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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은 내 기준에서 나온 생각

법륜 스님 2011. 06. 25
조회수 14837 추천수 0

 

 몇 년 전에 아내와 헤어졌습니다. 저는 불법 만나 정진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중생은 제대로 제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저는 아이 셋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이 참 좋고 행복합니다. 어쩌면 이대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옳다, 그르다’, ‘잘했다, 잘못했다’는 시비분별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시비분별은 당연히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상대의 문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람, 같은 모습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판단과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면, 그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문제이지요. 결국 생각이나 판단도 ‘내가’ 일으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 대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일어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대상으로부터 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착각을 전도몽상이라고 합니다. 거꾸로 잘못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 대상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두려워합니다.


남편 입장에서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내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이 그렇게 느끼는 것입니다. 당사자로서는 이것이 사실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비유를 든다면 꿈에서 강도를 만나 쫒기는 사람은 실제로 강도에게 쫓긴다고 생각하지만, 깨어 있는 사람이 볼 때 그건 잠꼬대일 뿐입니다. 강도도 없고 두려워할 일도 없고 쫒길 일도 없는데 꿈을 꾸고 있는 사람한테는 아무리 얘기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처럼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아내를 미워한 것은 나를 기준으로 해서 일으킨 생각이다. 아내는 나쁜 여자도 좋은 여자도 아니다. 그냥 한 사람일 뿐이다. 나를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내 맘에 안 들고 내 느낌에 안 좋고 내 생각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남편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나쁜 인간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보면 동산이고 저기서 보면 서산인 것과 같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은 거와 같습니다.


아내는 애를 셋이나 낳아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고맙기는커녕 원망하는 마음과 미움이 생겼던 것입니다. 정법에 귀의해서 정신 차리고 보면 ‘이건 아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구나! 내가 그렇게 생각했구나! 내 업식으로부터 일어난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미안합니다. 내가 내 생각에 빠져서, 내 업식 때문에 당신한테 온갖 분별심을 일으켰습니다!’이렇게 참회해야 합니다.


아내도 자기 생각에 빠져서 남편처럼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러니 이혼까지 갔겠지요. 그러므로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나쁜 인연의 과보를 받지 않도록, 진리를 깨닫고 정신 차려서 살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합니다. 아빠가 진실하고 바르게 눈을 뜨고 살면 아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불법에 귀의하게 됩니다.


‘내가 내 생각에 빠져서 미워했구나! 사람이란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판단이 다르고 취미가 다른데. 그 다른 것을 내가 인정하지 못했으니 그 사람 편에서는 그럴 수 있었겠구나! 아내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을까? 얼마나 답답하면 나하고 못 살겠다고 헤어졌을까?’

이런 마음으로 참회하면서 계속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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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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