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여자의 일생’ 할머니의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3장

서영남 2015. 12. 30
조회수 12649 추천수 0
서영남 전 수사의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q1.jpg

청산농원에서 사과를 열 상자나 선물해주셨습니다.  손님들께 하나씩 드렸습니다.  참 좋아합니다. 윤 선생과 잡스농장에서도 잘 키운 사과를 나눠주셔서 우리 손님들이 맛있게 드셨습니다.
 어제는 고마운 분께서 귤을 열 상자 선물해 주셨습니다. 인성저축은행 봉사자들께서는 겨울 의류를 지원해주셨습니다.  
며칠 전에 선물 받은 침낭과 함께 손님들께 나눠드렸습니다. 우리 손님 한 분이 팬션에 취직되었다면서 필요한 의류를 도와달라고 찾아왔습니다. 바지와 츄리닝 그리고 장갑과 신발 그리고 내복을 충분히 나눠드렸습니다. 또 어제는 목포 대상수산에서 보내주신 달고기 생선 1상자로 생선완자 튀김, 생선 스테이크, 서더리탕을 끓였습니다. 아주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오늘은 동태탕을 끓여 손님들께 대접합니다. 그리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주일마다 맛있게 요리된 짜장을 선물해 주신 동천홍에서 짜장도 옵니다. 춥고 배고플 때 줄서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민들레국수집에서 밥 먹고 씻고 빨래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합니다.

q2.jpg

 어제는 서옥점 할머니가 지팡이를 집고 겨우겨우 찾아오셨습니다. 연세가 여든입니다. 너무너무 고달픈 삶이어서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 노래 같은 인생입니다. 젊어서 혼자가 되어 딸 하나 어렵게 어렵게 키워 시집보내고 이젠 편하려나 했는데 시집간 딸이 소박맞고 철없는 외손주 둘까지 데리고 할머니께 왔습니다. 우울증이 심한 딸까지 할머니가 먹여 살려야 합니다.  옥수수빵도 팔고 근근히 살았습니다. 조그만 집이 하나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습니다. 겨울에는 난방도 못하고 전기요로 겨우 삽니다. 이젠 나이도 들고 교통사고로 다리도 다쳐서....
 달걀이 먹고 싶은데 사 먹을 처지도 안 됩니다. 밥 조금, 달걀 프라이 두 개를 담아드렸더니 맛있게 드십니다.  달걀 한 판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식사 마친 뒤에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천원짜리 석 장을 꺼내서 맛있는 것 사 먹으라며 줍니다. 겨우겨우 할머니 주머니에 다시 넣어드렸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서영남 | 2017. 03. 13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모든 것이요.  어떤 사도가 이 무상성을 산다는 표지는 무엇일까요?  많이 있지만 두 가지만 강조하겠습니다. 첫째, 가난입니다.복음 선포는 가난의 길로 가야만 합니다.  이 가난을 증언하는 거예요.  ...

  • 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

    서영남 | 2017. 02. 19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 노숙하는 이들,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소외된 이들이  민들레국수집에서 환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어제는 청송을 다녀왔습니다. 청송의 형제들이 베베모가 다시는 청송에 오지...

  • 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

    서영남 | 2017. 01. 30

    우리 손님들이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 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

    서영남 | 2016. 09. 23

    88년생 청년과 84년생 청년 둘을 데리고 건강보험공단에 갔습니다.  84년생 청년은 24살 때부터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일거리가 있을 때는 겨우 살다가 돈 떨어지면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차례나 어린 청년이 노숙하는 것이 안쓰러...

  • 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대사’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서영남 | 2016. 02. 15

    시기와 질투.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 얻어왔습니다.  시기와 질투는 그 근본 개념이 조금은 다른데, 시기는 쉽게 말해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미움이고, 질투는 쉽게 말해 나보다 잘난 저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