하는 것보다 더 좋은 환경 보호 프로그램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일에 너무 서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청정해져야 국토가 청정해집니다. 우리 모두와 국토가 청정해질 때까지 순례는 계속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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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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