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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의 주인이 되려면

휴심정 2014.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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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나는 나로서 마땅한 생각 갖고 있나” 
종단협 지도자연수서 특강 


<불교닷컴> 2014년 03월 14일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한국사회의 문제들은 국민 개개인이 주인된 생각[마음·사고]을 하지 못해서 비롯됐다. 때문에 민주주의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고 물신주의(物神主義)가 팽배해 있다.”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은 14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진행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지도자 연수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발행인은 ‘한국사회의 이해’ 주제 특강에서 자신이 주인된 생각을 강조하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강조했다. 자기성찰을 통한 자기 생각의 주인됨 만이 인생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임제 선사의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隨處作主)”는 가르침과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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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30대만 되도 자신이 완성된 줄 착각”

홍 발행인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설득이 되지 않는 설득 불가능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왜’라는 질문을 죽인 것에 있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에게 ‘왜’라고 쉽게 묻지 못하고,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해 생각하는 존재(아이)가 억압받고 있다고 했다.

홍 발행인은 “가정에서 이렇다보니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도 학생에게 생각을 묻지 않고 암기만 요구한다. 사유체계를 형성하는 시기에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의) 생각의 문이 열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각의 문이 닫혀 있어 설득 가능성이 없다. 설득되지 않다보니 설득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을 말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 사이에서도 정치 등에서 이견이 있으면 터놓고 이야기해 화제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피해 화제를 돌린다는 설명이다.

홍 발행인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30대 이상이 되면 존재의 완성단계에 이른 양 살아간다. 죽는 그 순간까지 미완성이라는 인식을 못하고 스스로 어떤 회의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아픈 생각이 굳어져 고집”

홍 발행인은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몸과 생각으로 나누며 “누구나 몸이 건강하길 바란다. 생각의 건강이란 온전·온유해야 하고 자기 생각(주인된 생각)일 것이다”이라고 했다. “내 생각의 주인이 돼야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통증 있고 열이 오른다. 자각증상이다. 이를 통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묻는다. 자각-치유 과정을 거쳐 건강한 상태로 돌아간다”고 했다.

홍 발행인은 “암은 발병해도 바로 자각증세가 오지 않아 결국 몸을 망치고 생명을 위협한다”며 “생각은 내가 주인 된 생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해도, 자각이 없을뿐더러 그것을 고집한다”고 했다. 몸이 병든 상태로 비유한다면 생각이 병든 상태를 고집한다는 설명이다.

홍 발행인은 “고집을 깨려면 성찰과 회의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회의)한다’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내 생각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홍 발행인은 “내 생각은 내가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내 생각이 됐는지 아느냐”며 “내가 갖고 태어나지 않은 생각이지만 내 삶을 지배하고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없는 내 생각은 한국사회의 특수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은 내가 선택한 것도 별로 없고, 자기 고민 과정도 거의 거치지 않았다. 때문에 (내) 생각의 문이 닫힌 것”이라고 했다.

홍 발행인은 한국사회의 문제의 하나로 구성원 의식의 비주체성을 꼽았다. 그는 “의식의 비주체성의 결과가 한국사회의 보수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며 “비주체적으로 자신의 존재와 무관하게 주입받은 보수라 문제”라고 했다.


“16-14-12-10-8, 보면 뭐가 떠오르나”

홍 발행인은 칠판에 ‘16-14-12-10-8’을 썼다. 그러면서 “16에서 시작해 2씩 줄어든 숫자의 나열을 보고 무엇이 떠오르는가”라고 물었다. “이곳이 유럽이었다면 노동시간의 변화라는 답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팡틴이 공장에서 일할 당시이던 1823년 당시의 노동시간은 16시간이었다.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해야 했다. 주5일 근무하고 하루 8시간 노동은 그로부터 200년이 지나 1960~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홍 발행인은 “8시간 근무 이전까지는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8시간 노동자가 생기며 정규직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는 한국사회 문제와 직접 맞닿아있다. 고용주 입장에서 비정규직은 평등한 계약관계이다. 정규직은 불평등한 계약관계”라고 했다.

