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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잘 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들

박기호 신부 2013. 07. 26
조회수 14798 추천수 0

대화란 씨를 뿌리는 일과 같다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은 백배, 어떤 것은... (마태 13,1~9).”
 

 

농사한겨레류우종기자.jpg

*농부의 모습. 한겨레 류우종 기자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는 공동생활의 대화 원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백 배, 쉰 배, 서른 배의 결실을 원하면서 씨를 뿌립니다. 듣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뿌린 씨가 날아가 버리는 것도 되고, 열매 없는 쭉정이가 되기도 하고 또 더러는 밀을 뿌렸는데 가라지만 잔득 나와 있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의 동문서답만이 아니라 공동생활의 대화 모습도 그러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돌밭인지 가시덤불인지 잘 보고 뿌려야 합니다. 들을 귀가 없는 사람에게 우이독경(牛耳讀經)하고서 남을 책망하면 뭐하겠습니까?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 했습니다. 말하는 이는 의도가 잘 전해져야 할 것이고, 듣는 이는 말하고 있는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느 누가 제안하고 만든 자리건 그 결과는 공동체 모두의 공유물이 되기 때문에 바로 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백 배, 쉰 배, 최소 서른 배의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협력하고 배려하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공동체에서의 대화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유머나 한담으로, 잡학잡담에 해당할 것입니다. 둘째는 지나간 일에 대한 정돈의 문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하려는 자리이고, 셋째는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대책을 구하고려는 자리입니다.

 

첫 번째의 한담이나 유머는 공동생활의 즐거움과 윤활유같은 기능도 하는 반면에, 백과사전처럼 늘 쏟아놓는 말을 들어주어야 하는 피곤함이 있고, 종종은 말꼬리 이어 잡기로 다툼을 만들기도 합니다. 중용을 지킬 일입니다.

 

두 번째 경우에서 말하는 이는, 자기 느낌이나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말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자기 표현방식을 고칠 필요도 있습니다. “내 말하는 스타일 본래 이런 거 다 알잖아!” 그러면 못씁니다. 한국 사람은 내용이 옳고 그름보다 누가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단 걸 알아야 합니다.

 

반면에 말을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스타일이나 태도보다는 내용이 본질이라 생각하고 들어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그 소리야? 난 네 말에는 믿음이 안가!” 하면 너무 곤란합니다. 대화 방법이 서투른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소 논리성이 없고 횡성수설 하는형이라면 “그러니까 이런 말인가?” 확인해 주는 것도 좋겠지요.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들어주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답보다는 계속 듣고 이해해 주는데 더 치중해야 합니다. 대화는 절제가 중요합니다. 침묵도 대화니까요. 문제가 발생된 당시 자신의 이해 상태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서로 이해와 공감이 넓어지고 감정은 눈 녹듯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 더 깊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 것입니다.

 

공동체 대화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대화의 자리가 더 큰 다툼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대화를 하는 건데 최악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건 화해하려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확보하려고 하면 정의를 얻기 전에 먼저 사람을 잃게 됩니다.
 

대화장면영화도둑들.jpg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중요한 것! ‘용서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서양인에 비해서 동양인은 ‘용서해 달라’는 말에 인색합니다. 굴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은 덕목이지 굴욕이나 비겁이 결코 아닙니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죄송하다. 사과한다’는 표현이 많은 공동체는 그만큼 성숙하고 건강한 공동체라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 어떻게 할까? 를 위한 대화의 경우가 중요한데요.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마을을 위한 마음으로 좋은 방법을 궁리하는 대화이니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서 좋은 상상이나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난다고 해서 검토되지도 평가되지도 않은 것을 만점답안지 보여주듯 마구 질러대서는 곤란하겠지요.

 

그 와중에도 나쁜 버릇은 문제점을 보완 극복하고자 대안을 구하는 대화인데 대안은 없고 문제와 관련된 과거사만 계속 화제로 삼는 경우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대안을 찾고자 하는데 잘못된 과거 얘기만 하고 있다면 질책의 자리처럼 느껴지고 그건 진짜 곤란스럽고 낭패입니다. 번지수가 틀린 것이죠. 콩을 심은 사람은 백 배 쉰 배의 수확을 원하는데 콩은 나오지 않고 팥만 자라나는 꼴이니까요. 역시 어리석은 대화입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공동체보다 더 힘들게 사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없던 시대에는 가정에서 마을에서 어른들에게 야단맞고 혼나면서 말버릇과 예의와 품행의 방정을 배웠는데 전국민의 고학력 시대인데도 참 거시기 합니다.

공동체로 살고자 하니 우리도 어린이 처럼 대화법과 예절을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해가 나려나...? * (201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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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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