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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

서영남 2014. 08. 25
조회수 11178 추천수 1


민들레진료소 4주년입니다.

민들레진료소는 한 달에 두 번 엽니다. 또 두 달에 한 번은 인천결핵협회에서 차량이 나와서 우리 VIP 손님들께 엑스레이를 찍어줍니다.


민들레진료소4주년축소2.jpg



4년전입니다. 우리 손님들은 소원이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의 진찰이라도 한 번 받아 보는 것. 파스 한 장 얻어서 아픈 데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민들레희망센터를 준비하고 또 문을 열었을 때 우리 VIP 손님들의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이분들에게 병원은 그림의 떡과 같구나 느끼고 있을 때 전화가 왔습니다.

인하대 병원의 조순구 교수님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만났고, 민들레희망센터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지 보여드렸습니다. 아주 좋다고 하셨습니다. 곧바로 중구 보건소에 민들레진료소를 열어서 우리 손님들을 보살필 수 있는 허락을 청했고 얼마후 정식으로 보건소 공문이 와서 민들레진료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민들레진료소 자원봉사팀은 진료소장이신 조순구 교수님과 의사, 간호사, 약사를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베로니카께서 민들레 식구들과 함께 물심양면으로 진료소 일을 거들었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거칠고 힘든 노숙생활로 참 아픈 곳도 많습니다. 특히 치아가 가장 먼저 상합니다. 사과치과 원장선생님께서 한 달에 두 번 이리 손님들의 치과 주치의십니다. 그리고 틀이를 할 수 있도록 참으로 지원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베로니카께서도 우리 VIP 손님들이 틀이를 할 수 있도록 남몰래 현금 지원도 많이 했습니다.


남 몰래 고민도 했습니다. 진료소를 시작하면 분명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나올텐데 어떻게 알면서도 모른 척할 자신이 있는가 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우리 손님들은 건강보험도 되지 않고, 주거지가 없어서 의료보호를 받을 길도 없고...

결혁협회 차량이 나와서 우리 손님들에게 엑스레이 찍어주고 판독해서 알려준다고 해도 어떻게 노숙하는 이분들을 도와줄 수 있지 고민이었습니다.  보건소에서 결핵약은 무상으로 준다고 하지만 노숙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들지도 못하는 우리 손님께 결핵 약이 무상으로 주어진들 어떻게 하지...


광회 씨는 60 평생 노숙을 했습니다. 문맹입니다. 그런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고 합니다. 인천의료원에 모시고 같더니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겨우 겨우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암수술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왔고, 긴급의료지원비도 받아서 암수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데 간병인이 문제였습니다. 우리 손님 중에 한 분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살만해지니까 광회씨가 장가가고 싶다고 합니다. 평생 처음 받아본 기초생활수급비가 자신감을 키워준 셈입니다. 


천안에서 노숙을 하다가 손을 다친 손님이 천안에서 몇 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를 부탁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서 민들레국수집에 나타났습니다. 베로니카께서 119를 불러 인천의료원에 실려가게 했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치료비 보증을 서고 입원시키고 돌봤습니다.  장애 판정을 받은 후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다음에 떠나려면 떠나라고 했지만 어느날 사라졌습니다. 


몇 명의 손님들이 결핵 판정을 받았습니다. 베로니카와 상의를 했습니다. 여인숙 방을 6개월간 얻어 주고, 식사는 민들레국수집에서 하고, 독후감 발표를 하게 해서 독서장려금을 받게 하고, 최소한의 용돈을 주면서 결핵약을 복용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간 조금 도와드리면 결핵에서 해방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봄에 아주 심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딴지를 걸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희망센터 건물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민들레국수집에서 아기 돐잔치를 하면서 자원봉사로 설거지 봉사까지 하신 아기 아빠께서 민들레국수집에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우리 손님들이 새출발할 수 있게 돕는 민들레희망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기 아빠가 당신이 보건복지부 직원인데 그 꿈을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개인이니까 사회복지법인이나 재단을 통해서 받도록 도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천교구를 통해서 주면 받겠다고 했고, 그 지원금으로 건물을 사서 인천교구 명의로 하고 저는 그 건물을 노숙인들을 위해 쓸 동안은 무상임대로 쓰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민들레희망지원센터 운영비도 전액 민들레국수집이 부담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난해지기로 작정했습니다. 건물을 비워드렸습니다.


가장 급한 민들레진료소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어르신 민들레국수집에서 한 달에 두 번 민들레진료소를 계속 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동구 보건소에서 진료소를 열 수 있는 허락을 청하고 열어도 좋다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 하던일들을 민들레국수집 곁으로 아주 작지만 모두 옮겼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 도서관을 열고 독후감 발표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민들레진료소 4주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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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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