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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은 인간을 어찌해야하나요?

법륜 스님 2011. 06. 12
조회수 33910 추천수 0

참을 수 없게 싫은 사람이 있어요



그동안 스님 법문을 듣고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면 ‘기도나 열심히 하세요.’ 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질문 드리겠습니다. 유독 한사람만 만나면 불편하고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 사람과 업무적으로 부딪칠 일은 없으나 좋은 관계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회사에 있는 어떤 사람 같은데, 서로의 카르마가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네요. 상대의 꼴만 봐도 보기 싫을 때에는 어떻게 생각을 내야 할까요? ‘왜 나는 안 될까?’ 라든지 ‘저 인간은 정말 문제다.’ 이렇게 볼 게 아니라 ‘내 분별심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고 있구나.’ 하고 자신을 봐야 합니다. 즉 ‘이 사람하고 부딪치면 내 업이 아주 강하게 일어나는구나. 그러니 이 사람은 내 수행의 연습상대로 아주 좋은 사람이구나. 만약 내가 이 사람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극복할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연습해야 하는데 아주 센 사람하고 연습해서 나를 이기면 나머지는 굳이 연습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마음을 바꾸세요. 이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이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이 수행이 잘된 사람이라고 착각했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존재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방심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보통은 이런 상대하고 부딪쳤을 때 거의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게 나의 업식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수행하는 데 좋은 연습상대가 됩니다. ‘내 수행을 점검하는 감독관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내가 공부가 얼마나 됐는지 이 사람이 금방 점검해 주지 않습니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세요. 그래서 아침마다 얼굴을 볼 때 ‘오늘은 수행이 잘 될까?’ 하며 되나 안 되나 부딪혀보세요. 그러다 ‘탁’ 하고 또 올라오면 ‘내가 또 업식에 끄달리는구나.’ 하면서 내려놓으세요.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됩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말은 법당에 와서 절이나 열심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연습 좀 더 해라.’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연습하는 것보다 상대를 두고 연습하는 게 훨씬 수행속도가 빠릅니다. 권투할 때 샌드백을 치며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스파링 상대를 두고 하는 게 더 훈련이 잘 되는 것처럼, 수행에서도 연습 상대가 있으면 진전이 더 빠릅니다.

초심자는 상대를 직접 두고 연습하려면 좀 힘듭니다. 워낙 연습해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법당에서 절하면서 혼자서 연습을 좀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어지간히 이치를 알게 되면 현장에서 실전을 해 봐야 합니다. 스님들이 산속에서 혼자 앉아서 수행하니 인격이 고상할 것 같지만, 남대문시장에서 사흘만 생선 장사를 하면 입에서 절로 욕을 내뱉을지도 모릅니다. 현장에서 연습이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선에서는 현장에서의 연습을 ‘보림’이라고 합니다. ‘이치를 탁 깨쳐서 견도를 얻었다.’ 하면 만행을 해야 합니다. 만행을 통해 온갖 것에 부딪히면서 보림을 하는 것이지요. 육조 혜능대사도 금강경 한 구절에 확 깨쳤다 했지만 설법을 할 때까지 16년 동안이나 사냥꾼들 틈바구니에 숨어서 피해 다녔어요. 그게 바로 보림 기간입니다.

여러분들은 집에서 아내나 남편을 상대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수행 잘못된 거, 안 되는 거 아는 건 남편이나 아내가 귀신이기 때문에, 여러분 마음을 알아서 속을 확 뒤집어놓죠. 그럴 때 ‘내가 공부 좀 하려고 하면 저 인간이 나를 뒤집어 놓아서 공부가 안 된다.’ 이러지 말고, 상대를 수행 점검하는 연습상대라 생각하시고 공부하면 세상살이가 그대로 수행이 됩니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거나 자식이 말을 안 듣거나 회사에 나가서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는 건 현장실습에 속하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만행을 하는 스님들처럼 보림 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질문하신 분은 ‘저 사람이 나하고 악연인가?’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이 내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점검해 주는 사람이다.’ 하고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대화해 보세요. 그러면 한두 번 하다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게 빨라져요. 이렇게 자기 수행을 점검하는 관점에서 연습 삼아 상대를 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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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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