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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혼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집착 놓아야”

법륜 스님 2016. 03. 11
조회수 15750 추천수 0
 자살한 아들 “화장” 유언대로 하지 않고 납골당에 안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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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에서 제주 시민들을 위해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아들을 잃고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있는 어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입니다. 
 
 “저는 올 초에 둘째 아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면서 그 아이한테 진 마음의 빚이 너무 많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네요. 아이가 결혼은 안 하고 32살에 죽었어요. 제가 이혼하면서 그 아이를 키우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빠하고 살다가 20년 만에 제 옆에 와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돌아왔어요. 아이가 가게를 하나 차려주기를 원했어요. 형편이 조금 부족하기도 하고 저는 올해 차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원한 건 작년이라서 그것도 또 거절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가게를 차려줬는데 그 가게가 제대로 잘 안됐어요. 그런데 작년 6월 달에 새엄마의 막내딸이 자살했습니다. 제 아들이 그 아이하고 굉장히 가깝게 지냈던가 봐요. 그 아이를 못 잊어서 자꾸 힘들어 하기에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결국 올해 초에 그 아이를 따라간다고 유서를 한 장 남기고 자살을 했어요.
 주위에서는 제가 밝게 살아주는 게 그 아이를 위하는 거라 하지만 그 아이만 생각나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그 아이의 부탁을 못 들어준 게 있어요. 유서에 자기를 화장해서 산에다가 뿌려 달라 했는데 제가 보내기 싫어서 우선 여기 제주도 공원 납골당에 안치를 했어요.
 제가 그냥 아들한테는 마음속으로 내가 너를 떠나보낼 수 있을 때까지만 데리고 있겠다고 했어요. 제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그 아이한테 진 빚을 갚게 되면 그때 보내주려고 하는데 제 욕심인지, 제가 묶어 놓아서 그 아이를 훨훨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건지, 이게 항상 숙제이고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한번은 하도 답답해서 철학관에 갔는데 거기서는 아직 갈 때가 아니라서 제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도 이렇게 큰 스님께서 오셨으니까 지인으로부터 그렇게 답답하면 질문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용기를 내서 오늘 이렇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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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자는 묻기만 하지 제 말을 안 들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말씀 좀 해주세요.”
 “안 들을 건데 얘기해서 뭐합니까. 듣겠다고 약속을 하면 제가 얘기를 하고요.”
 “들을게요.”
 “정말이에요?”
 “예. 듣겠습니다.”
 “뿌리세요.”
 “뿌려줘요? 날짜는 상관 없이요?”
 “네.”
 “감사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뿌리세요. 더 이상 이런저런 얘기 하지 말고요. 지금 자기는 결혼생활 하다가 어린 애 놔두고 나와서 그때도 애한테 고생시켰고, 엄마의 에고로 죽은 영혼까지 또 고생시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 잘못은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잘못을 두 번이나 할 필요가 없어요.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제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번 실수한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두 번 실수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까 뿌리세요. 바로 하시겠어요?”
 “예.”
 “또 돌아가면 잘 안 될 거예요. 오늘이 음력으로 16일이잖아요? 내일이 17일, 모레 18일이 지장재일이지요. 내일 모레 바로 뿌려주세요.”
 “아들이 원하는 곳에 뿌려요?”
 “그건 알아서 하세요. 바다에 뿌리든, 산에 뿌리든, 그건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핵심은 자기가 집착을 탁 놓아야 된다는 말이에요. 내가 집착을 탁 놓아줘야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신앙의 문제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인데 한번 들어보세요. 보통 ’하늘 나라에 간다‘, ’윤회 한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그러면 극락에 간다고 칩시다. 그럼 이유가 어떻든 일단 죽었잖아요.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든, 자살을 했든, 병으로 죽었든, 우리가 볼 때는 이유가 중요하지만 객관적 사실은 죽었다는 거예요. 죽었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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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럼 돌아올 수 없는데 엄마가 자꾸 울면 죽은 영혼이 떠날 수 있어요? 없어요?”
 “없을 것 같아요.”
 “떠날 수 없으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무주고혼이 되는 거예요. 죽어서까지 애를 무주고혼으로 만들고 싶어요? 엄마가 아이를 안 잊고 싶은 자기만족 때문에 아이를 무주고혼으로 만들어야 되겠어요? 나는 떠나보내는 게 섭섭하지만 아들은 극락에 가려면 빨리 가야 되고, 천당에 가려면 빨리 가야 되고, 환생하려면 빨리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럼 빨리 보내야 될까요? 잡고 있어야 될까요?”
 “빨리 보내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붙들고 있어요? 뭐 때문에요?”
 “제 욕심 때문에요.”
 “그래요. 왜 애를 또 고생시키려 그래요. 그 정도 고생시켰으면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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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겠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명을 다했잖아요? 그럼 좋은 곳으로 빨리 가야 될까요? 안 가야 될까요?”
 “좋은 곳으로 빨리 가야지요.”
 “그러니까 잘했고 잘못 했고 그건 지난 일이고 앞으로 잘 살아야 될 것 아니에요. 좋은 곳에 빨리 가야 되겠지요? 이름이 뭐에요?”
 “000이요.”
 “그러면 ‘00야, 잘가’ 이렇게 한번 해봐요. 지금 이 자리에서 해봐요. ‘00야, 잘 가라.’ 이렇게 해봐요.”
 (울먹이며) “00야 잘 가.” (청중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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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그렇게 해서는 안돼요. 대중들도 박수치면 안돼요. 울먹이면서 ‘00야, 잘 가라’ 했는데 이것은 가지 말란 얘기에요. 울먹이면서 ‘아이고 가거라’ 하는 것은 손은 잡고 당기면서 ‘가거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지 말고 진짜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얼른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이런 마음으로 ‘00야! 잘 가!’ 이렇게 뒤끝이 딱 올라가야 된단 말이에요. 울먹이면서 ’잘가...‘ 이건 안돼요. 다시 해봐요. 내 마음에서 집착이 딱 끊어져야 돼요. ‘00야! 잘 가라! 잘 가!’ 이렇게 뒤끝이 딱 올라가게 해봐요.”
 “00야! 좋은 곳으로 잘 가라!” (청중 박수)
 울먹이던 질문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아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자 청중들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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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마무리 말씀으로 모두에게 즐거웠고 유익했느냐고 물으며 모두가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위로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정합니까? 그 어떤 사람도, 흑인이든 백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한국사람이든 일본사람이든,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어요. 그것이 바로 모든 중생은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예요. 부처가 될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요. 기독교로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거에요. 그 행복을 여러분들이 가지셔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을 보면 괴로운 걸 합리화 하려 그래요. ‘나는 괴로워야 되요’ 이렇게 주장을 해요. 그래서 괴로운 거예요. 괴로울 일은 없어요. 조금만 살펴보면 모든 게 다 어리석음에서 빚어지는 일들입니다.
 방금 전 아드님을 잃고 힘들어하는 분의 마음이 이해는 되죠? 그런데 괴로워해서 무슨 이익이 있어요? 죽은 아들한테도 이익이 안 되고 나한테도 이익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재를 뿌리듯이 훌훌 떨쳐 보내야 영혼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아요. 아들 죽은 어미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죽을 때까지 울고 지내야 되요? 이혼한 여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어떤 핑계를 대고 자꾸 괴로워하는 걸 합리화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얘기에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0455&page=8&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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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자살, 아들, 화장
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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