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매체
휴심정과 제휴를 맺은 자매매체의 뉴스를 전하는 마당입니다

그날이 오긴 오는 걸까요

휴심정 2014. 05. 19
조회수 7728 추천수 0


그 날이 과연 오기는 오는 걸까요

통권 116호 <공동선>을 열며


김형태 공동선 대표· 변호사


“아직도 수난기를 사는 것 같습니다. 온통 우울증입니다. 떨쳐 일어날 날을 기대하며 부활 대축일을 맞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있는 문정현 신부님이 전화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한라산이 배경으로 멀리 바라다 보이고 마을 앞에는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강정은 무슨 연극 마당 같습니다.


강정마을.jpg

*천주교 사제와 수녀가 28일 낮 공사차량이 드나드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길바닥에 앉아,

평화를 위해 비를 맞으며 기도하고 있다. 서귀포/허호준 기자


높다란 철판 벽들이 빙 둘러서서 바다를 가로막고 그 벽들 앞에서 수녀, 수사, 신부들이 의자를 놓고 앉아 미사도 드리고 기도 바치고 묵상도 합니다. 그러다 공사장 트럭들이 그 옆에 줄을 서면 나이 어린 전경들이 쭈르르 쫓아와 이 분들이 앉아 있는 의자를 통째로 들어 10여 미터 떨어진 길옆으로 옮깁니다. 신부, 수녀님들은 눈을 감은 채 마치 가마라도 탄 듯이 의자에 앉아 달랑달랑 흔들리며 갑니다. 길옆에서 트럭들이 다 가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로 의자를 들고 와 앉아 묵상을 합니다. 다시 트럭들이 줄을 서면 또 가마를 탑니다. 매일같이 몇 시간을 그럽니다. 무슨 무언극도 아니고...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에 무슨 군인기지를 세운다고 저 난리들인지, 이제 얼마 쯤 지나면 사람 죽이는 게 존재이유인 폭탄이며 전투함정들이 강정마을을 가득 채우겠지요. 아무리 신부, 수녀들이 기도를 바쳐도,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도, 하느님은 꿈쩍도 않으시네요.
용산에서는 재개발로 돈 좀 더 벌어 보려고 수십년 동네 골목에서 장사하던 짜장면 아저씨, 호프집 할아버지를 망루꼭대기까지 쫓아 보내 불에 태워 죽였습니다. 그 터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빈 터. 이제 새로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선 이들은 또 다시 용산 개발을 외쳐댑니다.
밀양. 할아버지가 스스로 몸을 불살라도 수백, 수천의 이웃들이 버스를 타고 밀양에 내려가도 고압 송전선 철탑 공사는 곧 마무리 수순이랍니다. 오랜 세월 아픔을 같이하던 이웃들은 보상을 둘러싸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쌍용차, 국정원등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국정원. 검찰의 간첩조작...
문 신부님 말씀마따나 “아직도 수난기”인가 봅니다.


예수님 수난이래 2천여 년 세월이 지났건만 도대체 이 수난기는 언제나 끝나고 부활의 아침이 우리에게 온다는 겁니까.
우리 살아생전에, 아니 사람 사는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라도 “부활의 아침”이 과연 있기는 하는 걸까요?
엊그제 북한산엘 가느라 택시를 탔는데 60대 중반 기사 양반이 진한 경상도 억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빨갱이라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박원수이는’ 공식 석상에서도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우겨댔습니다.
저 양반 저 나이에 지치지도 않고 박원수이가 무슨 자기 할아버지 죽인 원수라도 되는 양 저리 적개심을 드러내는 걸까. 나는 그만 기가 질려 뭐라고 말대꾸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내렸습니다.


용암문에서 백운대 가는 능선 길옆에는 바위 틈새에 보랏빛 제비꽃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고, 어느 산비탈은 온통 노랑 제비꽃들이 뒤덮고 있더군요. 그리고 요 며칠 우리 집 마당에도 잔디 사이로 하얀 색 제비꽃들이 고개를 올리고 봄 햇살 따라 흔들거립니다.


내가 처음 널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에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여위였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남녘 깊은 바다 아래 몇날 며칠을 잠겨있던 아이들 중에도 조동진의 이 애절한 노래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있었겠지요.
 신부님. 
 당신 말씀처럼 온통 우울증인 이 세상에서, 용산, 밀양이 그리고 저 아이들이 무덤을 떨쳐 일어날 그 날이 과연 오기는 오는 걸까요.


*이 글은 공동선(comngood.co.k)r에 실린 것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