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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뉴라이트로 정치조직화가 문제"

조현 2008. 10. 16
조회수 3839 추천수 0

[산중한담] 신학자 길희성 교수 종교갈등 해법

 

"대통령이 종교적 정체성 드러내는 것 위험
 문화·인종·종교적 다원성 인정은 지상명령"

 

 

Untitled-1 copy 9.jpg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 편향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다종교사회이면서 종교간 평화를 유지해온 우리나라에서도 종교로 인한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경기도 분당 서현역 부근 오피스텔에 자리한 길희성(65·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의 개인 서재를 찾았다. 서울대에서 철학을, 예일대에서 신학을,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을 연구한 길 교수는 기독교(개신교+가톨릭)와 불교를 동시에 아는 '드문' 학자다. 그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 상당히 위험한 게임 하고 있다"
  
"개인의 문제도 문제지만 현 상황은 개신교 보수세력이 뉴라이트로 정치화·조직화·세력화된 것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들의 도움을 받아 당선돼 그 정치세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과정에서 공과 사를 구분치 못한 공직자들의 무분별한 언행이 계기가 됐다. 불교도 과거엔 몇 사람만 다독거리면 지나갔는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더구나 보수기독교가 정치 세력화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종교의 정치세력화는 위험하다. 불교도 정치의식이 깨어났다. 대통령이 잘못 다루면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간단치 않다'는 상황 인식이다. 그는 "다양한 종교가 있는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이 개인적인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위험한데 이 대통령이 상당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문제의 당사자인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을 지고 풀어야 한다"고 했다.
"내 자유가 필요하면 타인도 자유가 필요하고, 내 인격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인격도 소중하고, 내 신앙이 중요하면 타인의 신앙도 중요하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이며, 우리의 헌법 정신이기도 하다. 법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이 그런 간단한 상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길 교수는 "대통령의 신앙도 존중되어야 하고 대통령이 매번 교회가 나가는 데는 경호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 청와대에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보는 것이겠지만 청와대는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인 영역이기도 해 대통령의 개인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공적인 지위를 통해 사적 종교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양에서는 치열한 종교전쟁의 아픔을 거치면서 정치와 법, 경제, 교육에선 종교를 공적 영역에 결부시키지 않은 세속화(정교분리)가 상식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식마저 지켜지지 않은 것은 서구에선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고, 선교 열정 또는 강박증을 낳은 근본주의 신학에서 찾는다.

 

"교리적 배타성을 지도자의 권위주의에 악용"

 

"성서를 통째로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근본주의 신학은 성서를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으로 구분한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동으로 20세기 미국 보수 일각에서 일어난 운동이었다. 그 근본주의가 국내 교회의 9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근본주의에선 경전을 하나님의 계시로 본다. 같은 계시종교인 이슬람과 유대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 종교의 계시 내용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 싸운다. 자기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것에서 배울 일이 없으며, 일방적으로 전할 일만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국 개신교에선 교리적 배타성을 지도자의 권위주의에 악용하고  성직자들을 우상화하는 데서 나아가 목사를 하나님처럼 여김으로써 만인사제설을 주창하며 개신교를 낳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길 교수의 평이다.

 

인간이 만든 교리와 제도, 교권, 전통은 변하는 것이며 상대적인 것이라는 건 상식인데도 목사와 장로의 권위나 교권의 힘을 이용해 그것을 절대화시킴으로써 더욱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엔 도덕적으로 타락할 때 하나님이 교회와 성직자를 더 먼저 정죄한다고 여기며, 자기 스스로를 더욱 더 비판하는 예언자적 정신이 있었는데 한국에선 자신의 계시를 절대화해 하나님 자리까지 올려놓거나, 교리와 제도를 그렇게 절대화해도 이들이 무서워 이를 지적하는 예언자적 정신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게 길 교수의 안타까움이다. 길 교수는 이런 개신교 내부의 문제를 다른 쪽에서 지적하면 반발만 거세지고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개신교 내에서 자정할 능력이 생겨야 한다고 보았다.

 

"보수신학 틀에만 갇혀 근본주의, 반지성주의, 반문화주의가 지배"

 

길 교수는 서구에선 계몽주의를 거쳐 현대에서 탈기독교화가 가속화하면서 위기의식이 팽배해 기독교의 메시지를 어떻게 현대인들과 만날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거쳐 전통신학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면서 변화하는데 국내 개신교는 이런 변화를 거부한 채 보수신학의 틀에만 갇혀 근본주의, 반지성주의, 반문화주의가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문화적 다양성과 인종, 종교적 다원성을 현실에서 인정해야하는 것은 지상명령"이라고 말했다. 종교가 가장 자비롭고 열려 있어야 하는데, 가장 폐쇄적이고 독단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 것을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종교적 정체성보다 단일민족으로 민족적 정체성이 강하다. (스포츠에서) 한·일전이 열리면 스님과 목사와 신부가 함께 응원한다. 또한 유교라는 완충지대가 있어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누구나 타종교를 알아야 자기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옛날엔 한 문화나 종교권에 태어나면 다른 문화와 종교를 알 길이 거의 없었다. 우물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다른 문화 종교를 얼마든지 알 수 있고 알아야 하는 시대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자기 우물 속의 것밖에 몰랐다는 무지의 자각이 참다운 지식의 시작이다. 다양한 신앙이 존재하는 것을 갈등요소로 삼을 게 아니라 서로 풍부하게 해야 한다. 다양성을 소극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우고 활용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서로 풍부해지겠는가."

 

글·사진 조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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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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