비정규직은 노동자와 고용주 간에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계약관계를 아무 때나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지만 기계적 평등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평등은 노동자에게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홍 발행인은 “노동자는 아무 때나 계약관계를 해지하고 일자리를 떠날 수 있지만 고용주는 노동자를 임의로 해고할 수 없는 것이 정규직”이라며 “16-14-12-10-8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가 조금씩 인간의 모습 갖춰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한국 구성원들이 이런 과정, 역사성을 알지 못하는데 있다”고 했다.

홍 발행인은 “IMF가 닥치자 8시간 노동시간은 남겨두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바꿔버렸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다수가 됐다. 이것이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손배가압류, 정리해고 문제 등을 야기했다. 기업 이윤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사회는 불안해졌다”고 했다.

이어 “한국 구성원들이 16-14-12-10-8의 역사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쉽게 정규직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홍 발행인은 “16-14-12-10-8을 보고 노동시간이라는 생각을 왜 해야 하는가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만한 의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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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공화국? 그런데 공공 개념이 없어”

대한민국을 영어로 ‘The Republic of Korea’로 표기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했다.

이어 “공화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개념(public)이다. 그런데 공개념에 담겨있는 공익, 공공 가치가 한국에서는 없다. 교육·의료·철도 등이 그 본보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 나라는 대학교육이 무상에 가깝다. 이는 좌파 집권 이전, 국민소득 1만불 이전부터 내려오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국민소득 2만4000불이라면서 대학 등록금은 높다. 리퍼블릭의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홍 발행은 “한국은 리퍼블릭을 왕 대신 대통령을 뽑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문제는 구성원 사고의 비주체성에 더해 자신의 존재와 전혀 무관한 의식을 가진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20:80 상황서 20인줄 아는 80”

홍 발행인은 “한국 사회를 20:80 사회라고 한다. 잘 사는 사람 20%가 부의 80%를 갖고 있고, 나머지 80% 사람이 부의 20%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라고 했다.

홍 발행은 “못 가진 80%가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20:80 상황을 교정하지 못한다. 이는 비주체성과 자기 존재와 맞는 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80에 해당하면서 20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했다.

홍 발행인은 “사람은 누구나 존엄성을 갖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몸이 놓인 자리의 존엄성이 보장된다면 한국 사회 구성원의 불안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 강연을 듣는 분들은 존엄성을 보장 받는 자리에 있다. 한켠에서는 노숙자, 노인빈곤층 등 존엄성을 보장 받지 못한 이가 있는 것도 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존엄성을 인정받고 있는 나조차도 존엄성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 잡혀 있다. 20:80이 30:70으로 소득분배가 된다면 우리 사회 거의 모든 구성원이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불안이 나를 소유에 집착케 해”

홍 발행인은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온통 소유에 집착하고 있다. 물질에 대한 소유가 나의 존엄을 지켜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것이 “부자되세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등 광고카피가 거리낌 없이 나오게 한다는 설명도 했다.

홍 발행인은 “▷주거환경 ▷건강 ▷교육·양육 ▷노후 ▷실업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고 여유를 잃게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 곳간은 채워져 있어도 인심은 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는 영혼의 문제를 다루는 대학과 종교에 있다. 대학과 종교가 제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내 생각의 주인이 되려면”

홍 발행인은 “내가 내 생각의 주인이 되려면 폭넓은 독서와 열린 자세의 토론, 여행 등 직접 경험, 자기 성찰을 해야한다”고 했다.

“내가 주인이 아닌 대상이 되는 경우는 생각을 흡수·주입 받는 경우이다. 이는 대중매체와 국가권력에 의한 주입식 제도교육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홍 발행인은 “인문사회 과학을 암기과목으로 하는 것은 똑같은 내용을 진리라고 주입시키는 행위”라며 “주입식 암기교육의 폐해를 극복하려면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는 종단협 사상 최초의 연수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종단협 소속 28개 종단에서 14개 종단 65명의 출ㆍ재가지도자가 참석했다. 조계종ㆍ태고종ㆍ천태종ㆍ진각종 등 한국불교 4대 종단에서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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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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